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지난 해 8월 27일부터 시작했다. 총 54부작으로 이번 주말 51~52회를 방영하는데 시청률 30퍼센트대로 지상파 주말극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역사와 전통의 맞춤양복점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월계수 양복점 주인인 이만술(신구 분)은 공장에서 찍어 만든 기성복이 대세인 시대에 여전히 맞춤 양복을 고집한다. 하지만 양복점은 점점 운영이 어려워지고, 패션회사 부사장인 아들 이동진(이동건 분)은 가업을 이을 생각이 전혀 없다.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떠나는 이만술. ⓒKBS

그러던 어느 날 이만술은 월계수를 지켜달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지고, 주인을 잃은 양복점은 폐업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이만술의 수석 제자였던 배삼도(차인표 분)가 나선다. 그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번씩이나 수상한, 대한민국 최고의 재단기술을 가진 능력자이지만 본인이 양복점을 열기만 하면 번번이 실패한다. 어쩔 수 없이 대전의 시장 한 복판에서 아내인 복선녀(라미란 분)와 함께 ‘선녀통닭’을 운영하다 월계수 양복점에 복귀하여 왕년의 실력을 뽐낸다.

미사어패럴 부사장이었던 이동진은 아내 민효주(구재이 분)와 헤어지고 월계수 양복점으로 돌아온다. 월계수 양복점에는 배삼도 외에 금촌댁(이정은 분)과 나연실(조윤희 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동진은 우여곡절 끝에 나연실과 결혼하게 된다.

집에는 아들 동진을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 최곡지(김영애 분)와 돌아온 싱글맘 이동숙(오현경 분)과 그의 딸, 나중에 남편이 된 락가수였던 성태평(최원영 분), 그리고 배삼도와 그의 아내 복선녀가 살고 있었다.

이동진은 가출한 아버지 이만술을 찾아 나섰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찾아 낸 것은 아버지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것이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진행성이다. 이만술은 조금이라도 시력이 남아 있을 때 그가 양복을 지어주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을 못 지킨 사람들에게 양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전국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동진은 아버지를 다시 만났고, 아버지가 없는 동안 양복점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월계수 양복점을 맡아 번성시킨다.

아버지의 흰지팡이를 보고 놀라는 딸과 사위. ⓒKBS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에 분포해 있는 시각세포(관수용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시각장애를 보이게 된다. 보통 RP라고 하는데 망막 내 시각세포의 기능이 점차 상실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시각장애의 원인으로는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증, 백색증, 시신경위축, 시로장애, 뇌피질시각장애, 안구진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망막색소변성증도 그중의 하나다. 어떤 원인으로든지 현재(2015년) 전국에 장애인으로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52,874명이다.

그 후 이만술은 다시 집으로 돌아 왔으나 시력은 점점 더 감퇴된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고 흰지팡이로 혼자 걷는 법도 배운다.

그러나 이만술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들 이동진만 알고 있다. 이동진이 어머니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이만술은 아내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아직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어느 날 공원에서 흰지팡이를 짚고 혼자 걸어가던 이만술을 딸과 사위가 보게 된다. 이동숙은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 된 것을 알고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못되게 굴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울고불고 했으나 그 뿐이었다.

그리고 이만술의 아내가 이만술의 양복 주머니에서 흰지팡이를 발견하고 의아해하며 낮잠을 자는 이만술을 깨운다. “당신이 왜 이런 지팡이를 가지고 있어요?” 이만술은 “망막색소변색증이라는 병인데 시야가 차츰 좁아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지팡이로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잘도 나를 속였구려!” 최곡지는 이만술이 자신을 속였다고 서운해 하며 통곡한다.

아내에게 자신이 망막색소변성증임을 실토하는 이만술. ⓒKBS

이만술은 이제 모든 것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한다. 나연실은 테일러로서의 삶을 접고 시골에 내려가는 스승이자 시아버지인 이만술을 위해 명예 퇴임식을 제안한다. 아들 이동진과 며느리 나연실은 그동안 이만술이 지어 준 양복을 입고 행복해 하던 사람들을 모아 이만술의 명예퇴임식을 치른다. 평생을 바친 월계수 양복점을 떠나는 이만술에게 마지막선물로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만술이 “망막색소변성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였다. 이만술은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시각장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만술이 자신은 그렇게 받아들여 놓고도 가족들에게는 오랫동안 비밀로 했다. 아내를 비롯해서 자식들이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라고 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에 불과한 논픽션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배우기도 하고 교훈을 얻기도 한다. 장애문제도 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었을 때 첫째는 본인이 자신의 장애를 용납하지 못해 몸부림치면서 괴로워한다.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몇 년 씩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몇 번의 자살소동을 빚기도 한다.

자신의 장애를 빨리 인지(認知)하고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이 평소에 그 사람이 생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니까.

그런데 부모 자식이나 아내에게 자신의 장애를 숨기는 것은 좀 아니다 싶다. 심지어는 시한부 6개월을 받아놓고도 자식들에게 숨기는 부모들이 있는데 6개월 후에야,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자식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이만술의 월계수양복점 명예퇴임식. ⓒKBS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자연의 섭리다. 그 자연의 섭리 가운데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장애를 입게 되었기에 자신의 장애를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들에게는 언제나도 청천벽력 같은 소리겠지만 자신의 장애를 가족들에게 되도록 일찍 알렸으면 싶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도 이만술은 자신의 시각장애를 가족들에게 숨긴 채 달랑 편지 한 장만 남겨놓고 가출을 했었다. 남편이 그리고 아버지가 가출을 했는데 찾지 않을 가족이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와 남편을 찾아다니는 가족들의 애타는 고통과 수고로움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더러는 가족 관계상 자신의 장애를 못 알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이만술은 자신의 시각장애를 꽁꽁 숨기고 있다가 자식들이나 아내에게 하나씩 들통이 나고 있는 실정인데 현실에서는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었을 때 지체장애 등은 가족들이 눈으로 보고 알 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시각장애는 가족들이 모를 수도 있다. 때문에 현실에서도 자신의 시각장애를 오랫동안 본인만 알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본인이나 가족들이 장애를 빨리 인지할수록 돈이나 시간도 줄이고 재활과 자립을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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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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