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선수 모습.ⓒ평창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

(편집자 註= 이 편지는 오는 29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의 스노보더선수 박정현의 부모가 대회조직위에 보내 온 것이다.

올해 나이 25세로 지금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곤충체험학습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정현 선수는 선천적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 없이 어려운 고비를 넘겨왔다. 이제는 아버지(박덕주씨)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국가대표로 한몫 하고 있다.

아버지 박덕주씨는 아들을 위해 하던 사업 대신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하며 어린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이 편지가 장애 어린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국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해달라는 뜻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출생부터 어린시절은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정도로 험난한 길이었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의사는 “수유는 안하는 게 좋겠고 다운증후군이 확실하니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세요.” 이렇게 정현이는 세상에 첫발을 딛는다.

(부모가) 고등교육까지는 받았다고는 하나, (다운증후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정보를 수소문하다 보니 지적장애, 신변처리 불능 등...

출생 3개월 무렵, 영양제라도 맞춰줄 요량으로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의사는 “어머니! 너무 기대를 걸지말고, 3살 정도 되면 집에서 감당하기 힘드니 시설로 보내셔야 될 겁니다”라며 그냥 돌려보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오히려 스스로에게는 더 나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만 번은 교차했다. 아이는 뭐든지 먹으면 바로 토해냈다. 낮엔 집과 병원을 연실 오가며, 밤에는 내내 등에 업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잠을 청하기를 1년여...“이 아이는 내게 왜 왔을까?” 사랑이 없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려나 하는 마음으로 위로를 했다.

그 후로 특수교육기관에서 부모교육을 받아가며 배운 대로 걸음마 떼듯 시작하기로 했다. 이 무렵 7세 아이가 집에 놀러오면서 우리 마음은 바뀌기 시작했다.

걷고 눈도 마주치고, 웃기도 했다.‘아하 우리아이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큰 기대감에 가슴이 벅찼다. 분명 우리 아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아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몸부림쳤다.

첫돌 무렵의 심정은 ‘제발 걸을 수만 있어도 좋아’, 이렇게 해서 20여 년 동안 고등교육까지 마무리하고 틈틈이 연마해온 운동, “다운아이들은 모방력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나다.” 이 말을 힘 삼아, 택견 단증을 따고, 인라인, 스노우보드 등을 끊임없이 훈련했다.

지금 정현이는 이번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설원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할 보드와 함께...

정현이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그림의 색도 참 화려하다. 그만큼 마음이 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0킬로미터 이내의 길은 항상 걸어서 다닌다. (정현이 스스로) 본인의 약점인 신체를 본능적으로 단련하는 것 같다.

정현이의 일과는 매일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지겨워하지 않는다. 집에서 하는 일은 동물(가축) 밥 주기 및 관리, 집 청소, 설거지, 빨래하기, 밥하기, 나무 보일러 및 아궁이 불지피기, 다음은 씻고 개인 활동... 수년째 반복되는 같은 생활이다. 그래도 정현이는 하루가 즐겁다. 이유는 자신의 수고로 온 가족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정현이는) 집에서는 ‘행복 전도사’로 통한다. 별명은 ‘정 박사 박정현 선수는 본인 이름 세 글자 중, ‘정’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래서, 박 박사가 아닌, 정 박사라고.’, 아마도 직장에 드나드는 (곤충학) 박사들의 직함이 맘에 들었나보다. 어느 날부터 별명을 자칭 정박사로하고 가족은 이를 수렴했다.

정현이의 근무처는 오창에 있는 충청북도 곤충체험학습장(주). 충청북도곤충체험학습장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6명의 직원 중, 3명이 장애인, 75세의 노령자를 포함한 소외계층이다.

회사에서의 업무도 매일 똑같다. 출근하여 업무내용을 받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에 옮긴다. 전시장 1, 2층 청소, 곤충 먹이주고, 주변정리, 학생들 견학 오면 카메라맨으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부모보다 났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가족이 행복할 수 있고 직장 동료가 행복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사양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행복 전도사’다.

절벽에서 설원의 국가대표까지... 누구도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랑해‘란 말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해온 행복전도사, 정현이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아주 행복한 우리사회의 가족이다. 그리고 진정한 국가대표다.

모두들 이번 스페셜 올림픽에서 정현이가 메달을 확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시합이 끝나면 한 달 동안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을 매일 먹게 될 것 같다. 이미 집과 직장에서 한 달분은 예약된 상태다. 부디 건강하게 경기 잘 마무리 하고 귀가, 귀사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현이 파이팅, 국가대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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