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는 지난 4일 토요일 밤에 40회로 끝이 났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필자가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중간쯤에 나왔는데 차일피일 하다가 그만 끝이 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MBC 토요드라마는 언제부터인가 30분 단위로 중간 광고를 하고 하루에 4회를 하므로 예전 같으면 20부작이다.

‘엄마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들.

엄마가 되는 순간에 감내해야 하는 수치스러움들.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함께 겪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기획의도의 일부이다.

소재원 극본, 김민식 연출의 이 드라마는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여자로 태어나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 바로 이 시대의 여자와 엄마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다른 두 여자의 동거를 통해 엄마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 엄마가 되는 순간에 감내해야 하는 수치스러움을 함께 겪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별이 떠났다. ⓒMBC

그러나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여자에서 엄마로 가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임신중독증과 신장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다.

21살의 미대생 정효(조보아 분)는 아버지 정수철(정웅인 분)이 금이야 옥이야 기른 외동딸인데 학교 근처 원룸에서 혼자 산다. 어느 날 소화제를 사러 약국에 들렀는데 약사가 건네 주는 소화제를 먹다가 토하고 만다. 약사는 큰 일 날 뻔했다며 소화제가 아니라 임신테스트기를 권한다.

임신이었다. 상대는 같은 21살의 미대생 한민수(이준영 분)였다. 한민수가 정효를 좋아했지만 임신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지만 고민꺼리도 아니었다. 임신은 아기를 지워야 하는 골칫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효는 아닌 모양이다.

정효에게도 임신은 뜻밖이었지만 선뜻 낙태에 동의하지 못한다. 정효는 방황하고 고민하면서 망설이다가 가방을 챙겨서 어떤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 집은 한민수 엄마 서영희(채시라 분)의 집이었다. 서영희는 공대를 나와 한 때 잘 나가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러다가 민수 아빠 한상진(이성재 분)을 만났고 한상진이 항공사 기장이 되자 아들 민수를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런데 한상진이 스튜어디스와 바람이 나서 딸을 낳고 딴 살림을 차리자 아내라는 자리를 빼앗겼다. 엄마라는 자리에 몰두하였으나 민수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아들마저 내치고 아파트에 혼자 움츠린 채 칩거하고 있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저 이집에서 살려고 왔어요.”

3년 째 문 밖 출입도 안한 채 창문엔 커튼을 드리우고 먹을거리는 시누이가 문 밖에 장바구니를 놓고 가는 상황인데 임신한 정효가 찾아와 같이 살겠다는 것이다.

서영희는 안된다고 했으나 정효는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 왔다. 아내는 빼앗긴지 오래고 엄마로 살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 삶을 포기한 여자 서영희다. 그런데 이제 막 엄마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정효가 동거를 자처한 것이다.

채시라와 조보아. ⓒMBC

처음에는 서영희도 정효에게 낙태를 종용했으나 수술대에 누운 정효는 뱃속의 생명에 애착을 느낀다. 그래서 서영희와 정효는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서영희는 남편 한상진이 스튜어디스 김세영(정혜영 분)과 바람이 나서 딸까지 낳고 딴 살림을 차렸다는 것을 알고는 이혼을 결심했었다. 그러다가 마음이 바꿔 이혼을 못하겠다고 버티며 아들 민수까지 쫓아내고 혼자 칩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효가 서영희를 찾아 온 것은 마땅히 갈 데도 없었거니와 한민수와 아버지 정수철로부터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 딸이 임신을 하고 사라졌다고?.....”

정효의 아버지 정수철은 기를 쓰고 정효를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서영희가 정효를 데리고 제주도로 갔다는 것을 알고는 한상진과 민수와 같이 제주도로 정효를 찾아갔다.

어느 카페에서 서영희와 정효를 만났다.

“정효야! 아니지 임신 아닌 거지?”

“아빠 그게…….”

“넌 아이를 낳으면 안 돼, 괜찮아 지우기만 하면 아무 문제없어, 예전처럼 살 수 있어, 가자!”

너는 아이를 낳으면 안 돼. ⓒMBC

정수철이 정효의 손목을 잡아끌자 정효는 싫다며 아빠 정수철의 손목을 뿌리쳤다. 그러자 정수철은 정효의 뺨을 때리고 정효가 쓰러지자, 서영희는 정효를 가만 놔두라며 정수철의 뺨을 때렸다.

“아기에겐 태어날 권리가 있어. 나 역시 내 인생을 택할 권리가 있는 거야. 난 아이의 권리를 지켜주고 내 권리도 지킬 거야.”

정효의 당찬 목소리다. 그러나 정효는 자신을 홀로 키운 아버지도 위할 줄 아는 효녀다. 그렇지만 정효는 아이에게 '소명'이라는 태명까지 지어주며 결심을 굳혔다. 정효는 아빠에게서 받은 사랑의 기억을 되새기며 아기에게도 그런 엄마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정수철은 화가 나서 정효에게 의절을 선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보통의 아빠라면 그 누구라도 결혼도 안 한 21살 대학생 딸의 임신을 반대 했을 것이다.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임신한 여대생 자신도 임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낙태를 고심했을 것이다.

‘이별이 떠났다’에서 임신한 정효는 아이 낳기를 고집하고 시어머니가 될 서영희도 정효에게 동조하고, 결국에는 남자친구 민수도 수긍을 하고, 시아버지가 될 한상진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효 아빠 정수철만은 한사코 낙태를 고집했던 것이다.

시청자들도 의아했을 것이다. 정효 자신도 아이 낳기를 고집하고 모두가 정효의 임신에 대해서 수긍을 하는데 유독 정효 아빠 정수철만은 결사적으로 낙태를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그렇까?

이준영에게 이유를 털어 놓는 정웅인. ⓒMBC

정수철은 아이 아빠 한민수를 만나서 다짜고짜로 물었다.

“정효를 위해 칼로 배 쨀 수 있어?”

배를 째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한민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정수철은 상의를 들어 복부에 있는 수술자국을 보여 주었다.

“정효 엄마 때문이야!”

정효 엄마가 임신중독증 때문에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결국 자신의 신장 하나를 이식했다는 것이다.

“이게 유전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나한테는 신장이 하나뿐이라 정효에게 신장을 줄 수가 없다, 정효에게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쩔 거야. 네 신장이 맞는다면 넌 줄 수 있어?”

한민수는 그렇다면 수술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아내를 사랑했다면 아기는 포기하는 게 맞지 않나요? 전 적어도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기보다 정효가 더 소중합니다.”

정수철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정효 엄마를 잡기 위해서 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효 엄마는 정효를 낳고 남편 정수철의 신장 하나를 이식 받았으나 남편에게 치를 떨며 이혼을 했다.

이준영과 조보아의 결혼식. ⓒMBC

정효가 다니는 산부인과에게서는 보호자 서영희를 불렀다.

“눈이 잘 안 보이고 배가 아프다고 안 하나요?”

정효는 눈이 잘 안 보이고 가끔 배도 아프다고 했었다.

“임신하면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의사는 눈이 잘 안 보이고 가끔 배가 아플 뿐 만 아니라, 단백뇨도 보이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 임신중독증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효가 아이를 고집하자 한민수는 서둘러 결혼식을 치렀다. 몇몇 가족들만 모인 슬픈 결혼식이었다.

‘이별이 떠났다’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어떤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임신중독증은 우리사회에서는 흔치않은 병이고 그래서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더니 실제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개그맨 A 씨의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뒤 임신중독증으로 신장에 무리가 와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신 34주 만에 태어난 둘째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뇌성마비 치료를 받았는데 그로인해 오른손과 오른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이란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을 말하는데 전자간증이라고 한다.

‘전자간증(임신중독증)은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을 말한다. 고혈압과 동반되어 소변에서 단백 성분이 나오거나 혈소판 감소, 간 기능 저하, 신장 기능의 악화, 폐부종, 두통, 흐린 시야 등의 동반 증상이 생기면 전자간증 또는 자간전증이라 한다.

자간증이라는 것은 임신 중에 고혈압성 질환을 원인으로 경련,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이 질환은 산모에게 전신경련-발작, 혈액응고 이상, 신장기능의 이상, 출혈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태아에게는 발육부전, 조산, 자궁내 태아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산모는 발작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며, 간 파열, 뇌출혈, 실명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들이 발생하므로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병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는 임신중독증상이 나타나 가족들은 초긴장 했다. 정수철은 서영희가 시키는 대로 한민수와 같이 오래 전에 헤어진 정효의 친엄마를 찾아가서 용서를 빌고, 정효가 입원한 병실으로 데려와서 정효와 친엄마가 눈물의 화해를 하게 했다.

소명이의 출생. ⓒMBC

서영희와 한민수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신장 검사를 했는데 웬일인지 정효 신장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한상진에게 검사를 해 보라고 했으나 한상진은 싫다고 했다.

“한쪽 신장을 떼어내면 다시는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

그래서 한상진은 서영희와 한민수로부터 엄청난 질타와 원망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서영희가 한상진과 이혼을 결심하자, 한상진의 첩이었던 김세영이 검사를 한 후 자신의 신장을 정효에게 주겠다고 했다.

정효는 서영희가 이혼한다는 것을 알고 “아줌마(김세영)는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지 않느냐”고 했었다. 그 말에 쇼크를 받은 김세영은 정효의 말처럼 가져본 적이 없으므로 먼저 잃어 보겠다는 것이다. 정효에게 신장 기증을 자처하여 과거에 대한 면죄부라도 얻어내려 한 것일까.

다행히 정효는 임신중독증을 잘 견뎌냈고, 임신중독증은 크게 악화되지는 않아서 정효는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따라서 김세영은 정효에게 신장 하나를 떼 주지 않아도 되었다.

신장 기능이 악화되어 혈액투석을 받으면 신장장애 2급이고, 한쪽 신장을 누군가로부터 공여 받으면 신장장애 5급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주고 장기를 사고파는 등 장기매매는 불법이다. 따라서 신장장애 5급은 누군가의 공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신장 하나를 이식 받은 사람은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한다. 공여자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한쪽 신장을 떼어 낸다 해도 별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자식이 아닌 이상 자신의 장기 즉 신장 하나를 누구를 위해서 선뜻 떼어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신장 공여자는 물론이고 장애인계에서도 오래전부터 신장 하나를 공여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신장장애 5급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고 내년이면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하니 이 문제는 앞으로 어찌 될거나.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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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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