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제2회 “영‧호남 장애인 파크골프대회”가 영호남 8개 장애인골프협회가 참가한 가운데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7월은 장마철이라 날씨가 걱정이었다. 일기예보에서는 한 달 전은 물론이고 일주일 전만 해도 23일에 비가 온다고 했다.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은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비가 오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면서도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 기대를 걸고 그날만은 비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고 한다.

아침 9시 대회가 시작되고. ⓒ이복남

수요일인가부터 일기예보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23일 토요일 아침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이번 대회는 대한장애인골프협회(회장 윤대혁)에서 주최하고 부산장애인골프협회에서 주관을 했다. 광주 대구 울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그리고 부산 등 영호남 8개 시도에서 선수 160여명, 심판(기록인) 40여명, 자원봉사 등 총 250여명이 참석했다.

필자는 심판(기록인)으로 참여를 했다. 그동안 심판(기록인)은 각 대학의 체육과 학생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참여했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부산의 각 클럽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발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대회는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 P3주차장 부근 다이나믹 36홀 파크골프장에서 치러졌다. 대회 시작 전 심판(기록인)들은 이창호 경기위원장으로부터 이번 대회에서 적용할 로컬룰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들었다.

개인전은 A그룹으로 남여(PGW. PGI. PGST1) 123등, B그룹 남녀(PGST2. 3) 123등 그리고 C그룹은 남여 혼합(OPEN등급) 123등이 있고, 단체전이 있는데 모두가 18홀 스트로크방식으로 순위결정하고 동타일 경우 B코스 9번에서 남여 각 서든데스로 한다고 했다.

흰구름과 달맞이꽃 그리고 매미. ⓒ이복남

대회는 9시에 시작되었다. B그룹과 C그룹은 AB코스에서 진행하고 A그룹은 CD코스에서 진행했는데 필자는 A그룹 남자의 PGI 심판(기록인)을 맡았다. PGI에는 뇌병변장애인이 있었는데 멀리 치려고 티샷을 할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해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파크골프장이 아침에는 온통 이슬을 머금어 공이 잘 굴러가지도 않더니 해가 뜨자 이내 이슬은 다 말랐다. 날씨는 푹푹 찌는 땡볕이었지만 푸른 하늘에는 두둥실 흰구름 떠가고 멀리서 불어오는 낙동강의 강바람이 휘익 골프장을 훑고 지나기도 했다.

골프장 가에는 어제 밤에 핀 달맞이꽃이 햇빛을 받아 서서히 시들어 가고 여기저기 매엠매엠 매미는 줄기차게 울어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PGW의 경기가 지체되는 바람에 나무 그늘 아래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옆에서 울어대는 매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이복남

아침 9시에 시작된 경기는 18홀을 돌고나니 11시 경 끝나기 시작했다. 필자가 맡은 팀은 42조로 마지막 팀이었는데 11시 10분에 경기가 끝났다. 기념식은 개인전이 끝나는 11시 30분부터였다.

그런데 PGW 즉 휠체어 사용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를 심판(기록인)한 사람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햇볕은 뜨겁고 날씨는 더운데 비장애인들이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하는데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티샷 할 때) 일일이 공을 놓아 줘야 하고, 마크(공이 놓여 진 자리 표시)도 놔 줘야 하고……. 하루 잠깐 심판(기록인)을 했다고 저리 불평이라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되는 사람들의 심정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기념식은 장애인문화예술인연합회 축하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색소폰과 장구가 연주하는 베사메무초에 이어 안동역에서, 부산갈매기 등에 신이 난 선수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앙코르가 쏟아지기도 했다.

대회사와 축사. ⓒ이복남

기념식은 부산장애인체육회 박종철 과장이 맡았다.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은 대회사에서 8개 시도에서 참석한 회장과 선수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부산의 파크골프장의 열악함을 얘기했다. 부산에는 아직까지 장애인파크골프의 전용구장 하나 없고 공을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장애인 및 어르신들인데 잠깐이나마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나 그늘막 하나 없으며, 더구나 요즘에는 지하철 등 곳곳에 다 있는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코드 조차 없다며 우리 구장은 우리가 가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산장애인체육회 회장은 부산시장인데 시장을 대신해서 김희영 건강체육국장이 축사를 했다. 김남희 부산시의원, 정창식 부산장애인체육회 수석부회장 등도 지역의 열악한 부분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은 김정포 회장의 얘기에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같다며 보완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조창용 회장은 파크골프장의 활성화와 편의를 위해서 에어콤프레샤(흙먼지털이) 설치비용을 기부는데 김정포 회장은 장애인 전용 파크골프장이 확정되면 에어콤프레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즐거운 점심시간. ⓒ이복남

기념식이 끝나고 점심시간이었다. 그런데 식사를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필자도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점심식사 외에 물과 커피, 떡과 과일 등은 주최측인 부산에서 제공했지만 각 지역에서도 여러 가지 먹거리를 잔뜩 준비해 와서 나눠먹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장애인의 전동스쿠터 바퀴에서 뭔가를 긁고 있어서 뭔가 했더니 껌이었다.

개인전은 오전에 끝이 났고 오후에는 단체전이 이어졌다. 단체전은 한 팀이 4명인데 6점을 기준으로 구성되었다. 6점이란 PGW. PGI. PGST1은 1점이고, PGST2.3은 1.5점, 그 밖에 OPEN등급은 2점이라 예를 들어 1점이 2명, 1.5점이 1명, 2점이 1명이면 총 5.5점인데 6점 미만이어야 가능했다.

그런데 개 중에 6점이 넘어가는 팀이 있었는데 6점이 넘는 팀은 번외팀으로 점수가 좋아도 등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단체전이 끝나고 점수를 취합했는데 개인전이나 단체전에서 동타가 나왔다. B코스 9번 홀에서 서든데스를 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켜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어떤 지역에서는 서든데스에서 상대에게 등수를 빼앗기자 굴러 온 공을 멀리 던져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가 껌을 함부로 버렸을까. ⓒ이복남

이어서 시상식이 있었다. 제일먼저 부산의 제오종 씨가 홀인원 상을 받았다.

A그룹 남자

1위 이정철 전남 PGST1 55타, 2위 제오종 부산 PGST1 56타, 3위 김서중 광주 PGST1 56타

B그룹 남자

1위 박윤호 전남 PGST2 61타, 2위 천명재 부산 PGST2 62타, 3위 진봉환 대구 PGST2 62타

A그룹 여자

1위 설정애 광주 PGST1 68타, 2위 임순애 광주 PGST1 68타, 3위 박정애 대구 PGST1 69타

B그룹 여자

1위 임외자 경남 PGST2 61타, 2위 임환영 광주 PGST2 62타, 3위 박추임 전남 PGST2 65타

C그룹 남녀 혼합

1위 김정애 광주 OPEN 61타, 2위 안옥렬 대구 OPEN 61타, 3위 최순애 대구 OPEN 65타

단체전

1위 전남A 60타 김성호 이정열 박추임 박윤호

2위 부산A 62타 제오종 이정웅 박용수 이복순

3위 대구B 65타 박재현 김병우 최현우 김정섭

4위 울산A 65타 강정옥 이보화 장재수 이종식

5위 전북A 67타. 선상철 정진 소명순 이상곤B

모든 시상이 끝났다. 다음 대회는 8월에는 제주, 9월 목포에서 있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전남 장애인골프협회 신상식 회장이 목포대회를 안내하고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뒷정리는 부산장애인파크골프 회원들이 맡았다.

7개 시도에서 참석하신 선수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모두 모두 가시는 길조심하시고 안녕히 돌아가시기를…….

부산장애인파크골프 회원들은 오늘 수상한 사람들이 받은 상금 중 일부를 희사해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특별히 약속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가고 남은 회원들은 평소 자주 가는 S식당에서 삼겹살파티를 했다. 이번 대회에는 부산 회원들 모두가 수고했지만 특히 김정포 회장을 비롯하여 강신기 부회장, 송정애 전무 그리고 강구석, 김재필, 신미애 씨 등의 노력이 컸다.

파크골프는 어린이에서 할아버지까지 3대가 공기 좋은 공원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인데 장애인에게는 재활, 취미, 운동을 겸한 그야말로 1타 3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리에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 그리고 지적장애인 등은 잔디밭을 걷는 동안에 운동도 되고 재활도 된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재활과 취미를 겸한 운동으로서 장애인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좋은 운동이지만 모든 운동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즉 그냥 즐기는 생활체육과 우승을 바라보는 전문체육이 있기 때문이다. 파크골프도 재활과 취미로 그냥 즐기면 더 할 수 없는 좋은 운동이지만 대회에는 우승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파크골프는 재활과 취미로 즐기고 그 가운데에서 잘 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야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부산 파크골프 회원들의 뒤풀이. ⓒ이복남

그건 그렇고 부산의 파크골프장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가이도에서 시작되었다는데 한국에는 그 보다는 훨씬 늦은 1998년에 들어 왔다. 그리고 장애인이 파크골프를 시작한 것은 2004년인데 부산에서는 2006년에 시작되었다.

그 당시 부산에는 변변한 파크골프 구장도 하나 없어 밀양이나 진해 등 다른 구장을 이용했는데 그러다가 낙동강변 삼락공원 P4 주차장 부근에 9홀 짜리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졌다. 그 후 P3 주차장 부근에 다이나믹 36홀이 조성되었다.

부산에는 대한체육회 산하에 부산시파크골프협회(회장 조나영)가 있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산하에 부산장애인골프협회(회장 김정포)가 있다. 다이나믹 36홀은 ABCD코스로 되어 있는데 얼마 전 부산시 등 관계자들이 AB코스는 장애인들이 맡고 CD코스는 비장애인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구분관리에 합의했다는데 정작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는 낙동강관리본부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파크골프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운영 뿐 아니라 당장 장애인에게 필요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의 충전을 위한 전기코드 설치, 에어콤프레사(흙먼지털이)설치, 장애인들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그늘막, 그리고 전국체전을 위한 OB선이 필요하다. 현재 AB코스는 OB선이 있지만 CD코스의 좌우에는 없다.

그 밖에도 홀컵 주위는 많이 밟아서 잔디가 없어지면 잔디가 있는 곳으로 홀컵도 옮겨야 되고 잔디 속의 크로버도 제거해야 한다. 더구나 파크골프장으로 가는 길이 미끄러워 휠체어는 물론이고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것도 미끄럼방지 재질로 바뀌어야 하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이 말하기를

“AB코스는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CD코스는 비장애인 파크골프협회에서 각각 구분관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AB코스의 경우 201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관리를 해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의 충전코드를 설치할 수 있는 전기나 장애인화장실도 AB코스 쪽에 있었던 것이다. AB코스를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관리를 했다면 이번 대회도 장애인들에게 좀 더 편리하도록 여러 가지로 지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존칭 생략.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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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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