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원정대 발대캠프에 참여한 여하. ⓒ그린라이트

하모니 원정대는 기아자동차(주)(대표 박한우)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회장 김선규)가 함께하는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이다. 장애학생 2명과 비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된 총 10팀(50명)이 전국의 문화재와 문화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Barrier Free)을 조사한다.

2016 하모니원정대는 지난 7월 11일 발대캠프를 시작으로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문화재와 국(도)립공원, 둘레길, 해수욕장, 숙소와 식당의 장애인 관광편의시설 점검을 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9박 10일간 도전과 열정을 품고 특별한 여행을 떠난 청춘들, 그들의 성장스토리를 담았다. 여덟 번째는 여하팀의 김도현학생의 기고다.

다섯 명이 함께 모여야 빛이 나는 여하. ⓒ그린라이트

하모니원정대를 알게 되고, 팀 ‘여하’를 결성하기까지>

“너 면허 언제 땄어?”

“한 4년 됐지.”

“운전은 해?”

“방학 때 아버지 일 도우면서 했고, 가족 행사 때문에 얼마 전에도 했고. 그런데 왜?”

그때 ‘왜’라는 저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하모니원정대’였습니다. 하모니원정대 모집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후였습니다. 이미 1년 전 하모니원정대에 참여했던 친구는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모집이 끝나기 전에 도전을 해보라고 했고, 인턴근무를 마치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저였지만 선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 지원서 마감일까지 시간이 촉박했고, 팀원 구성에 휠체어 이용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지원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게다가 제 삶에서 장애인의 편의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계기도 없었기 때문에 과연 제가 이 활동에 적합한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친구의 권유와 저도 이대로 하모니원정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선정되지 않더라도 팀을 만드는 과정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 배우자는 마음으로 팀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때마침 하모니원정대 카카오그룹에서 팀원을 구하고 있는 정민이를 알게 되었고 같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흔쾌히 수락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모니원정대 4기를 향한 도전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눈 딱 감고 내딛은 첫발은 좋았지만 팀원 모집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이틀을 기다렸지만 팀원 모집 글에 돌아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정민이를 통해 타 커뮤니티에서 민정이를 데려왔고 곧바로 지연이가 찾아와 다행히도 팀원 4명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여하'라는 이름으로 내딛는 첫걸음. ⓒ그린라이트

하지만 다섯 명의 팀원으로 구성을 마친 것은 아니었기에 마지막 팀원을 찾기 위해 여러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휠체어 이용자가 필요한 특수 상황이었기에 돌아온 답변은 일관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이었고, 추천해주었던 친구조차도 주변에서 구하기 어렵겠다며 미안하다고 했을 때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오는 촉박한 상황에서 포기하려는 찰나 기적처럼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연수를 소개를 받게 되었고 마침내 팀원 구성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구성을 마치고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팀원들의 개인 지원서를 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정민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접근 편의성에 자극받아 지원을 결심한 민정이, 타인을 위해 장애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지연이, 불편함은 전혀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활발하고 긍정적인 연수까지 장애인에 관해서 저보다 접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팀원들에게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과 꼭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모니원정대를 통해 모인 우리들은 다른 팀과는 달리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를 좀 더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우리가 조사할 곳에서 담당자분과 장애인의 의견도 경청하자는 의미에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를 의미하는 여하(如何)를 팀명으로 정하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거쳐 당당히 하모니원정대 4기 팀 ‘여하(김도현, 강민정, 이정민, 최지연, 장연수)’로서의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활동을 떠나기 전, 발대캠프 마지막 날. ⓒ그린라이트

여행의 시작, 다사다난했던 여하의 여행>

발대캠프를 마치고 카니발과 함께 본격적으로 떠난 우리들의 여행은 난감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장애인화장실의 부재였습니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는 연수의 특성상 조사지마다 화장실은 필수적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화리 석불입상, 고도리 여래입상, 익산 제석사지, 전주 박다옥은 아무것도 없이 문화재만 있었고, 고창 무장현관아는 공사 중이라 간이화장실, 연동리 석불사에는 일반화장실만 있어 우리들을 난감했고, 그 곳에서 조사활동을 오래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더위였습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조사를 위해 차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조사활동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위가 강한 날에는 팀원들 중 일부는 차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번갈아가며 조사를 하는 방향으로 체력 안배를 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휠체어 접근성이었습니다. 황토현전적지를 찾은 날, 더운 날씨에도 쉬는 것이 미안했는지 연수가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하여 문화재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수많은 돌계단이었습니다. 계단을 피해 옆문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지만 전동휠체어가 턱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문화재 입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 계단만 올라갈 수 있었다면, 옆문을 통해 턱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면 그늘도 많고 시원한 곳이 많았는데 그 곳들을 연수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관리의 문제였습니다. 선운산 도립공원은 남자화장실의 경우 그 안에 세탁기를 두어 입구 폭이 매우 좁았으며, 부안의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는 화장실마크에 점자블록을 프린트하여 무늬만 갖춰놓았었습니다.

함께 걷는 길을 막아선 낮은 턱 앞에서. ⓒ그린라이트

이러한 문제점들을 바라보면서 아무리 장애인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진짜로 장애인이 방문했을 때 겪을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기를 문화재 담당자 분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문제점들과는 달리 장애인을 배려해 준 문화재와 관광지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국/도립 공원은 단차가 없거나 낮았고 대부분 수동휠체어 대여가 가능해서 전동휠체어를 차에서 꺼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습니다.

특히 변산반도 국립공원 같은 경우 식당 대부분이 경사로 처리가 되어있어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기에 수월했습니다. 원불교 익산성지는 점자블록이 갖추어져있고 경사로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구성돼있었으며 대부분 평지라서 문화재 조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재와 국립공원 이외에도 팀 연계미션을 위해 찾은 광주야구장은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복지카드가 있어야만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휠체어 전용석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렀던 대형마트도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였습니다.

그간 있었던 여행을 되돌아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앞에서 자세히 적지는 못했지만 늦어지는 저녁식사,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문화재, 무늬만 갖춘 장애인용 시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숙소로 인한 접근의 난감함, 팀 연계미션으로 간 야구장, 해수욕장에서 연수가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진 일, 뷔페에서의 호화로운 식사, 전주한옥마을에서의 팀 미션활동과 팀원들의 한복 인생사진 등 힘든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하모니원정대에서 선물해준 여행 덕분에 우리 팀은 첫 만남의 어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익숙함과 친근함이 남게 되었습니다.

하모니미션을 위해 찾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그린라이트

하모니원정대가 가져다준 선물들>

하모니원정대는 저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변화입니다. 해단식 때 한정재 사무국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활동이 끝나게 되면 앞으로 장애인 주차장, 화장실을 비롯해 장애인시설들만 보이게 될 겁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씀대로 요새는 장애인주차장을 볼 때 규격은 지켜졌는지, 인도에 기울어진 길을 보면서 휠체어가 넘어지는 기울기가 아닌지에 대한 것들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학교로 가면서 지하철역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진행방향은 직각인지, 역에서 학교까지 휠체어는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도서관으로 가는 오르막길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른 건 아닌지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인연입니다. 이번 원정대를 통해서 너무나 소중한 인연들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같이 묵묵히 걱정해주시는 한정재 사무국장님을 시작으로, 팀 연계미션을 위해 여러모로 신경 써주신 이민호 과장님, 난감한 질문에도 열정적으로 답변해주신 채수연 멘토님, 우리가 어색해 보인다며 계속 장난해주신 한진호 멘토님 이외에도 여러 멘토님들과의 인연이 생겼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다섯 명의 인연. ⓒ그린라이트

그리고 제일 소중한 우리 팀 5명의 인연입니다. 제가 팀을 결성할 수 있게 도와주고 힘든 조사도 묵묵히 수행해준 정민이, 연수가 힘들어할 때 옆에서 잘 위로해주고 제가 장난쳐도 잘 받아준 민정이, 내성적인 것 같아보여도 친해지면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지연이, 우리가 던진 사소한 말에도 큰 웃음을 선사해준 연수까지 부족한 팀장과 함께 단합하여 이번 여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었습니다.

기고문을 마치면서 하모니원정대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망설이고 있을 때 계속 권유해주었기 때문에 지원을 결심할 수 있었고 대학생활을 마치기전 하모니원정대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행을 생각해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시 한 번 국장님과 멘토님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여하팀원들 고맙고 사랑합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날을 위해.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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