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장애학회 주최 ‘2016년 추계 학술대회’에서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방귀희 초빙교수가 ‘장애인문학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발전방안’을 발표했다.ⓒ에이블뉴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라는 제목을 읽으며 시각장애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한 연 한 연 내려가면서 중도에 실명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선명하고 있다.

중도로 장애를 가지면 처음에는 죽을 생각만 하지만, 적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가는, 두 눈이 잃은 것이 아닌, 열 개의 눈동자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장애인문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가진 영향력 있는 작품임에도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11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장애학회 주최 ‘2016년 추계 학술대회’에서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방귀희 초빙교수는 이 같은 ‘장애인문학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발전방안’을 발표, 장애인문학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애인문학은 장애인 쓴 문학작품이면서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장애인 등장하는 폭넓은 문학으로, 1980년대 신문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장애인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소개됐다.

장애가 심해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강동석씨의 장편 소설, 고등학교 때 추락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김옥진씨의 ‘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은 큰 화제였다. 그 밖에도 뇌병변장애인 소설가 김재찬씨가 ‘문학정신’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학 활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로 노래까지 만들어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권오순 작가, 한국문단 최초의 장애인문인인 서덕출 작가, 미술교과서를 만든 구본웅 작가가 장애인문학의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장애인문학’이 본격 수면위로 드러난 건 1990년 12월7일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창립되며, 그 이듬해 ‘솟대문학’이 창간되며 장애인문학이란 새로운 장르가 형성됐다. ‘솟대문학’에서 제정한 구상솟대문학상으로 배출된 작가는 2015년 말 현재 160명이며,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371명, 신춘문예 12명, 기타 104명 등이다. 이들 중 시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하지만 장애인문학은 장애인의 삶을 소재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방귀희 교수는 “좋은 작품으로 평가 받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데 장애인 이야기를 쓰면 독자들은 재미없다고 하고, 평론가들은 장애인작가는 소재가 빈약하다고 하기에 스스로 기피하는 것”이라며 “어렵게 출간되더라도 홍보 부족으로 인한 폐기 처분 등 경쟁력을 잃고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방 교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애인 소설가 10명을 선정, 분석한 결과 남성 작가가 80%였으며, 중증장애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여성장애인이 남성장애인에 비해 사회에서는 물론 가정 내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정도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장애가 심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문학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경제활동이 되는 작가는 고정욱, 김환철 단 2명에 불과했다.

방 교수는 “장애인문학을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해서는 문학성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버려하고 문학의 다양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장애문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지원금, 쿼터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방 교수는 “특히 장애문인이 작품을 완성해도 그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묵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학은행을 설치해 작품을 맡기면 심사를 해서 드라마, 영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개를 하고 채택이 되면 원작료를 지급하는 창구가 돼야 한다”며 “장애문인들의 문학교육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장애학회 주최 ‘2016년 추계 학술대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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