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휠의 송정아 단장.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인에게 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시절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의 문화 예술적 욕구의 충족이라고 부르짖으며 장애인연극이란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나온 사람이 바로 송정아 단장이다.

그녀는 장애인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통해 역량 강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2001년 ‘장애인극단 휠’을 창단하여 장애인복지계에 공연문화를 형성하였다.

2008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로 개명하여 비영리민간단체(서울시 문화예술과)로 등록시켰고, 2009~2010년 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어 장애인 배우들의 연기 활동을 직업으로 인정받게 하였다.

휠은 그동안 25편의 작품을 공연하였는데 사업비는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관악구청, 한국장애인재단 등에서 실시하는 지원 사업에 공모를 통해 마련하였다.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은 현존하는 장애인극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창단 초기에 미미했던 장애인연극이 이제는 장애인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는데 기여하였다.

매년 장애를 주제로 배우들의 특성에 맞게 창작된 연극을 공연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를 돌면서 소외 계층에게 연극을 보여 주며 희망을 주고 있고, 연극아카데미를 통해 장애인 배우를 육성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예술성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장애인과 비장 애인이 함께 관람하며 장애인 인식을 좁혀 나가고 있다.

극단 휠의 공연 중에서. ⓒ한국장애예술인협회

Q: 2001년은 장애인예술이 아주 낯설었던 시절인데, 어떻게 장애인연극이란 콘텐츠를 장애인계에 들고 나왔는지 궁금하다.

A: 1999년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장애인 주일을 맞아 장애인부에 나오는 사람들이 교회의 지원으로 전문 연극 연출가를 초빙하여 연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수줍어서 앞에 나서지도 못하던 저는 그 무대에 올라간 순간, 내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죠.

2개월 동안 대본을 직접 짜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였건만 500석이 넘는 교회 강단에 서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눈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될까 봐 온몸이 긴장감에 움직일 수없이 떨렸습니다. 아마 그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막이 오르고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수많은 시선 앞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죠.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는 두 번째 문제이고 대사만 까먹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무대 뒤쪽에서 대사를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어 무대에 오르고 조명이 켜지자 그 떨림이 서서히 자신감으로 변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준비한 대사와 연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그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이 지금까지 연극에 빠져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계기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동을 위해 자동차면허증을 따고, 장애인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장애인 자립 생활이 국내에 자리 잡을 시기였는데 나는 동료상담가로서 그 변화의 중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자신감을 준 것은 연극이기에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연극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내가 일하고 있던 중증장애 인독립생활연대에 연극 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배우로 기획자, 연출가로… 1인 다역을 혼자서 다 해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A: 지난 15년 동안 기획자로 작가로, 배우로, 그리고 연출로 참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전문기획자를 쓰지 못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기획 일부터 했는데, 연극은 보여지는 부분보다 뒤에서 하는 작업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도 느끼게 되었죠.

그래도 제가 아직까지 연극에서 손을 못 떼고 있는 이유는 아마 무대에 올라가는 희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처음 맛본 그 무대의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는 매력적이라 생각하나 이제 몸이 따라 주지 않아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가 쓴 작품을 연출까지 맡아서 무대에 올렸는데 앞으로 연출도 계속하고 싶어졌습니다.

Q: 기획자로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A: 기획자나 극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매년 여기저기 지원 사업을 신청하고 있지만 신청한 것이 다 되지는 않기 때문에 계획을 미리 세워 공연할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Q: 극단 배우들이 장애인이라서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도 많지 않는가.

A: 매번 창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들을 인물에 맞게 선정하거나 오디션으로 정하기도 하는데 장애인 배우들은 그 역에 맞게 각색을 하기도 하고 비장애인 배우를 같이 쓰기도 합니다.

Q: 작품을 선정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A: 무엇보다 장애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합니다. 간혹 대중적인 작품도 하긴 하지만 그런 경우 그대로 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각색이 들어갑니다.

Q: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송 단장의 역할은 매우 크다. 사회복지사, 동료상담가로 활동을 했는데 문화 활동 중에도 장애인복지에 참여한 이유는 뭔지.

A: 원래 저는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자립생활운동가로 동료상담을 시작하면서 그 일환으로 연극을 통해 장애인 인식을 바꿔 나가고 싶어 극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극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료상담가로 계속 활동하며 장애인들에게 자립 생활을 알려 나가는 일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Q: 송 단장의 가정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A: 2005년 극단에서 만난 6살 연하의 남편을 만나 1년 정도 연애 끝에 결혼하여 2006년 아들을 낳았죠. 지금은 벌써 아들이 초등학생이라 학부모로 남편과 함께 가족을 책임지며, 세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Q: 장애인연극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2001년 휠이 처음 모임을 시작하면서 그즈음 장애인예술단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장애인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는 있지만 그들을 봐주는 관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예술이라는 부분이 상품적 가치와 전문성이 있어야 인기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치열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장애인으로서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무대에 올라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연출진도 장애인이 접근하는 데는 수많은 장벽이 있습니다. 누구나 이용 하기 편리한 무장애 공연장에서 휠체어를 탄 연출가가 시각장애인 작곡가가 쓴 음악으로, 듣지 못하는 엔지니어가 조정하는 멋진 조명을 받으며 입으로 그린 배경 무대 앞에서 장애인 배우가 멋진 연기를 펼치는 기분 좋은 상상이 현실이 되어야 진정한 장애인연극이 발전되리라고 봅니다.

Q: 2017년도 계획은.

A: 지금 계획을 세운다고 다 되지는 않겠지만, 우선 제가 작품을 새로 쓸 계획이고, 올해 했던 공연 중에 잘된 작품을 골라 관중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장애인 배우도 계속 발굴하여 장애인연극 풀로 성장시켜 나가야 하겠죠.

# 주요 경력

2002 <문밖, 세상을 향해> 정희 역

2003 <여행을 떠나요> 정희 역 <생일파티> 제작

2004 <선택> 준이 역

2004 <생일파티> 여자 역

2005 <선택-다섯 가지 에피소드> 준이 역

2005 제1기 장애인연극아카데미와 발표회 <사랑> 제작

2005 <대바늘, 코바늘> 제작

2006 제2기 장애인연극아카데미

2006 <시선> 제작

2007 <사랑> 제작

2008 제3기 장애인연극아카데미

2008 <빈 방 있습니까> 마리아 역제4회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 장애인청소년 예능대회 심사위원

2009 <피터팬> 피터팬 역

2010 <그들만의 세상> 준이 역장애인문화예술국민대축제 연극제 정기공연 <춤추는 휠체어> 2011 휠과 함께하는 연극아카데미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연극제 정기공연 <돈 끼호테를 위하여>

2012 휠과 함께하는 연극아카데미 기획공연 <여행>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연극제 정기공연 <그날, 우리는>

2013 정기공연 <민들레> 연희 역

2014 기획공연 <오징어덮밥> 정아 역제7회 남해섬공연예술제 초청공연 <절대사절> 주희 역제2회 서울에이블연극축제 연극경연대회 <10분의 열정> 제8기 장애인연극아카데미

2015 신나는 예술여행 사회복지시설순회 공연(5군데) 협업사업 <제물포 별곡> 옥순 역정기공연 <안녕, 오즈> 엄마 역

2016 장애인창작단막공연페스티벌 협업사업 <헬로,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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