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권고가 있은 후 1루수쪽에 장애인 좌석이 확충됐다. ⓒ박종태

뇌병변1급 장애인 차모씨가 동료들과 함께 야구 관람을 위해서 잠실야구장을 찾았지만 장애인 좌석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 차별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내자 인권위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 야구장측에 권고했다. 이후 잠실야구장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져 얼마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췄는지 지난 25일 현장을 점검해봤다.

잠실야구장은 1루수와 3루수 자리에 장애인 좌석을 20개씩 총 40개를 만들었다. 보호자 및 활동보조인 좌석도 6개 만들었으며 장애인 좌석 앞에는 그물망을 설치해 공이 날라오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잠실야구장이 이번에 시행한 조치의 전부였다.

장애인화장실 접근성, 계단 점자블록, 엘리베이터 접근성, 장애인주차장 접근성 등 해야할 과제가 많았지만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잠실야구장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총 15곳 있으나 일반 화장실 안쪽에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 및 보호자는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여닫이문으로 휠체어장애인 등에게는 불편한 실정이었. 잠금 장치도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 내부에는 비상벨이 전혀 없었고, 자동으로 물을 내리는 장치도 없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손잡이는 몇군데만 설치됐을 뿐이었다.

계단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이 없었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곳에도 점자 블록이 없었다. 경사로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야구장 중앙문에 설치돼 있지만 좁아서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타는 장애인은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로 전동휠체어 및 스쿠터는 경사로를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 주차장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내릴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장애인 주차장을 알리는 안내 문구는 주차가능 표지를 부착한 차량만 주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다.

잠실야구장 운영본부 시설팀장은 "잠실야구장이 1982년도에 건립돼 시설이 낙후됐다"며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장애인 좌석에 대해서는 "장애인 좌석은 그늘이 지는 장애인들이 관람하기 편한 곳으로 최대한 배려했다"고 말했고,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서는 "자동문이 1층 1곳에 설치돼 있으나 고장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시설 보수는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할"이라고 전했다.

장애인화장실에는 비상호출벨이나 자동센서가 없어 불편한 실정이었다. ⓒ박종태

장애인 화장실은 여닫이문과 잠금장치 등이 장애인 접근을 고려하지 않은 실정이어었다. ⓒ박종태

계단 어느 곳에도 점자블록이 없었고, 가드레일도 없었다. ⓒ박종태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법에서 정한 손잡이가 설치되지 않았다. ⓒ박종태

장애인 주차장에는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있었다. ⓒ박종태

잠실야구장 안내도에는 장애인좌석을 안내하는 표시가 전혀 없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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