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는 덴마크의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다. 처음으로 바다 위의 구경을 나갔던 공주는 바다 위를 항해 중이던 왕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 폭풍으로 정신을 잃은 왕자를 구해낸다.

해운대 동백섬 인어상. ⓒ이복남

공주는 왕자의 곁에 있고 싶어 자신의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는 대신 사람의 몸을 얻어 왕궁에 들어가서 시녀가 된다. 그러나 왕자는 말을 못하는 인어공주가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웃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게 되고, 낙심한 인어공주는 슬퍼하며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 죽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동화다. 그런데 이런 슬픈 전설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인어에 관한 전설은 여러 군데 있고 해운대 동백섬에도 인어상이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 글을 준비하면서 동백섬 인어상을 다시 찾아 가 보았다.

해운대 동백섬 인어상 안내문. ⓒ이복남

부산 해운대 동백섬 인어상에는 먼 옛날 인어나라 ‘나란다’에서 황옥공주가 해운대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을 왔는데 공주는 고국이 너무 그리워서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바다로 나와 황옥(黃玉)에 비친 ‘나란다’를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광해군 때 어우당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지은 한국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도 인어공주에 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어유야담의 인어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판타지 로맨스다.

‘푸른 바다의 전설’ .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조선시대에 우연한 사고로 육지로 올라오게 된 인어 심청(전지현 분)이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시 만난 남자가 사기꾼 허준재(이민우 분)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심청이나 허준재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다가 죽었다면 그것으로 끝이 날 텐데 못다 한 사랑으로 모든 것은 반복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김담령(이민우 분)은 강원도 흡곡현의 현령이 되어 해변에 있는 어부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어부가 인어를 잡았다고 했다. 김담령은 인어를 놓아 주고자 했는데 여각주인(성동일 분)은 인어 기름은 비싸다며 탐을 내다가 결국에는 심청과 김담령을 죽이고 만다. 그 여각주인이 탈옥수 마대영(성동일 분)으로 나타나 심청과 허준재를 위협한다.

심청과 허준재의 만남-현재와 전생. ⓒSBS

강서희(황신혜 분)는 사람들이 약자는 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교활한 여자다. 그녀는 두 번 결혼했는데 두 번 다 결혼 후 남편들이 시력을 잃었다가 세상을 떠난다. 세상을 떠난 남편의 보험금으로 집도 사고 아이를 키우며 생활의 여유를 찾는다. 그가 키우는 아들은 마대영의 아이로 추정된다.

허일중(최정우 분)은 모유란(나영희 분)과 결혼하여 아들 허준재를 낳는다. 그러나 모유란은 금수저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과였으나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남편이 돌아선다. 허일중은 모유란을 시샘하던 강서희의 꾐에 빠져 모유란과 이혼하고 아들 허준재는 집을 나간다. 허일중은 강서희가 데려온 아들 허치현(이지훈 분)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같았으나 친아들 허준재를 못 잊어한다.

한편, 강서희는 허일중을 죽이고 아들 허치현과 마대영과 함께 살 음모를 꾸미는데…….

홍동표(박해수 분) 형사가 사기꾼 허준재 일당을 쫓고 있다. 허준재는 자신이 조선시대 김담령이고 심청이 그 때 만난 인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이상 나쁜 짓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죄는 마대영을 잡은 후에 보자’며 마대영을 쫓는 홍동표 형사를 도와준다. 그러는 사이 강서희가 두 번 결혼했었고 두 번 다 남편이 시력을 잃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투구꽃을 키우며 음모를 꾸미는 강서희. ⓒSBS

필자가 드라마 관련 글을 쓴다 해도 모든 드라마를 다 보지는 못 한다. 누군가가 어떤 드라마에 장애인이 나오니 한번 보라는 얘기를 하면, 그 때부터 무슨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되는가 챙겨 보게 된다.

그런데 ‘푸른바다의 전설’에는 이렇다 할 장애인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물론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한 장애인의 전화 때문이었다.

며칠 전 평소에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일부러 시각장애를 만들 수 있을까요?”

“글쎄요. 누가 일부러 장애인을 만들겠어요.”

“일부러 각막손상을 시키던데요.”

“각막손상이라, 그러면 시각장애인인데 어디서 그러던가요?”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무슨 약을 먹이던데요.”

“설마 그럴 리가…….”

필자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정말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강서희는 허일중의 각막을 손상시켜 시각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죽어가면서 아들 허준재를 부르는 허일중. ⓒSBS

필자가 인터넷에서 ‘각막을 손상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법 전문가(?)인 시각장애인 B씨에게 ‘각막을 손상시키는 약이 있느냐’고 문의를 했다.

“에잇, 세상에 그런 약이 어딨어요. 간혹 라식이나 라섹수술의 부작용으로 각막이 손상되어 시각장애인이 되는 경우는 있다지만 일부러 각막을 손상시키는 약은 잘 모르겠습니다.”

B씨가 세상에 그런 약은 없다고 했다. 다시 A씨에게 물어 보았으나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뭐지? 하는 수 없이 ‘푸른 바다의 전설’을 다시 보는 수밖에.

그랬더니 과연 각막을 손상시키는 것은 약이 아니었다. 백내장이라고 했는데 강서희는 허일중에게 백내장 약 대신 다른 약을 먹었고 허일중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허준재는 모든 것이 계모 강서희와 그의 아들 허치현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아버지 허일중을 구하러 갔으나 아버지는 허준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때는.

허준재가 다시 아버지를 찾았을 때. ⓒSBS

하는 수 없이 허준재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를 두고 강서희 방에서 미세바늘과 투구꽃가루 그리고 마취약을 발견한다. 허준재가 찍어 온 투구꽃을 홍형사에게 보이자 허준재의 친구 조남두(이희준 분)는 “투구꽃이다. 계모의 독이라고 불리는 꽃인데 암살에 쓰인다.”고 했다.

강서희는 보라색 꽃을 키우고 있는데 강서희가 키우는 꽃은 투구꽃이었다. 강서희는 허일중에게 백내장 약 대신 마취제를 먹였고, 허일중이 마취제에 취해 잠들면 바늘로 그의 눈을 손상시켰고, 투구꽃가루로 허일중을 조금씩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허일중이 마취제를 몰래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서희는 허일중에게 독약을 먹였던 것이다. 바로 투구꽃을 달인 독으로.

예전에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도 투구꽃으로 사람을 죽이는 내용이 있었는데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도 허일중을 투구꽃으로 시각장애인을 만들고 결국에는 투구꽃으로 허일중을 죽였다.

허일중이 죽자 투구꽃을 치우는 마대영.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는 인어 이야기는 20회짜리인데 18일(수) 즉 오늘 밤에 18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제 끝이 얼마 안 남았지만 어우야담에 실린 인어의 전설을 모티브로 ‘푸른 바다의 전설’을 만들어 내다니 작가나 연출가 등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범죄 스릴러물이나 소설이나 영화도 아니고 공중파 드라마에서 일부러 시각장애인을 만들고 죽이기까지 하다니 너무나 끔찍하고 아이들이 볼까 겁이 난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 20%의 시청률을 남나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여하를 떠나 죄를 지은 사람은 그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겠지만 이 같은 공중파 드라마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나 장애인복지를 무색케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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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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