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해서 장애인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일부러 장애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현실에서도 조직폭력배나 범죄를 위해서 어떤 사람들을 죽이거나 장애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SBS 아침드라마 ‘아임쏘리 강남구’의 기획의도는 ‘新 가족 열전’이라며 ‘가족을 진정으로 엮어주는 것은 피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한 존경과 환희’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 가족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온갖 범죄가 난무하며 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에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란 정모아(김민서 분)는 같은 보육원 출신 박도훈(이인 분)과 결혼해서 아들 박재민(최정후 분)을 낳고 중국집을 운영하는 고모 정숙자(이응경 분)집에 같이 산다.

강남희와 강남구의 교통사고. ⓒSBS

정모아의 이웃에는 카센터를 운영하는 강남구(박선호 분)가 어머니 김수복(황미선 분)과 누나 강남희(허영란 분)와 같이 살고 있다. 강남구가 정모아는 잘 모르지만 남편 박도훈은 알고 지낸다.

티모그룹 회장 신태학(현석 분)과 그의 아내 홍명숙(차화연 분)은 어릴 때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들이 박도훈이다. 그래서 정모아와 박도훈 그리고 아들 박재민은 티모그룹 회장댁에서 함께 살게 되지만 시어머니 홍명숙은 정모아가 맘에 들지 않아 이혼시킬 궁리만 한다. 여기에는 남편 박도훈과 삼촌 신태진(이창훈 분)도 합세한다.

홍명숙은 아들을 이혼시키려고 며느리 정모아를 최면으로 유도하여 죽은 아버지가 사람을 죽였다며 살인자의 딸로 몰아붙인다. 정모아가 최면으로 인한 잘못된 기억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바람에 홍명숙의 계획은 실패한다.

폭력배에게 끌려가는 정모아. ⓒSBS

그 무렵 국회의원 딸 차영화(나야 분)가 나타난다. 그들(홍명숙 신태진 박도훈)은 박도훈을 차영화와 결혼시키기 위해 정모아와 이혼시키려 하지만 정모아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자 시어머니 홍명숙이 폭력배를 동원해서 정모아를 납치한다.

정모아가 폭력배들에게서 가까스로 탈출하다가 가로수에 부딪혀 길에 쓰러지는데 마침 지나가던 강남구가 이를 발견해서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에서 깨어난 정모아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 하는 수 없이 강남구는 집으로 데려가 강남실이 되어 가족으로 함께 산다.

그들(홍명숙 신태진 박도훈)은 정모아가 사라지자 정모아의 대타를 내세워 위장으로 합의이혼을 한다. 그리고는 무연고 시체를 정모아라고 속이고 사망신고를 한다. 고모와 동생을 불러 왔지만 불에 탄 시신이라 알아보지 못한다. 설사 시신이 훼손되었다 해도 DNA검사는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DNA검사는 안 하고 다리에 철심이 있다고 한다. 고모나 동생은 그런 적이 없다고 했지만 박도훈은 정모아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철심을 박았다고 증언한다.

무연고 시신으로 정모아의 사망위장. ⓒSBS

한편 박도훈과 결혼한 차영화가 안마의자 대리점을 하면서 모델로 강남구를 발탁한다. 그러자 강남구는 정모아의 가족을 찾아 주려고 정모아를 모델로 추천한다. 정모아가 텔레비전에 나가면 알아보는 가족들이 있을까봐.

안마의자 광고 방송도 하기 전에 재민이가 제일 먼저 엄마 정모아를 알아보고, 그 다음에는 차영화가 알게 된다. 그 때만 해도 차영화는 정모아를 안타깝게 여겨 모든 사실을 말하려고 정모아를 납골당으로 데려갔는데, 재민이가 차영화에게 전화를 하다가 친구에게 ‘우리 엄마’라고 하는 소리를 듣자 불임인 차영화는 정모아에게 재민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위장사망 사실도 모른 체 하고 모델도 못하게 한다.

그 후 홍명숙이 카센터에서 정모아를 알아보고 룸살롱 마담에게 돈을 주고 정모아를 넘긴다. 룸살롱 마담은 달아난 외국인의 여권에 정모아의 사진을 붙여서 빚 10억을 갚으라고 한다. 강남구가 이 사실을 알고 룸살롱을 찾아 가자 홍명숙은 정모아를 일본으로 보내라고 한다. 룸살롱에서 남편 박도훈도 정모아를 알아보지만 정모아를 데려올 생각은 못한다.

정모아를 룸살롱에서 탈출시키는 강남구. ⓒSBS

강남구가 룸살롱 마담이 사기를 쳤다는 것을 알아내고 정모아를 데려온다. 홍명숙이 정모아를 일본으로 보내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신태진은 정모아를 냉동차에 가두어 죽이려 한다. 박도훈이 이를 알아채고 구해 내기는 하지만.

차영화는 일본에 가 있어야 할 정모아가 카센터에 있는 걸 보고 기겁을 한다. 재민이를 뺏길까 불안한 마음에다 남편 박도훈이 정모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정모아에게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한다. 옆에 두고 보려고. 그런데 정모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는 것 같아지자 차영화는 정모아의 커피에 기억이 못 돌아오게 약을 탄다. 설마 현실에서는 그런 약을 구해 주는 의사는 없겠지.

정모아가 재민이 하고 자주 부딪치자 재민이는 엄마라며 울부짖는다. 그러자 박도훈과 차영화가 정모아와 재민이의 식사자리를 마련해서 엄마는 죽었고 정모아는 엄마하고 닮은 사람이라고 못을 박는다.

정모아에게 엄마라며 울부짖는 아들 재민이. ⓒSBS

그들(홍명숙 신태진 박도훈)은 또 다른 계획으로 정모아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 강남구가 카센터를 못하게 하려고 강남구의 오른손을 망가뜨린다. 박도훈은 그야말로 일부러 장애를 만들었던 것이다.

강남구가 손을 다쳤지만 쉽사리 카센터를 떠날 것 같지 않자 박도훈과 차영화는 정모아를 멀리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차영화는 정모아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내고 박도훈은 정모아를 차에 태우는데 정모아가 알아채고 달아난다.

이 드라마는 120부작 예정인데 이제 80여회를 했다. 남은 40여회 동안 정모아와 강남구가 어떻게 가족을 찾아서 갈등을 풀고 화해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부러 강남구의 오른손을 망가뜨리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고, 한 사람(정모아)의 인생을 망가뜨리기 위해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악역들에 넌더리가 난다며 빨리 끝내라고 아우성이다. 필자는 지적장애인 강남희 때문에 눈여겨보고 있지만 강남희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지적장애인이 되었다.

이 드라마에는 살인미수를 비롯하여 약취, 유인, 감금, 학대, 폭행, 공모, 사기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서 아무도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시청자들에게 경종이 되고 카타르시스가 될 터인데 범죄와 악행만 거듭되고 있으니 일반 시청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혹여라도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까 봐 무섭다.

‘아임쏘리 강남구’는 ‘新 가족 열전’이라고 했는데 이건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범죄드라마 같다. 별의별 거짓말에다 사기를 공모하는 등 온갖 범죄와 악행이 난무하고 거기다가 일부러 장애까지 만들다니 그러고도 과연 가족열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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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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