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설처럼 아득한 이야기지만, 필자가 장애인복지를 처음 시작할 무렵 “중풍은 몇 급이나 받을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때의 대답은 “죄송하지만 중풍은 장애등급에 해당되지 않습니다.”였다. 그 때만 해도 중풍 즉 뇌졸중은 장애등급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리멤버 표지. ⓒSBS

그러다가 2000년 1월 1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등록 대상은 10개 항목으로 늘어났는데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정신지체, 발달, 정신, 신장, 심장’이 그것이다. 뇌변변장애가 장애유형으로 분리되면서 뇌성마비 뿐 아니라 뇌졸중 및 뇌경색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전의 뇌졸중만큼이나 치매에 대한 문의가 많다. 옛날에는 노망이라고 하는 노인성 질환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앓고 있어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로 불리는데 아직은 장애인등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SBS에서 수목드라마로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방영하고 있다. 리멤버에는 장애인으로 볼 수 있는 세 사람이 나온다. 치매인 서재혁(전광렬 분). 그의 아들 과잉기억증후군의 서진우(유승호 분). 그리고 서진우가 맞서 싸우는 상대로 분노조절장애의 남규만(남궁민 분)이다.

그런데 세 사람 모두 장애가 분명 함에도 「장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장애인은 아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15가지 장애유형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세 사람의 장애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남규만은 일호그룹 남일호(한진희 분) 회장의 아들이다. 남규만은 서촌 별장 파티에 가수로 부른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칼로 찔러 죽인다. 남규만은 분노조절장애로 자신에게 반항하는 여대생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했던 것이다. 남규만은 한번 흥분하면 이성을 잃고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사람으로 나온다.

아들 서진우와 아버지 서재혁. ⓒSBS

그러나 남규만은 별장관리인 서재혁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운다. 물론 경찰이나 검사까지 손 안에 넣고 주무르는 일호그룹의 갑질에다 서재혁의 치매도 한몫했다. 서재혁은 치매로 알리바이를 제대로 대지 못해 결국 살인자가 되어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서재혁의 아들 서진우는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절대기억력의 소유자다. 서진우는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에서 살인자는 아버지 서재혁이 아니라 남규만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서진우는 너무 어렸고 일호그룹에 맞설 힘이 없었다.

절대기억력을 가진 탓에 이웃에 사는 법대생 이인아(박민영 분)와 친구가 되고 후에 다시 서재혁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검사가 된 이인아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된 서진우는 법정에서 만난다.

이인아 검사나 서진우 변호사는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재심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호그룹의 갑질에 물거품이 되어 아버지 서재혁은 병으로 죽고 이인아는 검사 옷을 벗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도 전에 서진우의 절대기억은 좌초하게 된다. 서진우의 담당의사는 말한다. “남들은 능력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장애입니다.” 서진우의 절대기억력은 쓰면 쓸수록 점점 소진되어 진행도 빨라진다고 했다.

아들 남규만과 아버지 남일호. ⓒSBS

드라마 초반에 남규만이 말하기를 “애비는 기억을 못하는데 자식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런데 서진우의 절대기억력도 기억력의 속도가 남들과 다른 장애라 결국 기억력의 용량을 다 써 치매(?)에 걸릴 것 같다.

그동안 일호그룹의 돈과 권력에 매수 된 판검사와 변호사, 경찰에 이어 계열사 사장단 등이 서진우를 방해하면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기에 시청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yes***) 드라마처럼 현실 속에서도 이처럼 썩은 정치인들 경제인들 있지요

(dan***) 돈에 환장한 놈들이 판사 검사 경찰 다해먹는다면 누가 누굴 믿고 경찰에 검사에 판사에 신고하고 맡길까?

(neo***) 권력이 있는 사람이 법질서를 악용하는 과정이 사실이라 해도 보는 내내 기분이 나빠지게 하네요.

(sun***) 전직 대법관, 검사, 형사. 교도소 의사, 판사 등 정의 편에 서야 할 사람들 모조리 매수하는 남씨부자의 권력이라면 감방가도 특실에서 몇 년 살다 석방되겠지”

그러나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드라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일호그룹과 남규만의 갑질이 시청자들의 부아를 돋우고 열불 나게 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악인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라는 사회적 공기임에 결과는 인과응보로 끝을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돈과 권력과 명예까지 가진 금수저들의 갑질이 여전히 저질러지고 있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해서 과연 누가 뭐라고 변명을 하겠는가.

아직도 치매는 장애인등록에 해당되지 않고 가진 자들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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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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