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휠체어맨인가? 휠체어 클론 이미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강원래의 시선(視善) -장애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2004년도에 KBS에서 근무하던 방귀희 발행인과 나 그리고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피디 홍성룡, 김영진 님, 한국일보 스포츠 기자인 천일평 님과 함께 장애인식바로잡기연구소를 만들어 한국인의 장애인 인식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었다.

첫 사업으로 2005년 국회의원의 장애인 인식, 다음 해인 2006년도에는 연예인의 장애인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연예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규모가 100명이었는데 100명 넘게 설문지를 받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설문지 질문 가운데 나와 관련된 2개 질문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강원래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장애가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62.0%), 다음이 안됐다, 연예인 생명이 끝이구 나(29.7%),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응답도 있었다(3.4%).

강원래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힘들 텐데 싶어 안타 깝다(57.3%), 오히려 더 성공할 것 같다(23.8%),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13.5%), 쇼 같다(5.5%)로 성공이란 긍정적인 평가 이외의 나머지 평가(76.2%)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래의 사고 소식에 연예인 생명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연예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그리고 동료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동료 걱정보다는 자기 걱정을 먼저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내가 설문지를 들고 방송 출연을 위해 분장실에 있는 연예인들을 찾아갔을 때 태진아 선배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래야, 네가 이렇게 된 걸 보고 장애가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나도 언제 장애를 가질지 몰라.”

꿍따리유랑단을 운영할 때 김건모 형이 우리 연습실에 자주 찾아왔었다. 건모 형은 내 장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과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었다. 박미경 누님은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와서 펑펑 울고 나더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며 장애가 뭐 대수냐는 식으로 위로해 주었다.

내 사고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구준엽이었다. 준엽이는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했지만 남성 듀오 ‘클론’의 멤버로 함께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클론’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우리는 음반을 내고 컴백 무대를 준비했다. ‘클론’이 <꿍따리 샤바라>를 부를 때의 안무는 격렬한 댄스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클론’을 댄스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컴백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고민을 했던 것은 댄스였다. 그때 준엽이가 말했다. “내가 휠체어를 타면 되지 뭐.” 내가 다시 일어설 수는 없으니 자기가 휠체어를 타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공연무대에서 휠체어댄스가 펼쳐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렇게 평하였다.

클론의 강원래가 2000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후 5년 동안의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클론은 무대 위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 줬고 더군다나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휠체어댄스는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무대 위의 바퀴들이 한없이 멋져 보였다고 클론의 컴백 무대에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클론이 보여 준 휠체어댄스는 장애인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게 했다.

강원래의 극복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강원래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준 구준엽의 우정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구준엽이 휠체어를 타며 친구와 함께하는 모습이 바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모습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완벽한 호흡의 클론.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내가 장애인이 되기 전에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 나갔을 때 나한테 쏟아졌던 따가운 시선들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연예인이란 직업이 시선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장애인과 연예인은 공통점이 많다고.

첫째, 남의 시선을 받는다. 둘째, 고정 수입이 없다. 셋째, 반짝 관심을 보인 후 무관심하다. 그런데 긍정적인 공통점도 있다. 넷째,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조력자가 필요하 다. 우리나라 활동보조인이 5만명이 넘었다고 하지 않는가. 연예인도 연예 활동을 하려면 많은 매니저들을 고용하게 된다.

끝으로 다섯 번째는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인기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에게는 희망 자체가 되듯이 장애인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신체 건강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장애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희망을 갖게 된다.

강원래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안무가, 인기 그룹 ‘클론’ 멤버, ‘꿍따리유랑단’ 단장, KBS-1TV <사랑의 가족>, KBS-3R <강원래의 노래 선물> 진행, 한중대학교 ‘춤과대중예술’ 전임교수, 서울베이비페어 홍보대사, 법무부 명예보호관찰관 활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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