11일 바른미래당 ‘체육계 성폭력 근절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간담회 전경. ⓒ에이블뉴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고소로 시작된 체육계 ‘미투’는 한국 엘리트체육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 정부 관계부처는 체육인 성폭력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의 중심이 비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장애인 중 일부는 지적·언어적 특수성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더 성폭력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체육계 성폭력 근절 특별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관계부처 실무자 등을 초청한 가운데 정책간담회를 갖고 성폭력 예방 및 대책을 모색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책기획부 박승재 부장이 발언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이천훈련원 상담 ‘강화’ 피해자 적극지원=대한장애인체육회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 당사자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체육회 정책기획부 박승재 부장에 따르면 장애인체육회는 심석희 사건 보도 후 경기단체 성폭력 징계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6년 수영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수사의뢰), 2017년 사격 동료선수(남·녀) 간 성폭력(고발) 사건 등 8건을 확인했다.

이에 장애인체육회는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내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상담전문인력을 채용, 국가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상시 상담을 진행한다는 계획. 현재 상담전문인력 채용공고를 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 내 게시한 상태이며 이달 말에는 채용을 완료한다.

또한 이천훈련원 내 여성 선수들의 권익보호와 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여성전문위원도 배치한다. 여성전문위원은 총 3명이며 이천훈련원에 상시근무하면서 여성 입촌선수 관리과 고충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한 장애인체육회는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병원 진료비, 법률자문·소송비, 심리지원·치유프로그램(개별상담, 사전검사, 집단상담, 가족상담, 심신회복캠프, 사후검사 등)을 제공해 피해자 보호체계 구축에도 힘쓴다.

이 외에도 이천훈련원 내 CCTV 추가설치, 권익위원회 구성, 교육프로그램 개발·교육강화, 장애인체육단체 인권의식 개선을 위한 권역별 포럼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회 김소영 시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처벌 ‘강화’ 통해 성폭력 근절=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시의회 김소영 시의원은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후 강력한 처벌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의회 김소영 시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고 개인적으로 화가 났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범죄자들은 처벌을 받으면 장애인체육계로 돌아올 수 없어야 하지만 징계를 받고 6개월 만에 (선수로)복귀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 관계부처는 체육계 구조개혁 민관합동위원회 구성·운영, 체육계 비리근절을 위한 법령·제도 정비, 국가대표 훈련 환경 및 인권보호 대책 추진, 성폭력 신고시스템 개선·장애인 피해자 지원 총 4개 분야를 골자로 하는 근절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시의원은 “성폭력 문제를 엘리트체육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년체전을 없애고 빙상연맹을 해체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만약 검찰조직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을 없앨 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이게 과연 대책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시의원은 “인권상담센터 늘린다고 성폭력이 근절된다? 솔직히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국사람들이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이유는 마인드도 좋지만 처벌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처벌이 너무 약하다. 성폭력 인식교육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장애인탁구 국가대표 조경희 선수. ⓒ에이블뉴스

■성폭력 예방 ‘제대로 된’ 교육에서부터=장애인탁구 국가대표 조경희 선수는 일이 발생한 후 조치보다 방지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성폭력 교육 방법의 전환을 제시했다.

장애인체육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천훈련원 입촌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규모화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조 선수의 설명이다.

조경희 선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후처방 보다는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훈련에 앞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데, 선수와 지도자를 분리해 교육받도록 해야 한다. 되도록 소규모로 하고 가능하다면 장애유형별로 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이어 조경희 선수는 “(기술적인 코치 외에도) 멘탈코치를 선수들에게 붙여주는 것을 생각해봤다. 멘탈코치에게 훈련 외적인 고충을 상담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 풀 문제와 외부에 알려야 할 문제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렛대학교 재활스포츠연구소 민솔희 연구원은 “선수들의 인권을 담당하는 기관은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신고하고 싶어도 가해자와 관계있는 직원이 있으면 (신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체육인지원센터는 물리적인 독립은 했지만, 여전히 산하의 기구로 있다. 실질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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