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이 ‘현장해설방송’으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시각장애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의 장이다.

지난 1998년부터 이 대회를 주최한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nternational Blind Sports Federation 이하 IBSA)은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생활 속의 스포츠를 통해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IBSA는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를 시작으로 4번의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지난 17년 동안 그들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시각장애 관중이다. 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시각장애인의 축제이지만 선수가 아닌 시각장애인은 대회를 즐길 수 없다.

이동에 많은 제한이 있는 그들이 집에서 보나 경기장에서 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경기장을 찾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잊고 있던 바로 그 부분에 무언가를 채워넣었다. 세계 최초로 ‘현장해설방송’을 도입한 것.

화면해설봉사를 하던 현직 성우들이 경기장(골볼(남,여), 축구(B1,B2/B3), 유도)에 상주하며 시각장애인에게 ‘두 눈으로 보는’ 것 같은 해설을 들려준다.

시각장애인은 출입구에서 배부하는 단파 수신기를 통해 현장해설자의 경기 중계 및 상황 해설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다.

최초로 시도된 현장해설방송을 들은 시각장애인들은 흡족함과 아쉬움을 함께 표했다.

12일 대한안마사협회 안마수련원 재학생 60명이 축구(B1)와 남녀 골볼 경기장에서 ‘생애 첫 단체 스포츠관람’을 했다.

이들은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현장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설레는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觀戰)하듯 청전(聽戰)’했다. 평소 고요하던 경기장도 이들의 파이팅과 박수소리로 보다 활기를 띠었다.

대한안마사협회 나응문 교무부장은 SK 핸드볼경기장에서 골볼 경기를 지켜보며 “이틀 전 개막식부터 해설을 들었는데 음질도 좋고 괜찮더라. 조금 전 축구 경기도 재미있게 보고 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형체구분이 가능한 중증시각장애를 가진 김석순 씨는 “장애인 스포츠를 처음 봤는데 신기하다. 경기해설도 현실감과 생동감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선수들은 어떻게 소리만 듣고 그런 민첩하게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열심히 챙겨준 건 고마운데, 아쉬운 점도 있다. 입구 쪽에서 수신기를 케이스 째로 주던데 주파수를 미리 잡아서 줬으면 좋겠다”면서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방향으로 휠을 돌려야 주파수나 음향을 맞출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옆에 점자라도 있으면 나을 텐데 그것도 없다. 점자 있는 라디오도 이미 나왔는데 그런 걸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다음 대회는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완해주셨으면 좋겠다” 며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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