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다함께 붕붕붕 종목에 참가한 부자가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아빠 앞에 있는 장애물은 피하고 저 상자를 먹어야 해. 아니 그렇게 말고 이렇게.”

8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장애학생e스포츠대회'는 장애학생과 부모가 호합을 하는 자리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캐쥬얼 레이싱 게임 ‘다함께 붕붕붕’ 종목에서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의 손발을 맞춰나갔다.

다함께 붕붕붕은 온라인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캐쥬얼 레이싱게임이다. 차량을 조작해 결승점에 상대보다 먼저 골인하면 이기는 게임으로 게임 속 아이템을 사용해 상대 차량을 멈추게 하는 등 재미를 배가 시키는 요소들이 있다. 특히 조작이 간편하고 게임 난이도가 쉬운 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종목은 장애부모와 자녀가 2인 1조로 한 팀이 돼 대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기가 시작 전 경기좌석에 앉은 한 부모와 자녀는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테블릿 PC를 보면서 작전을 짜기도 하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차량을 조종해 결승점에 들어오는 단순한 경기였지만 오랜만에 아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 때문일까? 경기시간 동안 부모들의 입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간발의 차이로 결승점에 먼저 들어 온 부모와 자녀는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고, 아쉽게 진 장애아동은 아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부모에게 안기기도 했다.

경기에 참가한 박영애(여·39)씨는 “오늘 처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참가했다. 이 종목의 조작방법을 잘 몰라서 떨리기도 했지만 아이가 경기방법에 대해 설명해줬고 운이 좋게 이기게 됐다”면서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만큼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델로 종목에 참가한 시각장애학생이 다음 수를 어디에 둘지 고민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는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2003년 장애인정보경진대회로 시작된 이 대회는 200명이 참가하는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늘었고, 지난 2009년부터 넷마블과 함께 대회를 개최해 지금은 장애학생과 부모, 교사 등 1500명 가량이 참가하는 규모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올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의 장애·일반학생, 학부모도 참가하는 ‘국제 장애학생 초청 e스포츠 교류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학생이 국경을 넘어 게임 속에서 즐거운 경쟁을 펼치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

대회장 곳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예선을 뚫고 올라온 장애학생들이 마구마구, 모두의마블 등 다양한 종목에서 열띤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부둥키기도 했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다함께 붕붕붕 종목에 참가한 모자가 승리를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반면 경기장 한 켠에서는 소리에만 의존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 장애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이 참가한 종목은 오델로 게임.

오델로는 바둑과 유사한 게임으로 흑과 백, 두 가지 색의 돌을 갖고 들기는 보드게임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의 끝에 자신의 돌을 놓으면 그 한 줄을 다 뒤집어서 자신의 돌로 만들어 버리는 방식이다.

마지막에 게임판 위에 돌을 더 많이 올려놓는 사람이 승리하며 게임판 위 네 모서리를 먼저 장악하는 것이 승부의 주 관건이다.

경기는 전맹과 약시로 구분해 경기가 진행됐다. 전맹의 경우 모니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헤드폰을 끼고 귀로 들리는 오델로 판의 좌표 정보를 통해 말을 뒀다.

이렇다보니 현장 분위기를 매우 조용했다. 또한 정확한 위치에 수를 둬야 하기 때문에 한 수 한수를 둘 때마다 집중을 했고, 경기가 끝나고 나온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경기에 참가한 박성준(18·강원명진학교) 학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델로 종목에 출전했다. 장애인e스포츠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니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적극 권장하셨다”면서 “오늘 경기도 연습한 만큼 성적이 나왔다. 내일 준결승전에서 이기고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제1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는 오는 9일 마구마구, 모두의마블, 오델로 등 8종목에 대한 결승전을 끝으로 마감된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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