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술, 혼밥, 혼영, 혼행, 혼창’ 등이 뜨고 있다. ‘혼술’이란 혼자 마시는 술을 뜻하는 신조어다. ‘혼술’과 마찬가지로 ‘혼밥’은 혼자 먹는 밥, ‘혼영’은 혼자 보는 영화, ‘혼행’은 혼자 하는 여행, ‘혼창’은 혼자 하는 노래를 뜻한다.

이 같은 신조어가 생기기 전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신도 쑥스러웠고 남이 보면 뭐라고 할까 싶어서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자신이나 보는 사람이나 별로 거부감이 없다.

혼술남녀. ⓒtvN

따라서 요즘은 ‘혼술’이나 ‘혼밥’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나 혼자, 마음 편히, 남 신경 쓰지 않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발적인 ‘혼술’만 있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홀로 캔맥주를 들이키며 스트레스를 풀고, 누군가는 대출금 상환과 치솟는 월세의 압박에 못 이겨 돈이 덜 든다는 이유로 혼술족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함께 술잔을 나눌 사람이 없어 혼술을 하기도 한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는 이처럼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을 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유쾌하게 그리고자 한다는 게 기획의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의 이야기인데 잘나가는 한국사 강사 진정석(하석진 분)은 학벌 외모 실력은 고퀄리티지만 인성은 쓰레기라 그의 별명은 ‘고퀄리티 쓰레기’, 줄여서 ‘고쓰’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혼술’을 한다.

별 볼일 없는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는 ‘고쓰’에 빌붙어 살면서 노량진의 장그래로 ‘노그래’라는 굴욕스런 별명을 얻는다. 그리고 학원 원장 김원해(김원해 분), 영어 강사 황진이(황우슬혜 분)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 분) 등이 나온다.

학생으로는 공명(공명 분), 기범(샤이니 Key 분), 동영(김동영 분), 채연(정채연 분) 등이 나온다. 모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다. 공명, 기범, 동영은 같은 대학 친구들인데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서점에서 만난 기범과 조권. ⓒtvN

어느 날 조권(조권 분)이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며 노량진에 나타나 기범과 동영을 만난다. “너희 학교 휴학하고 공시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실은 나도 준비하려고 여기 고시원으로 이사 중이야”라며 친구들을 반가워한다.

기범과 동영은 “우리도 9급 일반 행정직”이라고 하자, 조권은 “넷 다 같은 걸 준비한다니 신기하다.”고 한다. (공명은 다쳐서 입원 중이다.) 이에 기범과 동영은 “신기할 거 없다. 원래 9급 일반 행정직 준비하는 사람이 제일 많다”며 시험 경쟁률이 100대 1 쯤 될 거라고 한다.

얼마 후 기범은 서점에서 조권을 만난다. 기범은 조권에서 “너 책 사러 왔구나, 책 사려면 3년 먼저 9급 행정직 준비하는 이 선배한테 추천 받지.”라고 했는데 조권이 고른 책은 사회복지사였다.

“너 9급 행정직 친다며?” 이에 대한 조권은 대답은 “바꿨어, 아까 니들 말 들어 보니 9급 행정직은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사회복지사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더라.”

기범이 “이런 줏대 없는 새끼”라며 핀잔을 주자 조권은 “너도 알잖아, 나 경쟁률 치열한 거 극혐하는 거”라며 학교생활에서의 경쟁률 극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같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기범이 계단에서 구른다. 기범은 조권에서 자기를 업고 가 달라고 하고 조권은 하는 수 없이 낑낑거리면서 고시원 방으로 기범을 업고 간다.

조권이 고른 사회복지사 문제집. ⓒtvN

조권이 기범을 침대 위에 겨우 내려 놨는데 기범은 조권에게 엉덩이를 좀 주무르라고 한다. 조권이 난색을 표명하자 기범은 사회복지사에 대해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그거 조금 도와주었다고 이래 짜증을 내나? 사회복지사는 희생정신이 기본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헌신적인 마음, 그런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엉덩이 좀 주물러라.”

조권이 기범의 엉덩이를 주물러 주었는지는 잘 모른다. 다음날 조권은 “사회복지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경찰직으로 진로를 다시 바꿨다.”고 했다.

행정직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사회복지직공무원은 어떠할까.

우선, 시험 치는 자격이 나이는 18세 이상이고, 학력은 제한이 없으나, 서울은 상관이 없지만 지방은 그 지방에 3년 이상 살아야 되고, 그리고 사회복지사 2급의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가 있다.

사회복지사 2급은 4년제 대학이나 2년제 대학, 그리고 학점은행제 등으로 취득할 수가 있다. 사회복지사 1급은 1년에 한번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사회복지사 1급 국가전문자격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해야 한다.

“혼술남녀”는 드라마다. 조권이 처음에는 9급 행정직으로 시험을 칠 예정이었으나,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사회복지사로 바꾸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사회복지직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 할 수 있는데 일반 행정직을 치겠다는 조권에게 과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은 있었을까.

그리고 사회복지직 경쟁률은 말 그대로 100대 1의 일반 행정직에 비해 10배 쯤 낮은 10대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혼술남녀”에서 기범이 말한 것처럼 사회복지사는 희생정신이 기본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헌신적인 마음, 그런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일단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는 사회복지라는 개념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고, 공무원이 되려면 공무원이 되기 위한 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을 공부해야한다. 기본 공통과목으로 국어 영어 한국사가 있으며 선택과목으로 사회복지학, 사회, 행정학, 행정법 등이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시, 군, 구 및 읍, 면, 동 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업무를 담당한다. 관할지역에서 노인문제, 장애인 문제, 아동복지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필요성이 절실해짐에 따라 사회복지직공무원으로 하여금 국민복지를 전담하게 하기 위해 생겨난 봉사직공무원이다.

물론 필자는 사회복지직공무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회복지직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본적도 없다. 예전부터 평생을 장애인 단체에서 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단체나 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안정적이며 장래가 보장되는 사회복지직공무원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복지단체나 복지관 등의 근무는 월급도 적을 뿐 아니라 언제 그만 두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장래가 보장되는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어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사회복지사가 전망이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겼는지 4년제 대학 뿐 아니라 2년제 대학에서는 사회복지과 뿐 아니라 아동복지과 노인복지과 등으로 나누어 과를 개설해 사회복지사들이 엄청나게 배출되었다. 거기다가 학점은행제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고, 전망이나 점수에 맞춰 사회복지과에 진학을 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두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필자가 오랫동안 장애인 단체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복지사가 “혼술남녀”에서 말하는 것처럼 희생정신이 기본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든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헌신적인 마음, 그런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아닐 것 같다.

어디서든지 사회복지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면 족할 것 같다.

가끔 필자를 찾는 사람들이 읍‧면‧동에서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하소연한다. 그러면 내담자에게 필자가 물어 본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적일까요? 아군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이라고 대답한다. 사회복지담당자는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할 적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시행하는 사회복지 제도나 정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은 우리들의 아군이다. 그들이 아군일 때 어떻게 하면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의 할 수도 있다.

가끔은 ‘내가 하면 로맨스로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로 막무가내로 목소리만 높여서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만 사회복지담당자가 아군일 때 그들은 우리에게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윤리강령 전문에 의하면 ‘사회복지사는 인본주의·평등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활동에 헌신한다. 특히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와 평등·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선다. 또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저들과 함께 일하며, 사회제도 개선과 관련된 제반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고 되어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비단 사회복지사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갖춰야 할 덕목일 것이다. 요즘 희망원 사태로 시끄러운 것 같다. 그곳에도 분명 사회복지사들이 근무 했을 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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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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