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Crime Scene Investigation)는 과학수사대라고 하는 미국의 CBS가 방영한 텔레비전 수사 드라마다. CSI가 인기를 끌자 여러 가지 시리즈가 나왔는데 얼마 전 필자가 본 것은 CSI 마이애미인데 시각장애인이 등장했다.

정식 명칭은 인데 ‘볼 수 없는 목격자’라고 번역을 한 것 같다. CSI는 미국 CBS 작품인데 2011년 우리나라 MBC에서도 방영을 했다는데 필자는 그 방송은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모 케이블에서 하는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케이블방송은 다시보기가 안 되어 하는 수 없이 인터넷에서 찾다가 아이디kortyer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시보기를 했다.

CSI 마이애미 9. ⓒMBC

마이애미 해변 공중 화장실에 한 시각장애인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살려 주세요! 지갑은 다 가져가세요!” 젊은 여자는 애원했지만 “닥쳐! 그 딴 거 때문에 널 따라 온 게 아냐!” 남자의 목소리를 험악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던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으로 911(미국의 119)에 신고를 하려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져서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소리에 놀란 범인은 “누구냐? 앞으로 나와!” 고함을 지르며 차례로 화장실문을 다 열어 보았고 맨 끝에 있던 시각장애인은 꼼짝할 수도 없었다.

“여기 있네!”

“제발 쏘지 말아요. 살려주세요. 저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라 아무것도 못 봤어요.”

여기서 잠깐, 사실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장님이라고 했는데, 시각장애인은 필자가 고친 것이다. 영어로는 ‘blind man’인데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장님이라고 번역을 한 모양이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벤. ⓒ네이버 블로그

범인은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시각장애인임을 알자 “쏠 생각도 없다. 왠지 알아, 너 같은 건 쓸모도 없는 인간이니까.” 범인은 가지고 있던 총으로 시각장애인의 얼굴을 내려치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그 후 시각장애인은 때 마침 해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을 찾아 갔다. 그 시각장애인은 이름이 벤이라고 했고, 경찰은 호라시오 반장이었다.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경찰인 줄 알았을까. 경찰들은 의아해 했다.

“불빛이 돌아가는 딸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경찰인 줄 알았습니다.”

“앞을 보는 사람들은 그런 작은 소리에 집중하지 않겠지만 전 그런 것들이 저를 살아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벤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었고, 호라시오 반장은 벤에게 조서 꾸미는데 좀 도와 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벤은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다고 했다. 벤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냄새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을 찾아 온 벤. ⓒ네이버 블로그

경찰은 벤을 사건 현장인 화장실로 데려가서 그가 겪은 일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범인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 경찰은 시각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마땅찮아 했다. 그러자 벤은 그 경찰에게 앞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 경찰이 불빛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놀라서 불빛에서 비껴났다

벤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젊은 여자가 살려달라고 했는데, 남자는 지갑 때문에 데려온 것이 아니라고 했고, 얼마 후에는 달콤한 냄새가 나더니 여자는 조용해 졌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경찰이 말했다. “클로로포름이군!” 클로로포름은 달콤한 냄새가 나는 마취제이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났어요.”

경찰은 열쇠를 문에 부딪쳐 보는 등 여러 가지를 해 보았지만, 벤은 그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가 하수구를 열쇠로 두드리자 그 소리라고 했다. 경찰이 지저분한 하수구 뚜껑을 들어내고 그 속에서 뭔가를 찾았는데 군번줄이었다. 그것은 토드 피터슨의 군번줄이었다.

전화소리에서 배경음을 골라내는 벤. ⓒ네이버 블로그

호라시오 반장 등 경찰은 토드 피터슨을 찾아 가서 총을 겨누었다. “손들어!” 토드는 영문을 모른 채 손을 들고 나왔다. “여자는 어디 있냐?” 경찰은 토드가 납치범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군번줄은 그의 딸 린지 것이었다. 딸이 아버지의 군번줄을 탐내기에 딸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토드는 경찰이 오기 전에 딸에게서 전화가 와서 은행 비번을 알려 달라기에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안 알려 주었다고 했다.

호라시오 반장이 말했다. “딸 린지가 납치 되었습니다.”

그제야 놀란 토드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비번을 가르쳐 주었다. 납치범은 전화를 가로채 경찰이 옆에 있는 것 다 안다며 다시는 딸을 못 볼 것이라고 협박했다.

경찰은 벤을 불러서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배경음으로 은행지점을 찾고자 했다. 처음에는 잠자리 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것은 마이애미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쓰레기수거 트럭 그리고 개 짖는 소리도 들린다고 했다.

폭발물이 장치 된 린지. ⓒ네이버 블로그

경찰은 동물보호소와 쓰레기 수거함이 가까이 있는 은행지점을 찾았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린지를 만났다. 그러나 경찰은 린지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린지는 폭탄이 장치 된 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호라시오 반장은 린지에게 왼쪽으로 한 번 만 돌아보라고 했다.

그 사이에 다른 경찰은 백미러에 비친 범인의 얼굴을 보았기에 몽타주를 그렸다. 그 몽타주를 린지의 부모에게 보여주자 린지의 어머니 클래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납치범은 클래어의 미용사 도미닉이었던 것이다.

클래어는 남편에게 큰돈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에게는 말을 안 하니까, 머리를 하면서 그 사실을 미용사 도미닉에게 떠벌렸던 것이다. 도미닉은 별다른 전과도 없었고 음주운전으로 3개월을 복역한 것이 전부였다.

경찰은 미용사 도미닉을 찾았다. 그러나 그에게 린지는 없었고, 돈도 절반 밖에 없었다. 공범이 있었던 것이다. 호라시오 반장은 은행 앞에서 린지에게 왼쪽으로 돌아보라고 했는데 그 때 호반장은 백미러에 비친 폭발물을 보았던 것이다. 그 폭발물은 태양열로 스스로 충전되는 폭발물이었다. “저런 폭발물을 만들 사람은 조 르브락 뿐이야” 그러나 조 르브락은 수감 중이었다.

다른 경찰들은 감옥으로 조 르브락을 심문하러 가서 그의 방을 뒤졌다. 알고 보니 미용사 도미닉이 음주운전으로 3개월을 복역할 때 조 르브락과 같은 방에 있었다.

조 르브락의 목소리를 알아보는 벤. ⓒ네이버 블로그

마침내 조 르브락이 납치범으로 잡혀왔다. 그럼에도 조 르브락은 시치미를 뗐다. 경찰서에 잡혀 온 조 르브락은 “내가 왜 이곳까지 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딴청을 부렸다.

마침 그곳에 와 있던 벤이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보았다.

“저 목소리 알아요. 범행현장에서 들은 바로 그 목소리예요. 내 얼굴에 총을 들이댄 바로 그 놈이에요.”

조 르브락은 자신은 교도소에 있었다며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

“반장님은 저런 시각장애인 말을 듣고 나를 체포한 거예요?”

그러자 호라시오 반장은 한참이나 조 르브락을 쳐다보았다.

“너는 오늘 아침에 화장실에서 여자를 납치했지?”

호라시오 반장의 그 말을 듣고 제일 기뻐한 것은 벤이었다.

“반장님은 제 말을 믿으시는 거죠!”

경찰은 조 르브락의 신발에서 생선과 관련 된 약품을 발견했다. 벤은 범인에게서 생선 썩는 냄새가 난다고 했었다. 호라시오 반장은 그 말에 착안해서 바닷가 통조림공장을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폐쇄된 통조림공장에서 린지를 구했다. 물론 절반의 돈도 그곳에 있었다.

납치범을 잡는데 일조한 벤. ⓒ네이버 블로그

경찰관들이 조 르브락의 교도소 방을 뒤졌을 때 비밀통로가 있었고 그 비밀통로는 통조림공장 하수구로 이어져 있었다. 조 르브락은 린지를 납치해서 통조림공장에 가뒤놓고는 그 비밀통로를 통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 왔던 것이다.

경찰은 린지를 구했다는 사실을 벤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동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벤이 우리를 도왔잖아요. 우리가 당신에게 빚진 게 있어요. 당신 덕분에 린지를 구했잖아요.”

“오늘 그런 일들이 저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에요. 조 르브락은 저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당신이 옳았고 조 르브락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잖아요.”

린지를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 호반장. ⓒ네이버 블로그

그동안 시각장애인이 수사물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가끔 있었다. 필자는 ‘CSI 마이애미 시즌9 <3화> 볼 수 없는 목격자’를 우연히 보면서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생각했다.

범인은 벤이 시각장애인이라서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벤은 시각장애인이라서 죽음을 면했고, 또한 시각장애인이라서 예민해진 청각과 후각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다.

시각장애인 벤은 그의 예민한 청각과 후각 덕분에 납치 된 린지를 구할 수 있었고, 그런 일들이 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자신의 청각과 후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었으므로. 그것은 자존심이자 자존감이기도 했던 것이리라.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으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CSI 마이애미’를 쓴 작가들이 참 대단한 것 같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장애인이 등장 할 때는 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장애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평등과 공존의 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므로.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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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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