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 하냐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오륙도. ⓒ이복남

멀리서 친구가 찾아 와서 반갑고 기뻤다. 그런데 멀리 서 찾아 온 친구 A 씨는 오륙도를 보고 싶어 했다.

오륙도라! 어려울 것도 없다. 오륙도는 행정 구역상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이고 필자는 용호동에 산다. 예전 용호농장이 있던 시절에는 외지에서 손님이 와서 오륙도를 보고 싶다고 하면 가끔씩 가보기도 했다. 그동안 뜸하다가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친구 A 씨와 함께 찾게 되었다.

오륙도는 예로부터 부산의 상징물이었다. 1972년 6월 26일 부산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 10월 1일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名勝) 제24호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0.02㎢이고 최고점은 68m(굴섬)이다.

오륙도 팸플릿. ⓒ이복남

이 섬들은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2,166㎡)·솔섬(5,505㎡)·수리섬(5,313㎡)·송곳섬(2,073㎡)·굴섬(9,716㎡)·등대섬(3,416㎡)으로 나누어진다. 송곳섬은 작고 모양이 뾰족하며, 굴섬은 가장 크고 커다란 굴이 있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등대섬은 평탄하여 밭섬이라고도 하였으나, 등대가 세워진 뒤부터 등대섬이라고 한다. 등대섬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이다.

등대섬이 유인도인 것은 등대섬에는 등대지기가 있기 때문이다. 영도(影島)의 조도(朝島)와 마주보며, 부산만 북쪽의 승두말로부터 남동쪽으로 6개의 바위섬이 나란히 뻗어 있는 게 오륙도다.

승두말은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승두마’라고 부르는 것이 승두말로 되었으며 해녀들과 지역주민들은 ‘잘록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바다를 연모했던 승두말이 오륙도 여섯 섬을 차례대로 낳은 뒤 선창나루와 어귀의 언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남구청

그 승두말이 스카이워크라는 지명으로 바뀌었다. 승두말 35m의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U자 형으로 이어놓은 15m의 유리다리를 만들었다. 2012년 9월 12일에 착공하여 2013년 10월 18일 개장하면서 ‘하늘 위를 걷는다’는 의미를 담아 ‘오륙도의 스카이워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남구청 문화관광에서 발췌-

멀리서 온 친구는 ‘오륙도의 스카이워크’를 보고 싶어 했다. 사실은 필자도 ‘오륙도의 스카이워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마침 딸이 승용차로 데려다 주었는데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그리고 오륙도 근처 아래로는 못 가게 막아 놓았다. 예전에는 오륙도 근처까지 승용차로 내려가면 해녀들이 오륙도 근처 바다에서 갓 따 온 멍게와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내려가지도 못하게 막고 있었다. 태풍 피해 때문이란다.

해파랑길 안내소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 ⓒ이복남

주차장 옆에는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안내소’가 있었다. 주차장에서 ‘관광안내소’로 들어가니 정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다가 훤히 보였다. 저 멀리 바다 건너 광안리와 해운대도 보였다. 푸른 바다에는 어디로 가는 지 커다란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2층에는 여러 가지 컵 등 다양한 관광상품도 팔고 있었다.

오른쪽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의 처음과 끝 그리고 중간에는 점자 점형블록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으나 계단은 검은색 돌 같은 재질이었는데 계단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아 내려오는 데 힘들었다. 나중에 남구청에 문의를 해 보니 현무암 판석이라고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지인 B 씨도 친구들과 이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도저히 계단이 보이지가 않아서 같이 간 친구가 일일이 일러 주어야했단다.

시각장애인 1급은 ‘ 좋은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이고, 6급은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이다. B 씨는 2급 시각장애인이라 밝은 곳에서는 혼자 다닐 수가 있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혼자서 다니지 못한다. 약시의 경우 계단 끝에 노란색 등의 표식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계단 자체가 검거나 회색이면 옆에 봉사자가 있고 발끝으로 더듬어서 겨우 이용할 수가 있다. 특히 그날처럼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구분은 더 어렵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 ⓒ이복남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안내소’ 아래층에서는 오륙도 홍보관이 있어 오륙도에 관한 해양생태, 역사, 교육 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전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이 잘 보였다. 여기서도 바다는 물론이고 왼쪽 저 멀리 해운대까지 다 보였다.

그러나 이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밖에서는 작은 경사로를 통해서 관광안내소로 들어갈 수가 있었지만 주차장에서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심해서 그 길도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만만치가 않을 것 같았다.

관광안내소를 나와서 말로만 듣던 스카이워크로 가려는데…….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까마득히 저 높은 곳에 있었다. 저 높은 곳을 어떻게 올라가지.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이 계단은 없었지만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비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청장년이 아닌 어르신이라면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필자와 친구 A 씨는 서로서로 부축해서 겨우겨우 스카이워크로 올라갔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유리바닥이라 덧신을 신으라고 했다. 덧신을 신고 U자형 ‘스카이워크’를 조심조심 돌아 나왔다. 그야말로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인데 너무 아찔해서 발아래를 내려 보기는 어려웠다.

스카이워크를 나와서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휠체어는 들어갈 수 있습니까?”

“그냥 들어가면 되는데요. 못 들어가게 하면 난리 날 텐데요.”

아마도 그 안내원이 하는 말투로 봐서는 어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난리(?)를 친 모양이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이복남

‘오륙도 스카이워크’앞에는 제법 평평한 곳이 있어서 오륙도 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해운대 미포에서 오륙도를 돌아가는 유람선이 있어서 오륙도를 보다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륙도 선착장에서 등대섬에는 갈 수가 있어 낚시꾼은 간다고 했다. 유람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낚시배다. 물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없으므로 장애인이 가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필자 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스카이워크 앞에서 오륙도를 내려다보는데 어디선가 중국말이 들려왔다. 아마도 중국 관광객이 단체로 온 모양이었다. 오륙도에는 개인 승용차나 관광버스 뿐 아니라 부산역에서 오는 부산관광투어 버스도 있고, 27번 131번 시내버스에서 마을버스 2번, 2-1번도 다니고 있다. 남구청 홈페이지에서는 오륙도는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는 길 역시 오를 때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다음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다시 한 번 방문해서 휠체어 이용 여부를 알아봐야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오륙도를 다녀와서 남구청 홈페이지에서 오륙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문의 한 것은 해파랑길 관광안내소에 설치 된 계단의 재질이었다. 남구청의 담당자도 잘 몰라서 관계자들에게 물어서 알려 준 것은 ‘현무암 판석’이라고 했다. 현무암 판석은 색깔이 거무스레해서 약시들에게는 계단이라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남구청 관계자는 “그런 사실은 잘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의 경사가 너무 심하다니까 그것도 인정한다면서 다시 또 미안해했다.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당신 책임이 아니니까.

그런데 안내소에서 오른쪽으로는 경사가 심한 스카이워크가 있고, 왼쪽(뒷쪽)으로는 중증 지체장애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해파랑길이 시작되고 있는데, 주차장 옆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남녀 각각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화장실일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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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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