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나로 하여금 푸른 초장에 눕게 하시며

잔잔한 물가로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시도다

진실로 선함과 인자하심이 인자하심이

나의 사는 날까지 나를 따르리니

내가 내가 여호와 전에 영원토록 영원토록

영원토록 거하리로다

진실로 선함과 인자하심이 인자하심이

나의 사는 날까지 나를 따르리니

내가 내가 여호와 전에 영원토록 영원토록

영원토록 거하리로다

아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시편 23편인데 정재문이 부른 노래는 나운영 곡이다. 그동안 시편 23편은 책에서뿐 아니라 노래로도 무수히 많이 들었지만, 가까이서 육성 테너로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 소리는 그야말로 영혼의 울림이었다.

정재문 석사 졸업 독창회. ⓒ이복남

지난 12월 6일 저녁 7시 30분 고신대학교 한상동홀에서 있었던 테너 정재문 석사과정 졸업 독창회다.

정재문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초·중·고는 부산맹학교를 졸업했다. 맹학교를 다니면서 피아노와 성악을 했고 베데스다원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다니는 사직동교회에 어느 날 페로스 합창단이 와서 노래를 했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 페로스 합창단은 사직동교회 안민 장로가 지휘하는 합창단인데, 안민 장로는 당시 고신대학교 교수였고 현재는 총장이다.

이를 계기로 정재문 씨는 고신대학교 교회음악과에 입학해서 성악을 공부했다. 정재문 씨가 어릴 때는 제대로 된 점자 악보가 없어서 어머니가 직접 점자 악보를 만들었다고 했다.

대학을 다닐 때는 기숙사에 살았고 학교에는 생활도우미와 학습도우미가 있어서 별 불편이 없었다고 했다.

정재문 씨는 계속 공부를 할 예정이라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이번에 석사 졸업을 하게 되었다.

필자도 잘 몰라서 대학원 졸업 논문은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더니, 교회음악전공은 논문이 아니라 1시간 정도의 독창회로 대신한다고 했다.

정재문과 교수님들. ⓒ이복남

예전에는 대학원 졸업 발표회에는 학부생들이 필수로 참석했다고 하던데, 요즘은 그런 거 없단다. 오히려 당사자의 지인들이 참석한다고 했는데 정재문 씨 독창회에는 부모님과 할머니 등 가족들과 지난날 정재문 씨를 가르쳤던 맹학교 선생님들, 교회 합창단 그리고 정재문 씨의 지인들과 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정재문 씨의 독창은 안선애 선생의 반주로 진행되었는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비롯하여 하이든의 천지창조 중 ‘고귀한 위엄 지니고’( Mit Würd' und Hoheit Angetan), 커티스( E.D.Curtis)의 ‘나를 잊지 마세요’(Non ti scordar di me) 김효근의 ‘첫사랑’ 등 외국곡과 우리나라 곡을 한 시간 정도 노래했다.

한 곡이 끝날때 마다 관객들은 우레 같은 박수와 부라보를 외쳤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정재문이 교수들과 사진을 찍었고, 정재문이 가족들과 기념 촬영하는 틈에 이홍길 지도교수를 만났다. 교수님들은 무대 뒤에서 있었다고 했다.

필자 : “혹시 졸업 독창회에서 탈락하여 졸업을 못 하는 경우도 있나요?”

이홍길 교수 : “그런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독창회를 하는 학생들은 이미 졸업이 예정된 사람들이니까요.”

필자 : “정재문 씨의 독창회는 어떠했나요?”

이홍길 교수 : “재문이는 뛰어난 실력이고 상당히 유능한 편입니다. 유학을 준비 중인데 아직 학교는 안 정해졌습니다.”

필자 :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면서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홍길 교수 : “가끔은 재문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습니다. 이제 못 만나게 된다는 것이 아쉽지요.”

필자 : “혹시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아세요? 예전에 오영인 씨도 이 학교를 나왔는데.”

이홍길 교수 : “아, 제가 오영인하고 동깁니다.”

오영인 씨도 시각장애인인데 고신대학교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고,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신대 한상동홀 계단. ⓒ이복남

필자 : “고신대학교를 처음 왔는데, 여기 오는데도 계단이 엄청 많고 장애인 편의시설은 전혀 안 되어 있던데 그동안 지체장애인 학생은 없었나요?”

이홍길 교수 : “죄송합니다. 건물이 오래되어서……. 아직 지체장애인 학생은 없었습니다.”

정재문 씨가 가족 친지들과 모임이 있는 것 같아서 필자는 인사만 하고 인터뷰는 나중에 전화로 했다.

필자 : “먼저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졸업하신 소감은 어떠세요?”

정재문 : “글쎄요. 시원섭섭합니다.”

필자 : “선곡은 어떻게 하셨어요?”

정재문 : “선곡은 제가 하고 나중에 교수님께 승인을 받았습니다.”

필자 : “독창회에서 반주하신 선생님은 누구예요”

정재문 : “피아노를 하시는 안선애 교수님인데 저의 음악 코치님이세요.”

필자 :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정재문 : “선배나 동기들이 잘 도와줘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필자 : “이제 졸업을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정재문 : “기회가 되면 유학을 갈 거고, 우선 시립합창단 등에 원서를 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찬양사역을 할 겁니다.”

조수미와 함께. ⓒ정재문 제공

필자 : “독창회 팸플릿에 보니까 조수미와 만났다던데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정재문 씨 : “조수미 선생님은 몇 년 전 세종시에서 배리어프리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뵙고 지난 번 함안에서 두 번째 뵈었습니다.”

지난 11월 12일 경남 함양군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조수미 통합놀이터’ 기부행사를 가졌다. ‘조수미 통합놀이터’는 휠체어그네를 비롯하여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로 조수미가 기부하는 행사다.

‘휠체어그네’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도 휠체어를 탄 채로 안전하게 그네를 탈 수 있는 특수 제작된 놀이기구로 조수미 씨가 지난 2012년 호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휠체어 그네를 접한 후 2014년부터 사비를 털어 장애아동시설을 비롯해 창원시, 세종시, 김해시, 서울시 등에 장애인 휠체어그네를 기부해 왔다.

이번에 함양군에 ‘조수미 통합놀이터’를 기부하게 된 것은 소프라노 조수미가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홍보대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부행사에는 시각장애인 정재문 씨가 초대되었다.

정재문 : “그날 조수미 선생님 앞에서 ‘오솔레미오’를 불렀는데, 보고 계시던 조수미 선생님이 감동을 받았다면서 같이 불러 주셔서 저로서도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정재문 씨가 그의 바람대로 공부도 계속하고 찬양사역도 하면서 그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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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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