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하며 인의예지가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불인지심(不忍之心)'은 남의 불행을 마음 편하게 그대로 보아 넘기지 못하는 마음이다. 동정심 혹은 연민의 마음이다.

맹자는 불인지심을 언급하면서 이 마음을 통해 인의예지가 천성적인 것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맹자의 불인지심이 아니라 해도 ‘친절과 배려’는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덕목이자 사랑이다.

부산 mbc 홈. ⓒ부산 mbc

특히 사회복지 내지 장애인복지는 기본적으로 ‘친절과 배려’가 전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길을 가다가 길이 미끄러워 넘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못 본체 그냥 지나간다면 사회가 야박하다는 생각에 씁쓸할 수가 있다.

그 때 길을 가던 한 사람이 다가가서 “도와 드릴까요?” 친절하게 물었다. “아니오,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괜찮다고 대답한 장애인은 그 사람의 친절과 배려에 감사하면서 그래도 사회가 날 버리지 않았구나 싶어 가슴 뿌듯할 수도 있다.

선생님의 당부. ⓒ네이버 블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웃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의 탓만 하는 극단의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이런 사회를 향한 부산문화방송의 ‘친절과 배려’ 캠페인은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필자가 텔레비전에서 ‘친절과 배려’ 캠페인을 보고 너무 놀라서 부산 mbc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았으나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두 번이나 전화를 했으나 잘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동영상이 있었는데 ‘친절과 배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교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소속된 제이엠엔터테인먼트 블로그였다.

‘친절과 배려’ 캠페인 첫머리에서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선생님(김하영 분)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학생들 앞에 섰다.

친절하지 마세요. ⓒ네이버 블로그

“여러분, 오늘 선생님이 아주 중요한 것을 알려줄 거예요. 기억하세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기억하라고 당부까지 한다.

“친절하지 마세요. 친절을 베풀어도 여러분에게 돌아오는 건 없어요.”

선생은 학생들에게 친절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배려하지 마세요. ⓒ네이버 블로그

“배려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건 귀찮기만 하거든요.”

선생은 배려하지도 말고 자신만 생각하라고 했다. 선생은 ‘친절과 배려’라는 인간의 덕목이자 사랑에 대한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았다. 그러나 설마 방송에서 친절하지 말고 배려하지 말라고 가르치겠는가.

이쯤에서야 ‘친절과 배려’에 대한 캠페인을 하는 목적이 나온다.

선생님은 왜 친절하세요. ⓒ네이버 블로그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럼 선생님은 왜 저희한테 친절하세요?”

선생은 웃으면서 천천히 대답했다.

“선생님은 여러분을 사랑하니까요.”

이어서 대합실에 서 있는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친절하지 마세요’는 자막이 나오고, 관광지에 서 있는 외국인에게도 ‘배려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러면서 ‘단, 부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단, 부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네이버 블로그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도시 부산을 사랑한다면 다시 한 번 웃어 주세요. 한 번 더 배려 해 주세요.”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나온다.

그리고 외국인과 아이들이 같이 바닷가를 걸으면서 ‘친절과 배려 당신이 부산입니다’는 자막으로 ‘친절과 배려’ 캠페인은 끝이 난다.

이 캠페인을 보고 누구에게서나 나올법한 말은 ‘나는 부산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친절하지 않아도 되고 배려하지 않아도 되겠네.’가 아닐까 싶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최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관광 사업이 경쟁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도 부산을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친절과 배려.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또 하나 청각장애인들은 역설법이나 반어법, 부정문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가 청각장애인 A와 수어통역사 B와 함께 한 청각장애인 단체의 실무자 C를 만났는데 C는 수어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C가 A를 보고는 첫 인사가 “당신이 이렇게 잘 생긴 줄 미처 몰랐어요.”라고 했다. 물론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아 듣고 이해 할 말이다.

그러나 수어로 C가 한말은 ‘당신, 이렇게, 잘 생긴 줄, 미처, 몰랐다’인데 그 말 청각장애인이 무슨 수로 알아듣겠는가 말이다.

C와 헤어진 후 수어통역사 B가 물어보니 A는 C의 수어를 무슨 말인지 몰랐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당신 미남자’라는 수어와 얼굴 표정을 보면 누구나 알아듣는다는 것인데 우리 말 어순으로 수어를 하니 모를 수밖에.

운전면허 2종 필기시험 합격점수가 70점일 때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이 70점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왜냐하면 시험문제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아닌 것을 고르라는 부정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려 수어. ⓒ한국수어사전

그런데 친절하지 마라, 배려하지 마라 해 놓고 ‘단 부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이란다. 이를 수어로 통역을 한다면 ‘단(뿐), 부산, 사랑 아니(아직) 면, 만약’이 되는데 이 말을 어느 청각장애인이 알아듣겠는가.

어느 수어 통역사가 ‘친절과 배려’에 대한 캠페인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몇몇 청각장애인들에게 이를 보라고 했단다. 다음은 ‘친절과 배려’ 캠페인을 본 청각장애인들의 느낌이다.

‘친절하지 마세요 이 말은 배려와 친절에 대한 내용 말이 맞지 않는것이 보입니다.’

‘친절을 베풀어도 여러분에게 돌아오는 건 없어요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나요?’

‘잘못된 교육광고로 부정한 사회가 났구나.’

‘수화방송 없어도 알기쉬운 자막내용 이해할수있으면 좋겠네요.’

‘친절·배려하지 마세요. 외국인이 부산을 스스로 사랑하도록 해두는 것입니다.’

‘외국인에게 너무 잘해 주면 의미가 없으니까, 외국인이 부산을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바른 마인드’

‘친절하지 마세요는 부정한 사회가 모순적인 홍보가 보입니다.’

‘착한 척한다고 놀릴지도 모른다는 것은(몰라요 라고 그런말하면) 홍보에(는) 별로 안 좋은게 아닌가요?’

‘광고는 이해하기 쉬운 멘트로 바꾸면 좋겠네요.

‘mbc 잘못 광고 중단해야해요.’

‘광고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잘못 실수 같다.’

청각장애인들이 보내 준 카톡. ⓒ이복남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이 글은 알고 핸드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보낼 수는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보내 준 카톡 내용을 보면 한글 맞춤법은 제대로 쓴 것 같고, 띄어쓰기는 좀 아닌 것 같다. 어떤 청각장애인의 글은 수어통역이 없으면 필자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었다.

청각장애인의 특성상 조사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어순이 우리말과 다를 수는 있지만 한글과 맞춤법을 아는 청각장애인들이 ‘친절과 배려’에 대한 캠페인을 역설이라고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된 홍보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외국인에게 잘 해 주면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친절과 배려’ 캠페인을 수어로 통역하자면 ‘부산 사랑하다. 배려하다’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어에서 배려란 마음 더하기 친절이다.

역설법이란 누구나 금방 알아듣고 호응할 수 있어야 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같은 시어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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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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