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천구에 위치한 희망방송에서 열린 ‘김혁건과 함께 하는 장애인 음악교실’ 모습.ⓒ에이블뉴스

25일 오후, 폭염 특보가 내려진 서울 금천구 희망방송 스튜디오. 10명의 장애인이 둥글게 모인 가운데, 구슬픈 가락이 인상적인 ‘이등병의 편지’가 하모니카를 통해 흘러나왔다. 장애유형도 제각각, 연주 실력도 제각각. 실력을 뽐내는 사람도, 부끄러워 눈치만 보는 사람도 음악으로 하나 됐다.

“못 해도 괜찮아요! 자신 있게 불어요!” 원 중심에는 더크로스 김혁건씨의 전동휠체어가 자리했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 중인 ‘김혁건과 함께하는 장애인 노래교실’의 즐거운 풍경이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 혁건씨와 인연을 맺은 이들. 고등학생인 아들이 더크로스의 팬이라 자연스럽게 음악교실을 찾게 된 미란씨, 매달 2번씩 열리는 음악교실 참여를 위해 포천에서부터 찾아온 여성 참가자, 최근 제1회 이음가요제 대상까지 거머쥔 일주씨까지.

“저는 조금 특별하게 음악교실에 찾아왔어요” 앳된 얼굴의 남정현(뇌병변2급, 32세, 남)씨는 혁건씨가 운영했던 크로스 음악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음악교실을 알게 됐다.

‘노래 부르는 게 좋습니다. 노래 잘 부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정현씨가 용기 내 보낸 메일에 답장이 도착했다. ‘음악교실에 나와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난해부터 시간날 때마다 음악교실을 찾는 정현씨는 노래도 물론, 좋은 형, 누나도 얻었다. “노래 수업보다는 어울리면서 소통도 하고 좋은 것 같아요.”

하와이안 셔츠, 긴 머리를 휘날리는 ‘왕오빠’ 박광식(지체1급, 48세, 남)씨는 일명 혁건씨의 왕팬이자, 영어 선생님이다. 더크로스의 ‘돈 크라이’, ‘나만의 그대’를 너무나 좋아해 유투브에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벌써 조회 수 5000건을 훌쩍 넘었다.

“혁건씨와 페이스북 친구였어요, 사고 전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통해 음악교실을 알게 됐고,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참여해요. 지금 돈 크라이를 연습하고 있는데요, 박자가 안 맞는다, 발음이 너무 세다는 코멘트를 받았어요. 더 잘 하고 싶어요.”

‘김혁건과 함께 하는 장애인 음악교실’에서 저마다 가창을 뽐내고 있는 참여자들.ⓒ에이블뉴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도레솔미 레미 레도 레도레도…’

지난해 처음 음악교실을 시작했을 때, 혁건씨는 “왜 배에 소리를 못 내?”, “왜 더 잘하지 못하니?”라며 음악교실 참여자들을 나무랐다. 비장애인들을 상대로 교육 하던 습관을 잊지 못해 각각의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됐다. 잘 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는 것, 함께 모여 즐겁게 음악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소증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날 음악교실에는 따뜻한 조언과 ‘하하 호호’ 웃음만이 감돌았다. “괜찮아, 틀려도 좋아! 자신 있게 해!”

잠깐의 쉬는 시간이 있는 후, 본격적인 노래 교실이 시작됐다. “오늘은 제가 노래 한 곡 불러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아서인지 혁건씨가 먼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의 노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난장이는 공을 쏘아 올리죠. 뭘 쏘아올린건가요? 희망을 쏘아올리는거에요. 약자지만 하늘 높이 계속 쏘아올린다고 해요. 계속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파이팅”

그 뒤 서로 마이크를 잡았다. 제1회 이음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임일주씨의 ‘다행이다’, 남정현씨의 ‘바보’, 박광식씨의 필링이 묻어난 팝송곡까지. 노래 후 이어지는 박수와 혁건씨의 작은 조언도 흘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음악교실은 그저 음악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에요.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교제하는. 제가 항상 기다려지는 2시간입니다. 다다음주에도요.”

25일 금천구에 위치한 희망방송에서 열린 ‘김혁건과 함께 하는 장애인 음악교실’에서 하모니카를 부는 미란씨.ⓒ에이블뉴스

장애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김혁건과 함께 하는 장애인 음악교실’을 열고 있는 김혁건씨가 하모니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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