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대한민국 장애인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박광해 씨가 수상작 ‘소동파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에이블뉴스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난 박광해 씨(71세, 지체1급)는 6·25전쟁 시절인 3살 무렵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아마비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장애로 인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퇴한 그는 좌절 속에서도 한학을 배우며 한의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23살 때 전국 한의사시험에서 ‘학력 미달’로 자격이 박탈되며, 다시 방구석으로 들어갔다.

한학을 배우며 익힌 붓글씨가 유일한 친구였다.

그의 부모 또한 장남인 박 씨의 소아마비를 고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전국에 있는 유명한 한의원은 모두 돌아다녔지만 ‘의료 기술상 완치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당시에는 예방주사도 없고, 편의시설도 없었어요. 장애인이라고 피하고 이상한 눈빛으로만 보고…서러움이 많았죠.”

16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1층 갤러리에서 열린 ‘제28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에서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박광해 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당선 소식에 너무 기쁘고 감동스럽다”고 환하게 웃었다.

16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1층 갤러리에서 열린 ‘제28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에서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박광해 씨.ⓒ에이블뉴스

“절망 속 저의 친구는 서예였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서당 한번 안 가보고 시작했던 서예가, 무에서 유를 만든 겁니다.”

박 씨는 오랫동안 꿈꿔온 한의사를 포기한 후, 당시 장애인이 할 수 있던 시계수리업, 사진관, 도금 공장 근무 등을 거쳤다.

26살 되던 해 인장업을 선택했고, 현재까지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93세 노모와 함께 ‘동원당’을 운영 중이다.

박 씨는 한학을 배우면서 익힌 서예로 틈틈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1982년 경남 서예 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1985년 밀양 아랑제 경서대회 금상, 1992년 서라벌에술제 서예 부문 입상, 2001년 한성미술대전 특선 등 무려 20여개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

“비장애인들과 경쟁해서 당당히 상을 타곤 했어요. 장애인 관련 수상은 이번이 2번째입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하고, 노령인 그가 누워 엎드려 작품생활을 하다보니 건강상의 이유로 창작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모포 깔고 누워서 하다보니 옆구리도 아프고 척추도 에스자더라고요. 시야 또한 코앞에서만 보니까 눈도 많이 나빠지고…”

16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1층 갤러리에서 열린 ‘제28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미술대전’에서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박광해 씨.ⓒ에이블뉴스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다시 용기 내 붓을 든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개인전이란 목표까지 세웠다.

“늦게나마 그동안 쓴 글들을 모두 모아 전시회를 하고, 주위 분들에게 당당하게 제 글씨를 뽐내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특히 그는 한평생 자식 걱정으로 살아온 93세 노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치매로 흐려져가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쓰시는 저의 어머님께 영광을 바치고 싶습니다.”

박 씨는 이번 대회 수상을 첫 단추로 서예활동에 전념과 함께 목각, 서각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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