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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잇는 한국자수박물관 이정희 관장

무작정 서울 상경 중요무형문화재 한상수 선생께 자수 배워

장애인 엄마 때문에 상처 있는 아들이 자랑스러워해 기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4-20 09:20:06
한국자수박물관 이정희 관장. ⓒ이정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자수박물관 이정희 관장. ⓒ이정희
전북 진안군은 지난해 11월 25일 마이산에 자수, 부채, 한지, 공예품 등 다양한 전통공 예품을 전시, 체험하고 그 분야의 명인 9명이 시연하는 명인명품관을 개관하였다. 명인명품관은 부채동, 자수동, 한지동의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수동이 바로 한국자수박물관이다. 이곳 관장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정희(54세) 한국자수공예가가 임명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Q:한국자수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했을 때의 기분은.

비장애인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책임감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제일 신나하는 건 10살 된 아들이다. 학교에서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장애인 엄마 때문에 상처를 갖고 있는 아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나도 기뻤다.

원래 입주를 해서 살려고 했으나 아이 학교 문제도 있고, 이곳은 편의시설이 없어서 내가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요즘은 주말에만 근무를 한다.

Q: 17살에 자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가 마비되어 걸어다닐 수 없어서 집안에서 기어다니며 생활했다. 바깥 세상이 그리워 창문을 열어 놓고 몇 시간씩 창밖을 내다 보며 갇힌 생활을 하였다. 12살까지 외할머니댁에서 살다가 할머니가 연세가 드셔서 나를 더 이상 돌보지 못하게 되어 집으로 왔다.

손재주가 있어서 뜨개질, 바느질, 퀼트공예, 그림 등손으로 하는 것은 다 잘 했다. 당시 자수가 유행을 했는데 수를 놓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처음에 자수일을 하는 분께 배웠다. 주로 민자수였고, 일본자수도 했다. 그런데 도안에 실 색까지 정해 주는 자수에 흥미를 잃었다.

Q: 자수를 누구한테 배웠나.

자수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니 서울에 가면 자수를 가르쳐 주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다고 하여 무작정 서울로 와서 중요무형문화재 한상수 선생님이 운영하는 전수관을 찾아가서 자수를 배우겠다고 하였다.

그곳에는 나처럼 장애가 심하지는 않은 지체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그곳에서 궁중자수를 처음 보았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고풍스러 워서 매료되었다. 궁중자수를 꼭 배우고 싶었다.

전수관은 한옥이었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야 했다. 손에 동상이 생길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서 소변을 참는 일이었다.

그곳 에서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나를 왕따시켰다. 나에게 경주에 있는 공방으로 가라며 내쫓으 려고 했지만 나는 자수를 배울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을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이겨 냈다.

그곳에서 궁중자수뿐만이 아니라 장식, 생활용품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이 재개발 지역이 되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게 되어 나는 고향인 정읍 으로 내려왔다.

Q: 자수는 참 고단한 작업인데.

2년 동안 한 선생님께 배운 자수를 나 혼자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보통 하루 10시간 이상 자수를 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수가 예뻐도 공식적인 경력이 없는 나는 기술자일 뿐 장인이 아니였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품이 팔리지 않았고 판매해도 겨우 재료값만 받는 정도여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당시 여성 장애인은 한복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돈도 안 되는 자수를 괜히 했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견딜수 있었다.

Q: 자수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은.

공모전에 응모를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즈음 고창에 사시는 분이 와서 내 작품을 구매해 가셨는데 그분은 작품을 아주 신중하게 고르셨다. 그래서 참 좋았다. 내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졌다.

그분은 세 차례 내 작품을 구매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작품을 사서 자기 이름으로 응모를 하여 세 번 모두 상을 받았다. 같은 사람의 작품인데도 그 사람 이름으로 내면 당선이 되고 내 이름으로 내면 탈락이 되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감에 빠졌다.

그 사람은 내가 장애인이니까 도용을 해도 된다는 장애인을 얕보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를 삼을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인 인권 의식이 약해서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 묻을 수 밖에 없었다. 1996년에 전북전통공예작품 공모전에서 특선을 하며 인정을 받았고 그 후 필요한 자격증을 한 가지씩 확보하며 황실명장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한국자수박물관 관장 취임식. ⓒ이정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자수박물관 관장 취임식. ⓒ이정희
Q: <예다움> 운영.

2004년부터 전시회도 하고 사회 활동이 늘어났다. 나사렛대학교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학생 들에게 한국자수를 가르쳤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내가 대학 강단에 선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자수를 배우기 위해 고생했던 시절이 떠올라 장애인에게 한국자수를 가르치기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판매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장겸 가게 겸해서 예다움을 설립했다.

교육생이 10명 정도 되었는데 장애인이라고 나와 똑같은 의지와 열망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 일에 대한 치열함이 없었다. 예다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 창업자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 주는 제도가 있어서 시작을 한 것인데 예상 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빚만 지고 말았다.

Q: 백송이란 호는 언제부터.

나한테 한복을 지어 주는 언니가 한문을 많이 아는데 소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예술에 대한 순수함을 지키라고 백송(白松) 이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그 언니 덕분에 한복을 즐겨입고 미장원에 가기 힘들어서 머리를 길러 쪽을 지는 건데 한국자수 공예가로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는다.

Q: 특허 등록.

내 작품을 자기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사기를 당하고 나니까 내가 무지한 탓에 내 작품이 주인을 잃고 남의 집에서 가짜 이름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특허 등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넥타이, 발산주머니 등 작은 제품도 모두 신안등록을 하였다. 이런 일들은 변리사를 통해 해야 해서 비용이 발생한다. 나는 행정적인 일은 모른다. 그래서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장애예술인의 행정을 맡아 처리해 주는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물관에서 작품 시연하는 모습. ⓒ이정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박물관에서 작품 시연하는 모습. ⓒ이정희
Q: 어머니가 지지를 많이 해 주셨다고.

나는 장녀로 내 밑에 남동생 2명이 있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생 많이 하셨다. 가난한 시골에서 장애인을 키우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특히 내가 아기를 낳은 후 아들 용주를 키워 준 것은 부모님이다. 나는 낳기만 했지 아기를 돌볼 수가 없었다.

Q: 아들 얘기를.

나는 장애인에다 미혼모이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40대 중반에 임신을 하였다. 엄마는 아기를 지우라고 하셨지만 나한테 온 생명인데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출산을 하였다.

아이 아빠는 많이 배운 사람이었지만 무책임하고 폭력성이 있어서 결혼으로 묶였다면 어려움이 더 많았을 것이다. 용주가 5살 정도 되었을 때 자기 아빠는 누구냐고 묻길래 솔직히 다말해 주었다. 그 후는 아빠에 대해 말도 꺼내지 않는다. 아이는 모든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좌-아들과 함께 자수를 놓다 / 우-이석 님과 함께. ⓒ이정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좌-아들과 함께 자수를 놓다 / 우-이석 님과 함께. ⓒ이정희
Q: 전라북도 지정문화재(자수장) 심사 중이라고.

낙방하였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다만 낙방 사유가 활동력이 적다는 것이다. 장애 때문에 활동성이 적을 수밖에 없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활용할 인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도전할 것이다.

Q: 황실명장 전시회가 큰 성황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황실 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화려하고 중후한 멋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목표는.

한국자수박물관에 40여 작품 상설로 전시되고 있다. 6개월마다 일정 비율은 새 작품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루 종일 바늘을 들고 수를 놓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와서 어깨 통증에 시달린다. 요즘은 건강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용주도 수를 제법 잘 놓는다. 엄마 옆에서 늘 봐서 그런지 수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10살짜리 아들과 한국자수 삼매 경에 빠지곤 하는데 그 순간이 행복하다. 아들이 한국자수를 하겠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누군가는 한국자수를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데 재료비가 비싸다. 재질이 실크이고 실은 대량으로만 구입이 가능하다. 색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구입하려면 1천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들어간다.

수를 놓고 나서 작품으로 만들려면 목공예가 들어가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장애예술인들이 마음놓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정희 관장 대표작. ⓒ이정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이정희 관장 대표작. ⓒ이정희
이정희 관장

# 주요 경력

2000년 7월 국가기술자격증 자수기능사 취득 2013년 3월 대한민국 황실명장 선정 2014년 7월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 온고을전통공예대전 초대작가 나사렛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역임 (사)한국노동문화협회 전북지부장 외. 특허등록(특허제10-0827018) 비틀림 방지를 위한 자수 넥타이 실용신안등록(등록제0391506호) 발산 주머니

# 수상 경력

제30회 신사임당 기념대회 자수부 1등상(1998) 제13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2003) 2008 여성문화인상 신진여성문화인상 2010 올해의 장애인상(대통령상) 2011 제12회 전라북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동상 2012 제13회 전라북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동상, 제5회 대한민국 황실공예대전 특별상 2013 전라북도 공예품대전 장려상,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후원기관장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대통령상) 2014 전라북도 공예품대전 은상,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산업자원부장관상 2016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문화예술부문) 외.

# 개인전시회

제1회 04. 04. 06~04. 15(정읍예술회관) 제2회 07. 11. 15~12. 03(제1부: 나사렛대학교 제2창학관/제2부: 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제3회 09. 12. 16~12. 23(제1부: 오사카 한국문화원/제2부: 고베대학교발달과학부) 제4회 10. 04. 05~04. 16(한국예탁결제원 1층 문화갤러리) 제5회 10. 08. 30~09. 09(제1부: 정읍사예술회관/제2부: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 제6회 11. 11. 07~11. 18(제1부: 중소기업 중앙회/제2부: 부안 영상테마파크) 제7회 12. 10. 04~10. 20 (전주역 KTX역사갤러리) 제8회 13. 12. 04~12. 13(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미리내갤러리) 제9회 14. 11. 14~11. 19(중국 주중한국문화원 갤러리) 제10회 15. 11. 16~11. 21(주 베트남 한국문화원 갤러리) 제11회 16. 04. 27~05. 03 백송 이정희 초대전(서울 종로 대학로 이음센터 갤러리) 제12회 17. 10. 11~10. 20 백송 이정희 자수전-전통자수 맥을 잇다(정읍시립미술관 1층 갤러리) 외. 그 외 협회전, 회원전 총 75여 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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