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휴먼코메디`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특별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연극 '휴먼코메디'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특별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 '휴먼코메디'가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청각장애인과 일반관객이 객석을 가득 매운 가운데 수화통역 특별공연을 펼쳤다.

배우들의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양쪽에서는 두 명의 수화통역사가 배우와 호흡을 같이 하며 통역을 동시에 진행했으며 배우들이 일부 대사를 수화로 공연하기도 했다.

휴먼코메디의 수화통역 공연은 지난달 18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청각장애인과 관계자들에게만 공개했던 첫 공연과는 달리 두 번째 공연에서는 일반인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김보경 기획팀장은 "수화통역 공연이 있은 후 공연을 본 청각장애인들은 물론 일반관객들로부터 앵콜공연 요청이 많이 들어와 이번에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그동안은 공연을 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청각장애인들이 수화통역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연극 '휴먼코메디'는 '가족', '냉면', '추적' 등 모두 세 편의 에피소드로 짜여있다.

첫 번째 이야기 '가족'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배를 타러 떠나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려는 가족의 처절한 헤프닝을 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대는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돌아오던 중 아들이 목숨을 잃은 장면에서 관객을 웃게 만든다. 이렇듯 '가족'에는 웃음과 눈물의 역설적인 만남과 따뜻한 감동의 휴머니티가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냉면'은 라이브 연주와 마임 연기가 합쳐진 미니 뮤지컬이다. 노래경연대회에 나온 다섯 명의 합창단 가운데 실수를 연발하는 한 남자의 일탈된 행위로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 이야기 '추적'은 한 명의 범인을 추적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14인의 인물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기막힌 헤프닝을 그리고 있다. 6명의 배우들은 번갈아 3개의 칸막이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며 14개의 배역을 연기한다. 칸막이를 걷고 배우들의 변신술을 공개하는 '추적'의 마지막 5분, 절묘한 타이밍의 과학적인 연기 변신의 순간 전환과 극적 반전이 웃음을 선사한다.

휴먼코메디에는 유독 마임연기가 많다. 이와 관련 김보경 팀장은 "마임이 많이 들어간 우리 공연이 '움직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수화와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도 많이 이해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팀장은 "이번 수화통역 공연을 계기로 극단측에서도 그동안 좀처럼 만나기 힘든 다른 관객들을 만남으로써 많은 공부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에게서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가 좀더 많아지길 기대하며 기회가 된다면 또 이러한 특별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극을 관람한 이동열(남·34·청각장애2급)씨는 "공연을 수화로 통역해주는 일이 흔치 않은데 좋은 연극을 봐서 즐거웠고, 앞으로 이런 연극이 많아져 더 많은 공연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휴먼코메디는 극 중간중간 관객의 참여를 유도, 유쾌한 웃음을 빚어냈다. <사진: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이번 연극의 수화통역을 맡은 고경희 수화통역사는 "처음에는 배우들이 몰입해서 연기하는데 옆에서 수화통역을 하는 것이 자칫 흐름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기쁘다"며 "통역하면서 농아인들이 즐겁게 연극을 즐기고 기뻐하는 모습 보니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고씨는 "배우들도 무대에서 수화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조금이라도 더 수화로 표현하려고 열심히 배우는 모습에 뿌듯했다"며 "앞으로 다른 극단에서도 이런 시도를 많이 해 농아인들이 좋은 공연을 많이 관람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극 '휴먼코메디'에서의 절제되면서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배우들의 움직임 앙상블은 유쾌한 웃음을 빚어낸다. 일상에서 건져낸 감동이 담겨 있고, 인물들의 일탈 행동으로 인한 웃음 뒤에는 정곡을 찌르는 통쾌함도 있다. 휴먼코메디의 일반공연은 오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계속된다. 02)382-5477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