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 2층 갤러리에서 ‘보다, 느끼다, 즐기다’ 개인전을 연 정윤경 작가.ⓒ에이블뉴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여름, 피부질환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방문했다. 여느때와 같이 휴대폰을 하거나 허공을 쳐다보며 ‘멍’을 때리다, 벽 한 쪽에 걸린 그림에서 멈췄다. 특별함이 없는 아주 평범한 그림인데, 왠지 계속 눈길이 갔다. 보면 볼수록 눈길이 가는 작품, 내 작품이 그랬으면 좋겠다. 코로나 속 스트레스가 많은 하루하루, 위로를 받았으면….

3일 만난 지체장애 정윤경 작가(56세, 여)는 개인전 ‘보다, 느끼다, 즐기다’를 여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전했다.

1988년 세종대학교에서 회화과(서양화)를 전공한 정 작가는 2009년 9월 ‘남북 korea 여성 오늘 전’(국회, 한전아트센터) 등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촉망받는 작가로 알려졌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10년전 장애등록을 한 정 작가는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장애인미술협회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매년 2~3회의 개인전을 포함한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정윤경 작가의 작품들.ⓒ에이블뉴스

장애인예술 활동으로는 장애인 창작아트페어,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전시, 한중일 장애인 미술교류전, 국제장애인미술교류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미술강사로 활동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라고.

“장애예술과 비장애예술 다른 점은 없어요. 그림작품에는 장애가 없잖아요, 장애인작가들도 위축되지 말고,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정 작가의 개인전은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가 주최하는 11월 ‘세상에 하나뿐인 전시’ 일환으로, 오는 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소재한 아음센터 2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 24점과 벽면디자인 2점 등 총 2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정윤경 작가가 전시장 벽면에 직접 디자인한 벽지를 붙이고, 그림을 설치한 ‘포토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에이블뉴스

특히 전시장 벽면에 자신이 작접 디자인한 벽지를 인쇄해 붙이고, 그림을 설치한 ‘포토존’도 마련했다고. 마치 안방에 걸어둔 그림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일상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힐링’을 주겠다는 목적이다.

“항상 전시장에 가면 분위기가 점잖잖아요. 사진찍기도 어렵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전시관은 죽었고요. 이 죽은 전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전 르누아루 전시장에 마련된 세트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시도해보려고요.”

3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 2층 갤러리에서 열린 정윤경 작가의 개인전 오프닝 전경.ⓒ에이블뉴스

정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상도 치유와 힐링이다. 누구든지 작품을 편안히 느낄 수 있도록 채도도 낮추고, 흙이나 꽃 등 자연과 주택 옆 길고양이 등의 일상도 담아내고 있다.

“제 목표는 앞으로도 많은 그림을 통해 대중들이 치유받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장애인미술협회 고민숙 회장은 "정윤경 작가님은 오랫동안 활동을 하시고, 후진을 위해 노력해 열심히 활동하는 장애인작가 제자들도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한점, 한점 작품을 내는 열정에 감동스럽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작품을 기대하겠다"고 축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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