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1’은 2016년에 방영했다. 그 후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성화로 2020년 1월 16일부터 ‘낭만닥터 김사부2’가 월화드라마로 방영했는데 지난 25일 화요일 16부로 끝이 났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 강은경 극본, 유인식·박수진 연출인데, 강원도 정선 국도변에 있는 돌담병원에서 벌어지는 써전(surgeon 외과의)들의 이야기다.

낭만닥터 김사부2. ⓒSBS

‘낭만닥터 김사부2’는 매회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국도변에 있다 보니 교통사고나 갖가지 사고 등으로 응급실은 항상 만원이다. 특히 금요일 밤에는 더…….

119 구급대에서는 북적이는 응급실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 하나를 데려왔다. 환자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왼쪽 대퇴부를 잘린 노동자였다. 환자는 대퇴를 잘린 고통인지 다리가 잘렸다는 상실감인지 연신 고함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응급실에서 배문정(신동욱 분) 등이 응급처치를 했고, 김사부가 잘린 다리에 관해서 묻자 119 구급대원이 가져왔다고 했다.

환자는 연신 울부짖으면서도 수술을 안 하겠다고 했다.

환자 : “수술을 해도 말짱해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비싼 돈을 들여서 왜 수술을 해야 합니까? 수술할 돈 없어요.”

배문정 : “산재 처리가 되면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은 덜 수 있습니다.”

배문정은 김사부에게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다고 보고했다.

김사부 : “환자가 수술을 거부 해? 왜?”

배문정 : “수술비가 없다고 수술을 안 하겠답니다.”

김사부 : “공장 측에서는 아직 아무 연락도 없고?”

여기서 잠깐, 산재나 교통사고 등의 사고로 갑자기 다쳤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처음에는 고통으로 울부짖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울부짖고, 그리고 난 다음에야 병원비 등 치료비를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산재나 교통사고 등의 경우 대부분의 치료비는 보험사에서 지급하게 되므로 본인이 치료비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고, 그리고 사고 직후에는 고통과 허탈에 빠져서 치료비 같은 것은 돌아볼 겨를도 없다.

그런데도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는 왜 환자가 치료비 때문에 수술을 안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을까. 드라마가 끝난 후 산재장애인 몇 명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산재 환자가 왜 치료비를 걱정하느냐며 드라마 내용이 이상하다고 했다. 글쎄 그 문제는 필자도 잘 알 수 없다.

아무튼 환자의 아내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아내는 환자의 다리에 덮인 이불을 들춰보고는 울부짖었다.

아내 : “그러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제 어떡해?”

아내는 남편의 침대 모서리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수술 받기를 설득하는 김사부. ⓒSBS

아내는 남편의 침대 모서리를 잡고 통곡하면서 “어떡해? 어떡해?”만 부르짖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족 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사고를 당했을 때, 아내나 아들딸은 어쩔 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기만 한다. 언제부터인가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남자에 국한 되지는 않고 여자인 경우도 많지만.

그리고 사고에 대한 가족들의 고통은 세월이 약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날의 고통은 서서히 무디어지고 상처에는 딱지가 앉아 아물게 된다. 그러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그 세월이 빠르면 2~3년 그리고 늦으면 10년쯤 걸리기도 한다.

아내가 왔다는 소식에 김사부가 환자를 찾아왔다.

김사부 : “어머니, 울기만 한다고 답 안 나옵니다. 환자분 빨리 수술 받으세요.”

환자 : “다시 붙인다고 해도 100% 회복은 안 된다면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수술에 몇 천만 원씩 꼴아 박을 돈도 없고, 뒷감당할 자신도 없습니다.”

김사부 : “돈 때문에 다리를 포기하시겠다!”

환자 : “어떡해요. 내 팔자가 이런걸. 그냥 재수 없다고 생각해야죠. 어쩔 수 없죠.”

김사부 : “이것 봐요. 지금 바깥에서 당신 아들 다 듣고 있어. 아버지로서 할 말이야? 돈이 없으면 다리도 포기하고 팔자 탓, 재수 탓이라고. 자포자기하는 그런 아버지보고 뭘 배우겠냐고요.”

어디선가 아이가 뛰어와서 두 손으로 김사부를 밀치며 대들었다.

아이 : “우리 아빠 혼내지 마세요. 우리 아빠 지금 아프잖아요”

아이의 말에 김사부는 어이없어했다. 아이 아버지 환자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결국 수술에 동의했다.

우리 아빠 혼내지 마세요. ⓒSBS

김사부는 환자의 절단 된 다리를 봉합하는 수술을 했다. 드라마에서 환자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절단기에 대퇴부를 잘린 것 같다.

대체로 깨끗이 절단된 것은 접합 수술이 가능하나 동맥과 신경 그리고 근육과 살점 등 모두가 짓이겨지거나 너덜너덜하게 뜯겨져 나간 경우에는 절단을 해야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이나 다리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 놓기 위해서 절단을 했다가 남은 상처 부위에서 괴사가 일어나서 2차 3차 수술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환자는 절단 부위가 깨끗했기 때문에 김사부는 봉합수술을 했고, 수술을 끝낸 김사부는 휴게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마침 휴게실 한 쪽에서는 환자의 아내가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 : “제수씨, 우리 같은 공장은 원청도 아니고 하청에 하청인데 산채처리 그거 받기 힘들어요. 그래서 공상처리가 있는 건데, 산재처리 한다고 돈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병원이 무슨 봉사단체도 아니고 비싼 치료비는 그거 보험도 안 되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제수씨!”

물을 다 마신 김사부는 하늘을 향해 “컹컹컹”하고 짖었다.

아내는 놀라서 김사부를 돌아봤다.

아내 : “아 선생님, 우리 그이 수술은 다 끝났나요?”

김사부 : “네 수술은 잘 끝나서 이제 막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공장 관계자신가요?”

남자 : “제가 공장관리소장입니다.”

김사부 : “이 사람 말 들을 거 없어요. 그거 다 개소리예요”

공장장 : “아니 뭐요?”

공상처리를 하라고 꼬드기는 공장장. ⓒSBS

김사부 : “수술 전에도 설명해 드렸지만, 남편은 신경적인 문제로 어떤 장애가 남을지 모르는그런 상황인데, 산재처리라도 해 놔야 나중에 장해등급에 따라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텐데 공상처리가 되면 그런 보상을 받기도 힘듭니다.” *필자 주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장애(障碍)가 아니라 장해(障害)라고 함.

공장장 : “아 글쎄, 우리는 하청에 하청이라 산재처리가 안 된다니까요!”

김사부 : “안 되기는 뭐가 안 돼요? 3일 이상의 부상이나 질병 사망에는 산재처리를 해야 된다고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솔직히 당신 그거 해주기 싫은 거잖아. 산재처리하면 산재보험료 올라가고 업장 점수 깎이니까. 안 그래요?”

아내 : “네에? 정말이에요”

공장장 : “제수씨 그런 게 절대 아니에요. 나는 제수씨가 잘 모르니까 알려 주러 온 거지.”

김사부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구슬려서 공상처리 했다가 나중에 실사에 걸리면 과태료만 1천5백인 거 알고 계시나?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그 돈 다친 사람에게 위로금이라도 드릴 것이지 어디서 잔머리나 굴리 쌌고, 이 뭐하는 짓이야. 창피하지도 않아요?”

공장장 : “뭐 잔머리? 내가 언제 잔머리를 굴렸다고 그래?”

김사부 : “잔머리가 아니면 잔대가리세요?”

공장장 : “뭐 잔대가리! 이 봐 당신 몇 살이냐?”

김사부 : “이 봐요. 사람이 다쳤어요. 그랬으면 최소한의 도리는 해 놓고 회사 입장을 말하든가 말든가, 당신도 한 가정의 아빠고 가장일 것 아니에요. 미안함을 못 느끼면 최소한 안타까운 척이라고 하던가!”

김사부 : “그런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와요? 내 나이요? 나 64…….”

노소를 따지는 관습 때문일까? 거기서 나이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김사부 즉 한석규가 자신의 생년월일을 대는 바람에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누구나 직장인이 되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4대 보험인데 이 가운데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부담하고 나머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업주와 근무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산재보험은 우리나라의 경우 1963년에 제정되었는데 이때는 5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어 혜택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았다. 그러다가 1965년에 와서야 2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고, 2000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었다. 2018년에 들어서는 상시근로자 1인 미만까지 그 적용이 확장되었다. 정식으로 사업필증을 내는 사업장이라면 어디든지 적용되는 보험이다. 예전에는 노동청에서 관장하다 1995년에 근로복지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되었다.

산재보험은 업무상으로 발생한 모든 재해에 대해 재해자의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을 하고 있다. 단 고의의 사고는 제외다.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이는 상용근로자뿐 아니라 일용근로자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부분이다.

공장장에게 따지는 김사부. ⓒSBS

그러나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도 보여주듯이 많은 하청업체들이 원청에 피해가 간다고 하면서 산재를 거절하는 일이 많아 하청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더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업무상 재해가 나더라도 119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119를 이용하면 공식 기록이 남으니까 회사 내의 차량을 이용해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 이를 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산재보험인데, 보험처리 없이 사업주가 적당한 금액을 재해 근로자에게 보상하는 것을 공상처리라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산재처리를 해야 나중에라도 추가적인 문제 등으로 보상을 받을 수가 있는데, 공상처리를 하면 나중에 추가에 대해서 다시는 보상을 요구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도 사업주가 공상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산재처리를 하게 되면 보험수가가 올라가고 사업장의 점수가 깎이므로 관급 공사 등을 수주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도 공장장이라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아내에게 하청이라서 산재처리가 안 될 뿐 아니라 산재처리보다 공상처리를 하는 것이 더 낫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물론 공장장의 거짓말을 김사부가 여지없이 까발리는 등 산재처리와 공상처리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려 주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시국이 하 수상하니, 공상처리를 했을 경우 나중에 사업장이 통폐합이라도 하게 되면 공상처리에 관한 서류 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추가적인 재발 등에 따른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공상처리를 했더라도 추후에라도 산재로 전환은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혹시라도 ‘낭만닥터 김사부2’를 못 봤더라도 근무 중에 사고를 당했을 경우 업주의 꾐에 빠져 공상처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싶다. 그리고 잘 모른다면 변호사 또는 공인노무사, 그리고 산재장애인협회 등 전문가와 상의해서 결정했으면 싶다.

그리고 업무상 재해로 다치는 사람은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이 더 많다. 그렇게 다쳐서 후천적 장애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비장애인일 때 ‘나 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준다면 만약의 경우에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으련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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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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