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학교2021’ (극본 조아라, 동희선/ 연출 김민태) ‘입시 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아이들. 모호한 경계에 놓인 열여덟 청춘들의 꿈과 우정, 설렘의 성장기’라고 한다.

‘학교2021’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다시금 도전을 시작하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줄거리는 눌지과학기술고등학교 건축디자인과 학생과 선생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눌지고는 특성화 학교다. 당당하게 입시 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명문대를 특채로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이 모여든 곳이다. 그런 눌지고에 정영주가 전학해 왔고, 그날 이강훈(전석호) 선생도 전근을 왔으니 학생과 선생이 같은 날 눌지고에서 만났다.

학교2021. ⓒKBS

이강훈 선생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상림건설에서 감리사로 일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회사에서 밀려나고 인생 2라운드를 맞게 된 곳이 눌지고였다.

눌지고에 전학해 온 정영주(추영우)는 다시는 부딪히고 싶지 않은 친구 공기준(김요한)과 형 정철주(서재우) 때문이었다.

눌지고는 상림그룹 산하인데, 이사장은 상림그룹 신을섭 회장의 처제 구미희(이지하)이고 이한수(김민상) 교무부장이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다. 눌지고에는 어렸을 때부터 목공의 꿈을 키우는 진지원(조이현)이 있고 얼떨결에 눌지고에 온 공기준, 그리고 공부는 잘했으나 보육원에서 자라 명문대를 꿈꾸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특채를 바라고 온 강서영(황보름별)이 있었다.

정영주가 눌지고로 전학을 온 이유는 형 정철주 때문이었다. 정철주는 눌지고 학생이었는데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다쳐서 장애인이 되어 현재 재판 중이다.

정영주는 형을 위해서 구미희 이사장을 찾아갔다. 정영주는 형 정철주가 눌지고에서 실습을 나갔다가 다쳐서 장애인이 되었으니 회사에다 잘 좀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구미희 이사장은 “우긴다고 다 되냐? 그런 거지 건성을 버리라”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화가 난 정영주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구미희 이사장 차에 화분을 던졌다. 오직 명문대에 가기 위해 공부만 하던 강서영이 우연히 그 모습을 보았다. 구미희 이사장과 이한수 교무부장은 누가 회분을 던졌는지 그 범인을 찾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강서영은 정영주에게 비밀을 알고 있다며 커플이 되자고 제안했다. 눌지고에는 구미희 이사장의 조카 이재혁(이상준)과 이재희(윤이레)가 있었는데 둘 다 천방지축이었다. 마침 옥상에는 태권도 열쇠고리가 떨어져 있었고 그 열쇠고리는 공기준의 것이라 공기준은 퇴학당할 거라고 했다.

강서영은 이재희에게 “화분은 네가 떨어뜨렸다고 해.” 이재희는 “협박이야? 부탁이면 들어 줄게”라고 했다. 공기준이 퇴학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정영주가 이사장실로 달려갔을 때 이재희가 실수로 화분을 떨어뜨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강훈 선생과 정영주. ⓒKBS

정철주가 이강훈 선생을 찾았다. 정철주는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있었다. 이강훈 선생에게 안부를 묻자 눌지고에 있다고 했다. 정철주는 이강훈 선생에게 하려던 말을 망설였다. 정철주는 이강훈 선생에게 재판에서 증언을 서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강훈 선생이 눌지고에 있다니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전에도 눌지고에 있던 선생이 정철주 재판에 증언했다가 학교에서 잘리고 그 자리에 이강훈 선생이 왔던 것이다. 눌지고는 상림재단이고 정철주가 실습을 나갔던 회사는 상림건설이었다.

이강훈 선생이 상림건설 감리사로 있을 때 기계가 오래되었다며 새 기계로 바꾸라고 했는데 상림건설에서는 기계를 바꾸지 않았고 그 기계에서 사고가 나서 정철주가 다쳤던 것이다.

눌지고에서 이재혁과 이재희는 구미희의 조카로서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고 있었으나 그래서 이렇다 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였다. 쉬는 시간이면 이재혁은 이사장 방을 뒤지며 어리광을 부렸으나 이재희는 강서영을 만났다. 강서영이 이재희를 살갑게 대했던 것이다.

이재희는 강서영에게 상림그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 이야기를 했다. “그룹에 소송 중인 골칫거리가 있다고 했어, 우리 학교 선배이기도 한 정철주가 5년 전 현장실습 갔다가 많이 다쳐서 소송 중인데 그때 당시 현장 소장이 병철 삼촌인데 정철주 동생이 정영주래.”

정철주의 휠체어를 밀고 법정에 나타난 정영주. ⓒKBS

정영주는 이강훈 선생이 구미희 이사장의 심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학생들의 편에 서다가 교무부장 이한수의 눈 밖에 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영주는 용기를 내 이강훈 선생을 찾아갔다. “제가 그동안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희 형 재판 때문에 이사장 차에 화분을 던졌습니다. 저희 형이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다친 건데 학교는 학생이 아니고 회사 편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증언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강훈 선생이 정철주의 증언을 서려고 하자 이한수 교무부장이 말렸다. “정철주 재판 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미 산재 승인도 다 끝난 건데,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징징대고 있는 거예요”

정철주는 상림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고 있었다. 상림건설에서 정철주의 사고를 산재로 처리해 주었지만, 산재보상은 업무상 재해가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했는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지급되므로 최소한의 보상이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남거나 사망의 경우 보상액이 너무 적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하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에는 사업주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업주의 과실이란 기계의 고장 등 직접적이고 쉽게 찾아질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교육이나 사업주의 안전 보호조치가 미흡했다면 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림건설에서는 회사에서는 잘못이 없는데 정철주가 돈을 더 받아내려고 꼼수를 부리는 거라며 맞서고 있다. 더구나 구미희는 화분을 던진 사람이 이재희가 아니라 정영주라고 믿고 있는데 강서영에게 정영주라고 증언만 해 준다면 강서영이 가고 싶어 하는 명문대에 4년간 장학생으로 특채시켜 주겠다고 했다.

강서영에게 명문대 특채를 약속하는 구미희. ⓒKBS

강서영이 화분을 던진 사람이 정영주라고 증언만 해 준다면, 정철주의 어머니와 담판을 지어 정철주의 소송을 취하시킬 것이고, 그래도 정철주의 소송을 계속한다면 정영주는 이사장 차에 화분을 던졌으므로 소년원으로 보낼 거라고 했다.

‘학교2021’은 다음 주에 끝날 예정인데, 드라마니까 정철주 재판에서 이강훈 선생이 기계를 바꾸라고 했는데 상림건설에서 기계를 바꾸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라는 증언을 해서 재판은 정철주의 승소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통계에 의하면 장애인의 88%는 후천성이라고 했다. 후천성 장애는 질병이나 교통사고 산재사고 등 각종 사고로 일어나는데 그 사고 속에는 ‘학교2021’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습생 안전사고도 포함된다.

실습생 안전사고에는 크고 작은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지만 지난해 10월 여수에서 일어난 실습생 사망사고는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여수 실습생 사망사고. ⓒ네이버 뉴스

지난 2021년 10월 6일 여수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던 A 학생이 레저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하던 중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A 학생은 마리나 선착장에 계류 중인 요트에서 이물질(따개비) 제거작업 중 잠수장비가 헐거워 재결착을 위해 공기통과 오리발을 풀었으나 허리에 찬 납 벨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수중으로 가라앉아 변을 당했다고 한다.

A 학생의 사망사고로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진행했으며, 다수의 위반사항이 발견돼 업체 관련자 등이 입건되었다. 재해조사 및 감독 결과에 따르면 사업주는 현장 실습생이 잠수 관련 자격이나 면허, 경험 또는 기능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따개비 제거작업을 위해 잠수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사망 학생 혼자서 작업을 수행 중이었고 현장 지도교사나 안전요원 등 추가 인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잠수작업은 18세 미만인 자가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용금지 직종’으로 분리돼 있다고 한다.

희생된 학생의 연령이 이에 해당해 위법에 해당한다. 설령 18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작업에서 당연히 갖춰야 할 안전대책이 전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사건은 분명 인재라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 해경은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법제처

산업재해로 장애인 되기도 하지만, 장애인은 보건복지부 소관의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하고, 산업재해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障碍)라고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장해(障害)라고 한다. 왜 장애와 장해로 다르게 표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있어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A 학생은 이미 죽었고 정부의 대책이란 사후 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런데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이미 잃어버린 소는 어쩔 수 없지만 또 다른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실습생의 안전사고뿐 아니라 모든 문제는 사전에 점검하고 또 점검해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사고는 제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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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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