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지난 18일 화요일 밤에 끝이 났다.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꽤 인기 있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왜 구름이 아니고 구르미지? 구름이라고 쓰고 구르미라고 읽는다면 모를까. 그러나 그에 대한 답변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으므로 그냥 넘어가자.

“구르미 그린 달빛”.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배경은 조선후기 순조시대다. 조선의 제23대 국왕인 순조(김승수 분)의 맏아들 효명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홍경래의 딸 홍라온(김유정 분)의 러브스토리다. 그리고 홍라온을 흠모하는 꽃선비 김윤성(진영 분)과 세자의 호위무사 김병연(곽동연 분)이 등장한다.

한편 영의정 김헌(천호진 분)은 김씨 가문의 세도를 위해 딸을 두 번째 중전(한수연 분)으로 들여보낸다. 예조판서 조만형의 딸 조하연(채수빈 분)은 효명세자에게 반해서 쫓아다니다가 세자빈으로 간택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정약용(안내상 분)이 효명세자의 사부역할을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순조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역사적 사실에다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감각으로 살을 붙여 구성한 퓨전사극이다.

순조 임금 시절 평안도에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고, 김씨 가문과 조씨 가문에서 서로 국정을 주도하려고 암중모색을 했고 그 사이에 정약용이 활약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세자 이영은 여자의 몸으로 어쩌다 내관으로 들어 와 동궁전으로 배당 된 홍내관과 어울리다 그가 여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고 홍내관은 홍경래의 딸이다.

왕이 시무를 보기 위해 용상으로 가는 길. ⓒKBS

세자 이영은 어렸을 때 순조의 중전인 어머니를 잃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 중전을 시해 한 것은 영의정 김헌이었다. 그 사실을 홍라온이 알게 되자 김헌은 홍라온을 없애려 한다. 홍라온을 없애는 데는 그를 제일 잘 안다는 손자 김윤성이 앞장을 서겠다고 자청한다. 그러나 김윤성은 홍라온을 지키려다 김헌의 졸개들 칼에 맞아 죽게 되고 대역죄인 김헌은 잡혀가기 전에 권총 자살을 한다.

세자 이영은 왕이 되어 처음으로 붉은색 곤룡포를 입고 조정으로 나아가 문무백관들을 거느리고 시무를 보게 된다.

전하가 용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정확하게 몇 미터가 되는지는 잘 몰라도 참 멀기도 하다. 그런데 문무백관이 도열한 자리 끝에서부터는 계단이다. 그것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충 세어 봐도 10단은 넘는 것 같다.

용상으로 나아갔던 전하는 다시 돌아서서 용상이 아니라 계단 위에 앉았다. 계단 아래에 있던 정약용이 의아해서 물었다.

“전하, 어찌 의자를 놔두시고…….”

용상 아래 계단에 앉은 왕. ⓒKBS

“앞으로는 계속 이래야 될 것이요. 백성들과 과인과의 높고 낮음을 그리고 그대들과의 거리,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한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오.”

필자가 우연히 마지막 이 대목을 보면서 어차피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퓨전사극이다. 그렇다면? 잠시 발칙한 발상을 해 본다.

우리 역사에서 과연 장애인 임금이 있었던가?

필자가 알기로는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 말년에 눈이 멀어 4~5급쯤의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 다가 아닐까 싶다.

결국 지체장애인 왕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층층시하 계단을 높인 것은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다. 그 위엄과 권위를 낮추어 백성과 신하들과 가까워지고자 한다면 아예 계단을 없애고 신하와 같은 반열에 앉는 것은 어떠했을까.

그렇다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신하라도 마음 놓고 전하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정약용이 의자라고 한 말은 미처 알지 못한 실수인 것 같다. 왕이 앉는 자리는 의자가 아니라 용상(龍床)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왕과 홍라온이 코스모스 꽃밭에서. ⓒKBS

그리고 궁궐을 나온 홍라온은 홍내관 책방 즉 북카페를 열었다. 미복으로 홍내관 책방을 방문했던 왕 이영은 홍라온과 코스모스 가득한 벌판으로 나갔다.

코스모스 가득한 벌판에서 홍라온은 이영 전하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에 대해서 설명했다.

“멀고 먼 나라에 꽃처럼 곱디고운 세자 저하가 계셨는데, 비록 세상물정을 잘 몰라 성정이 괴팍하였으나,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세상에 다시없는 성군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전하는 홍라온에게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 ‘전하가 만든 세상의 첫 번째 백성?’ 그게 아니라,

“너는 내 세상을 가득 채운 라온이니라”

‘라온’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옛 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구름은 백성이고 달빛은 군주를 뜻한다고 한다. 풀이하자면 ‘백성의 뜻으로 그려 낸 군주’라는 의미란다. 왕이나 백성이나 신하까지도 높고 낮음의 차별이나 차이가 없이 다 함께 아우르는 그런 세상 말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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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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