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베르기어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가 4강까지 올랐다.

페더러가 메이저대회 단식 4강에 든 것은 2004년 프랑스오픈 이후 22회 연속으로 페더러를 제외하면 10회 연속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오른 선수도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이런 페더러도 무색해지게 만드는 여자 휠체어 테니스 선수가 있다. 바로 에스더 베르기어(28.네덜란드)가 주인공으로 2003년 1월에 한 번 진 뒤로 공식 단식 경기에서 376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이번 US오픈 휠체어 여자단식에 출전해 4강에 진출해 있는 베르기어는 2004년 8월부터 2006년 10월까지는 250세트를 연달아 이기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단복식 금메달을 땄고 2008년 베이징에서는 단식 금메달, 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주오픈에서 7회, US오픈 3회, 프랑스오픈 3회 등 메이저대회 단식 정상을 13번이나 밟았다.

1999년 이후 휠체어 여자단식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고 통산 전적은 571승25패로 승률이 무려 95.8%나 된다.

테니스 황제'인 페더러가 664승156패, 승률 81%에 '불과'하니 베르기어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베르기어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6살 때까지는 나도 건강한 소녀였다. 7살이던 1988년에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고 밖으로 나와 2분 정도 앉아있었는데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고 장애를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베르기어는 척추 주위의 혈관이 매우 약해 뇌에 혈액 공급이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1990년까지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1990년 1월 9시간이나 걸린 큰 수술을 마친 베르기어는 "회복실에서 내가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재활을 하기 위해 택한 것이 바로 스포츠였다. 9살의 어린 나이에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베르기어는 처음엔 농구를 시작했다.

장애를 갖기 전에도 수영을 즐겨 하며 운동 감각을 키워온 베르기어는 2년만에 네덜란드 휠체어농구 청소년 대표에 뽑혔고 1997년에는 성인 국가대표가 됐다.

그해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농구에서도 이름을 날린 베르기어는 시간이 날 때마다 훈련을 해온 테니스의 매력을 잊지 못했다.

베르기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1998년에 나는 테니스와 농구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했다. 둘 다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결국 테니스를 택한 이유는 테니스가 더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스포츠인 농구보다 개인 운동인 테니스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여겼다"고 종목을 바꾸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후 휠체어 테니스에서 거의 10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는 베르기어는 휠체어 테니스계에서 세계선수권대회 격인 NEC 휠체어테니스 마스터스에서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단식 우승을 독차지하고 있다.

휠체어 테니스는 일반 테니스와 달리 공이 두 번 튈 때까지 인플레이 상태가 유지된다. 남자단식 세계 34위에 오상호, 여자단식 세계 8위에 박주연이 올라 있어 한국의 휠체어 테니스 수준은 낮은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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