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육백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가제트 등은 우리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영웅들이다. 그들은 정의로 악을 물리치고 선을 구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영웅으로 칭송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영웅 속에 장애인은 없다. 영웅들 모두가 신체 건강하고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비장애인들이다.

딸을 위해 만화를 그리는 아버지. ⓒMBC

MBC TV에서는 일요일 오전 10시 35분에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방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2일 일요일 방송에서 제3화 ‘아주 특별한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내용이다.

영국인 댄 화이트는 전기기술자인데 어린 딸을 둔 신혼의 남성으로 마냥 행복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의사는 딸이 척추이분증이라고 했다.

이분척추증(Spina bifida)이란 척추 뼈가 쭉 내려와 골반으로 연결된 부위가 두 개로 나눠져 정상적으로 붙지 못하여 생기는 중심 봉합선 봉합장애의 일종으로 두 발로 걷기가 어렵다.

댄은 아내와 같이 어린 딸 에밀리가 척추이분증으로 휠체어를 타야 하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어느 날 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딸이 물었다.

아버지가 만든 만화 캐릭터. ⓒMBC

“왜 만화에는 휠체어 타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요? 혹시 휠체어를 타는 것이 불법인가요?”

아버지 댄은 딸 에밀리에게 과연 뭐라고 답을 했을까.

댄의 답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댄은 딸을 위해 뭔가를 하기로 결심하고, 딸을 위해서 장애인 영웅을 주제로 한 만화를 그리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댄은 전기 기술자라 평생에 그림이라고는 그려 본 적이 없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해야 했고 밤이면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며 밤을 새워가며 독학으로 그림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장애관련 공부를 하면서 다섯 명의 영웅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2015년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능력 있는 조직(The Department of Ability)'이라는 만화 캐릭터인데 장애를 가진 다섯 명의 슈퍼히어로가 나온다.

장애인 능력자들. ⓒMBC

다리를 잃었지만 첨단의족으로 빠른 발을 갖게 된 치다 ‘파우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첨단기술을 가진 꼬리를 얻은 강아지 ‘빌리’

의수를 하고 있지만 남다른 지적능력을 가진 외계인 ‘아찌’

시력을 잃었지만 공격에 유용한 만능지팡이를 가진 ‘클레이폴’

특수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에밀리’

물론 이 같은 특별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휠체어에 앉은 ‘에밀리’이다. 에밀리는 자신의 탁월한 상체의 힘과 특수 휠체어를 활용해서 정의를 위해 조직의 리더로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강인하고 씩씩한 인물이다.

주인공 ‘에밀리’는 댄의 딸 이름이자 댄의 모델이다. 아버지 댄은 자신의 딸을 모델로 만화를 그렸던 것이다.

딸 에밀리와 아버지 댄. ⓒMBC

그래서 댄은 다니던 전기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댄의 만화와 함께 여기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기부금을 보내며 격려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으로 유명한 마블사의 스탠리 회장도 ‘이 작품을 지지한다’고 해서 댄의 작품이 더욱 주목 받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 '능력 있는 조직'은 사람들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정식 출간한다고 한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정성은 영국 뿐 아니라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런데 의수를 하고 있지만 남다른 지적능력을 가진 ‘아찌’가 외계인이라는 것은 약간 유감이다. 굳이 외계인이 아니라 그냥 우리 곁의 이웃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댄은 “슈퍼히어로나 장애인도 남들과 다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에밀리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네이버 책

우리 곁에도 장애 딸을 둔 만화가 엄마가 있었다. 그러나 엄마 장차현실은 딸 은혜를 위해서 영국의 아버지 댄처럼 슈퍼히어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장애아를 키우는 보통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차현실은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의 중심이 되니 낯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 졌다”고 했다. 딸 은혜는 낯선 시선을 괘념치 말자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딸 은혜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장차현실은 사람들의 낯선 시선을 이겨내는 자신의 하루하루를 그렸다.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는 장애 딸 은혜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 엄마의 따뜻한 이야기다. 장차현실은 장애에 대해 잘못된 편견들은 바로 잡고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다름이고 그 다름은 또 하나의 개성일 뿐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