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인> 김지수 대표. ⓒ한국장애예술인협회

극단 <애인>은 2017년에 창단 10주년을 맞는다. 지체, 뇌병변, 지적 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창단 멤버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불규칙한 호흡, 경직과 이완의 연속적인 움직임, 시차가 다른 언어 등의 ‘장애’가 장애인 극단만의 극적인 효과로 발현될 수 있는 수단이자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함께하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극단 애인의 주요 공연을 소개하며 극단 장애인 배우들이 장애 정체성과 몸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연자료1.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인의 몸짓으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애인은 창단 공연 이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3년 동안 공연하였다.

뇌병변장애인 배우의 일그러진 표정, 경직으로 부자연스러운 팔과 다리, 온몸의 움직임, 휠체어와 한 몸인 지체장애인의 느린 이동 등 각기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 특성이 어딘지도 알 수없는 허허벌판에서 죽은 듯 살고 있는 극중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애인 배우의 고유한 표현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장애인의 ‘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극단 애인은 2012년과 2015년에 단원들의 라이프스토리를 엮은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 다>를 공연하였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라이프스토리를 쓰고 대본으로 엮어 내는 과정을 통해 단원들도 장애를 갖고 산다는 것이 불행하거나 불우한 환경이 아니고 개개인의 삶의 방식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무대 위에서 장애를 갖고 살아왔던 희로애락의 과정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고 담담히 이야기함으로써 장애인을 처음 대하거나 장애인연극을 처음 경험 하는 관객들도 무대 위의 배우들을 막연한 연민이나 장애를 극복한 대단한 영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싸워 가면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임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16년에는 애인의 단원들이 직접 이야기를 쓰고 연출하는 단편을 엮은 <삼인삼색 이야기>는 애인의 대표적인 소재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장애인의 삶과 장애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찾고 글로 엮어 내는 극작과 또 다른 시선과 감성으로 풀어내고 형상화해 무대에 올리는 연출의 과정을 경험하고 실천하면서 장애연극인으로서의 성장과 애인만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애배우들의 마주보기 <너는 나다>

2014년 극단 애인은 내부 연출가의 데뷔작 <너는 나다>를 공연했다.

스무 살이 넘도록 집에 서만 지내고 있는 동생과 시설에서 살다가 나와서 연기를 하고자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형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다른 듯 닮아 있는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너는 나다>는 장애 배우들 간의 다른 움직임과 언어장애를 배려하고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과정이 되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른 장애 유형의 특성이나 특징을 다 알거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서로에게 더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고 같은 장애 유형이라도 각자 할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에 수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 배우와 서로의 시간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너는 나다>를 통해 서로를 관찰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찾을 줄 알게 되었다.

비장애인 배우들과의 조화, <들판에서>

극단 애인은 가능하다면 무대 위에 장애인 배우들이 서기를 바란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추구하지만 때때로 관객은 장애인 배우를 극중 인물이 아닌 장애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가끔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관객들이 비장애인의 몸짓과 말에 익숙하기 때문에 장애인 배우의 언어나, 움직임이 불편하게 보이고 장애인 배우들의 연기가 보이지 않게 되곤 한다.

극단 애인은 장애인 배우들이 자신의 장애와 몸에 대한 정체성을 갖게 되기까지 비장애인 배우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서두르지 않기로 합의하고 공연을 해 왔다. 서로 다르다는 기준이 명확하기 전까지 비장애인의 몸과 움직임이 기준이 되는 것을 경계했던 약속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공연을 올려 오다 최근 일, 이 년 동안 비장애인 배우들과의 작업을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애인은 이강백 작, 문삼화 연출의 <들판에서>를 무대에 올렸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들의 다른 특징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다.

<들판에서>는 네 명의 형제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땅, 들판에 측량기사 (비장애인 배우) 들이 나타나면서 자본주의에 의해 형제들의 우정과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이 극에서 장애인 배우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장애를 서로를 향한 농담과 놀림의 소재로 이용하면서 자신의 장애와 거리 두기를 하게 되었고 또한 비장애인 배우들이 이미 다른 상징적인 존재로서 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공연이기도 했다.

공연자료2. ⓒ한국장애예술인협회

극단 애인의 배우들은 연기, 극작, 연출 등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장애인극단, 장애연극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내가 존재하고 나서야 나 아닌 다른 것의 존재를 알 수 있듯 장애인극단이기에 해야만 하는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무대화할 수 있는 제3의 언어를 찾는 그 과정 전부가 극단 애인의 공연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극단 애인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에 발맞추며 장애인극단으로서의 걸음을 한걸음씩 걸어갈 것이다.

10년 전 극단 애인을 창단한 김지수는 장애인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배우였다. 그녀는 장애인극단의 정체성을,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단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연극의 모든 과정 즉 대본, 연출, 연기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장애인극단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협업이라는 미명 아래 비장애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장애인극단이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 애인은 공연 작업을 할 때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물로 공연을 한다. 김지수 자신이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소아마비로 장애가 심한 그녀는 19세 때 특수학교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전까지는 집안에만 있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녀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것은 25세 때로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아카데미, 시나리오스쿨 등에서 꾸준히 글쓰기 공부를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김지수는 극단 애인을 통해 장애연극인들의 꿈이 실현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장애인연극에 무관심하고, 장애인연극에 대한 지원이 매우 미미하다. 하여 창단 10주년을 맞이하는 극단 애인은 여전히 배고프다.

극단 <애인>의 단원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 주요 경력

2007. 9 장애인극단 <애인> 창단 2009. 11 창단 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 2010. 7 <장애인 몸짓으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활동지원작) 2011. 12 제7회 나눔연극제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도를 기다리며> 2011. 12 <고도를 기다리며>(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창작 활동지원작) 2012. 7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창작 활동지원작) 2012. 8 <고도를 기다리며>-젊은 연출가전‘ 틈’ @혜화동 1번지 참여작 2012. 11 제8회 나눔연극제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2013. 4 <고도를 기다리며>-선돌에 서다 2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전용공간지원작) 2013. 7 제13회 밀양여름공연축제 젊은 연출가전 경연작 <고도를 기다리며> 2013. 12 <손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창작 활동지원작) 2014. 8 <너는 나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창작 활동지원작) 2015. 3 <2015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2015. 8 <제물포 별곡>(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업지원작) 2015. 11 <무무>(서울시 장애인문화예술 활동지원작) 2016. 2 <극단 애인의 3인3색 이야기>(서울문화재단 지원작) 2016. 7 춘천연극제 <무무> 참가 2016. 9 <들판에서> 2016. 11 <극단애인의 3인3색 이야기 시즌 2>(서울시 장애인공연 예술 활동지원작)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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