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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화향유권 여전히 ‘이방인’

휠체어석 전화예매만 가능, 상영관 ‘턱’ 분노

문화향유권 배제 안 돼…사회적 책임 느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2-15 13:40:17
[2017년 결산]-③장애인 문화향유권

올해 2017년 장애계는 ‘약속의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과거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에 복지부 장관이 조문과 함께 민관협의체 구성 약속, 국토부 장관 또한 추석기간 저상버스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투쟁 보다는 ‘소통’과 ‘약속’의 훈훈함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 노동권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된 현안도 많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세 번째는 ‘장애인 문화향유권’이다.


현대 사회가 경제성장기를 거쳐 국민소득이 증가되고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문화향유’가 개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 건데요.

2015년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문화여가활동은 생활만족, 신체적 발달, 사회적 성격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 중요성이 큽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4조에도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함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생활 ‘잘’ 즐기고 계시나요?

‘잘’ 즐기지 못 하기 때문에 에이블뉴스의 10대 키워드에도 등장했습니다. 영화관 맨 앞자리에서 목이 아프게 봐야 하는 휠체어석, 편의시설이 부족한 공연장, 인터넷 예매가 불가능한 뮤지컬까지. 어쩌면 식상한 문제지만, 해결이 더딘 만큼 다시금 짚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연장 관람석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제곱미터 이상인 시설에 장애인관람석을 1% 의무 비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화공연 좌석제의 경우 휠체어좌석 선택 불가(사진 좌), 스탠딩석의 경우 휠체어좌석이 없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문화공연 좌석제의 경우 휠체어좌석 선택 불가(사진 좌), 스탠딩석의 경우 휠체어좌석이 없다. ⓒ에이블뉴스DB
장애인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한국뮤지컬협회 주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티켓을 구매하던 홍서윤씨(지체1급, 30세)는 올 초 황당한 대답을 전해 들었습니다. 티켓 오픈 날에 맞춰서 예매사이트를 켰지만, 휠체어석의 경우 일반석을 미리 예매한 후, 전화로 문의하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왜 전화로 해야 하냐”고 묻자, 담당자의 대답이었습니다. “휠체어석에 음향콘솔을 깐다”는 말과 함께 “휠체어석 장애인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휠체어석은 잉여처럼 남아돌아 음향콘솔을 깔기 위한 공간이 아닌, 장애인이 관람하는 공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콘솔을 까는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답했고요. 왜 용도가 분명한 휠체어석은 ‘잉여’가 돼야 하는 걸까요?

공연예술계에서의 장애인 인식은 여전합니다. 온라인예매시스템의 경우 대다수의 문화공연은 장애인관람석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좌석표시가 있더라도 선택 예매가 불가능합니다. 일부 경우만 유선연락을 통해 예매하라는 안내만 할 뿐이죠.

최근 직접 ‘인터파크 티켓’ 창을 확인해봤더니, 장애인관람석 정보 제공은 전무했습니다.

대작인 뮤지컬 ‘타이타닉’도 휠체어 예매 문의 유선번호가, ‘이웃과 함께 하는 따스함이 넘치는’이라는 타이틀로 장애인 할인을 강조한 컬투쇼 연말 콘서트도 휠체어석 예매는 기획사 전화예매로만 가능하다고 돼있습니다.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이 영화관에서 느낀 점을 털어놓고 있는 영상 캡쳐.ⓒ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이 영화관에서 느낀 점을 털어놓고 있는 영상 캡쳐.ⓒ에이블뉴스DB
"좌석에 앉아서 볼지, 휠체어에서 볼지 그 선택은 내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영화 관람을 즐기는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 또한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최신영화를 보기 위해 앞자리 2개를 예매했고, 휠체어에서 볼 것이란 이야기를 사전에 했죠.

하지만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 보니 10cm 이상의 높은 턱이 ‘턱’ 있는 겁니다. 어떻게 들어가냐고 항의하니, 직원들이 들어주겠다는군요.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끼리 ‘좌석에 앉혀서 보게 하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웃기죠. 나한테 물어봐야 하고, 나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건데요.” 결국, 남자 직원 네 명이 노 소장을 들어 올려 영화를 봐야했습니다.

아예 장애인관람석을 없애고 ‘안정상 위험을 감수하라’는 황당한 힙합공연도 있습니다.

장애대학생인 주모양(24세, 지체1급)은 힙합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온라인예매를 시도했으나, 장애인관객을 위한 별도 안내가 없어 공연 주최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주최 측은 본인이 안전상 위험을 감수해야하며, 별도 지정석이 배치된 패밀리석(가격차 약 8배)으로 예매하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17개 장애인단체들이 연합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공연 예약사이트 장애인관람석 및 편의시설 정보 표시, 야외 스탠딩 공연 등에서도 장애인관람석 배치 등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문화를 향유할 권리는 장애와 비장애로 구분되어서는 안 됩니다.

문화관련시설의 접근성 확보는 물론 해당시설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선택에도 장애로 인해 제한되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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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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