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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실패한 '장애인 영화관 접근성 실행 계획'

소비자단체 의견 미반영, 정책유지 뒷받침 없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9-19 11:58:42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이 주관하고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는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모두의 영화관’팀은 지난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호주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주제는 '호주 시각, 청각장애인들의 영상매체 향유 방법 탐색'으로 영상매체 중에서도 '문화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면해설자막 영화'가 세부주제다.

화면해설이란 영어로는 Audio Description(AD)라 한다.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어려운 시각적인 화면정보들을 언어로 전환하여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서비스이다.

‘한 여자가 푸른 나무 밑에서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듣고 있다. 여자의 옆에는 하얀색 작은 강아지가 엎드려 있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자막이란 대사와 더불어 효과음, 배경음 같은 청각적 요소를 문자로 표현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화면해설을 통해 영상매체를 이해할 수 있고,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을 통해 청각적인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귀’로 보고, 청각장애인들이 ‘눈’으로 듣는 영화가 바로 ‘배리어프리영화’라고도 불리는 화면해설자막영화이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시각, 청각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어두운 노인,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어린아이나 지적장애인, 외국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모두를 위한 영화이다.

지난 8월 17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Media Access Australia를 방문했다.

2010년, 호주 정부(주관부처 : Federal Department of Families, Housing, Community Services and Indigenos Affairs)는 ‘영화관 접근성 실행 계획’(Cinema Access Implementation Plan)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정부의 지원 하에 4대 주요 영화관 체인인 Hoyts, Village, Event 그리고 Reading Cinemas가 장애인들의 영화관 관람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2010년 당시 12개의 상영관에서 매주 3번에 불과한 자막화면해설 영화 상영을 2014년 말까지 4대 영화관체인이 운영하는 132개의 복합영화관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방문한 Media Access Australia는 ‘영화관 접근성 실행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언과 지원을 하는 역할인 자문위원회 중 하나였다.

Media Access Australia에서 ‘영화접근성실행계획’이 끝난 현재의 호주자막화면해설 영화 상영 실태와 계획 실행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관 접근성 실행계획’이 수립된 배경에는 지속적인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와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은 배리어프리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폐쇄형 기기’를 갖추는 데에만 사용되어야 했다.

한국과 다르게 호주는 영어권 나라라 영화가 수입될 때 화면해설자막이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제작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화면해설자막이 포함된 영화 수입 비용은 영화관 측에서 부담해왔다.

계획 시행 초반에 영화관 측과 협상하는 데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표면적으로 영화관 측은 호의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 인권단체와 소비자그룹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는 부정적인 태도였다. 영화관의 이익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계획이 실행된 후 시각, 청각장애인들은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장비로 상영시간과 영화를 어느 정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당사자인 시각, 청각장애인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낮은 만족도의 이유는 기기의 불편함과 노후, 잦은 고장, 관리 부실, 기기에 대한 직원 교육 부족 등이 있는데 기기의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청각, 시각장애인들이 영화관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계획이 끝난 이후 호주자막화면해설 영화에 대한 로비는 딱히 없다고 한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국가적으로 자막화면해설 영화를 위해 움직인 나라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계획이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첫 번째, 소비자 단체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 계획의 주최는 정부와 영화관이어서 소비자단체는 지켜보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은 기기의 불편함 때문에 제공되는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개방형 자막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갖춰진 기기의 수가 적다. 이것은 폐쇄형 시스템의 단점 중 하나인데 현재 호주 내에서 약 250여 개 영화관에서 배리어프리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영화관 크기에 따라 필수상영 횟수가 다른데, 상영관이 1~6개인 작은 영화관일 경우 1개, 7 ~12개 상영관을 가진 영화관일 경우 2개, 12개 이상 상영관을 가진 대형 영화관일 경우 3개 이상의 화면해설자막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상영관 하나당 5개의 캡티뷰와 5개의 AD기기를 가지고 있어야하지만 실제로 소수의 기기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실제로 해리포터 시리즈물 중 하나의 개봉 날이었는데, 21명의 청각장애인 청소년들 극장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그 극장에는 15개의 자막기기만 보유하고 있어, 6명의 친구는 자막기기를 사용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소지하고 있는 기기보다 많은 인원이 관람을 원할 시 장비 없이 관람하거나, 관람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했던 도심 3곳의 영화관 중 10명의 팀원이 모두 기기를 받을 수 있었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 번째, 정책 유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장비를 유지보수 해야 하는데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 계획이 끝난 현재 자막화면해설 영화는 의무가 아니므로 영화관 측에서도 유지보수에 관한 계획이 없다. 이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며 한국에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기도 하다.

호주와는 다르게 한국은 화면해설자막영화 편수가 너무 적다. 일정비율 이상 화면해설자막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방송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제작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권 나라인 호주에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수입될 때 이러한 콘텐츠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제작 의무가 없더라도 불편함이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보다 훨씬 많은 자막화면해설 영화의 상영관, 상영 편수를 제공하여 막연히 자막화면해설 영화의 ‘유토피아’라 생각되었던 호주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은 현재 개방형으로 화면해설자막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개방형의 대표적인 단점은 한정된 시간대, 한정된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폐쇄형으로 가고 있는 과도기 상태이다.

이러한 호주의 시행착오들을 교훈 삼아 한국은 기기의 유지보수 면에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일회성 정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당사자들, 영화관, 정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모두의 영화관’을 꿈꾼다.

*이 글은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모두의 영화관’팀의 최수화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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