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에서 김경아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처음 찾은 장애예술인들의 작업실은 꽤 흥미로웠다. 꽃과 음악으로 가득한 소녀스럽기도, 공룡 피규어들 사이로 느껴지는 작가의 에너지, ‘꽃순이’ 그녀와 외로움을 즐기는 모습까지.

8일 잠실종합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장애예술가 전용 창작공간 잠실창작스튜디오 속 7기 입주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입주작가 12명의 오픈스튜디오를 오는 9일까지 이틀간 진행할 예정인 것.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찾은 조민서(자폐성2급, 20세)작가의 4평짜리 작업실은 에너지가 넘쳤다. 전시된 공룡들 사이로 그는 “에이블아트에 불 나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 터치펜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선을 긋는 모습에 조 작가의 할머니도 웃음꽃이 활짝 핀다.

초등학교 자퇴 후 홈스쿨을 통해 공부해왔던 조 작가는 지난 4월부터 7기 입주작가로 선정돼 내년 3월까지 작업을 진행한다. “그림 재밌어요, 집에서도, 작업실에서도 아무 곳이나 그림 그리면 좋아요.”

“항상 그림을 그리면 음악과 함께 해요~” 소녀 같은 미소를 머금은 김경아(40대, 뇌병변1급) 작가는 벌써 2년째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출근한다.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매일 왕복 2시간을 오가며 꼬박 이 작업실과 한 몸이 된다.

구족화가인 그녀는 작품을 진행하지 않을 시간에는 함께 마련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한다. 책상에는 꽃과 음악이 언제나 함께다. 자신 있게 내보인 작품은 ‘꿈의 호수’. 영화 아바타를 보고 상상한 작품이란다. 깊은 호수 속 솟아있는 섬들을 보면 나비족이 되어서 날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평소에도 본 것, 느낀 것 자유롭게 캔버스에 담는다.

7기 입주작가인 홍석민 작가가 자신의 작품 유니버스와 포즈를 취했다. 아래는 유니버스 일러스트 작품.ⓒ에이블뉴스

“언니가 캔디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했어요.” 유년시절 캔디라는 만화를 그리는 언니를 보고 따라 무작정 그렸던 것이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멋진 오빠로 시작된 만화 캔디 속 테리우스는 경아씨에게 어엿한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게 해준 은인으로 남았다. “앞으로도 소중한 이 공간에서 작품 생활을 하고 싶어요.”

팽이와 같은 머리와 둘러싸인 꽃들, 귀여운 캐릭터가 사로잡았다. “작가님” 부르자 한 박자 늦게 한 남성이 반갑게 맞는다. 홍석민(청각2급, 42세) 작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뒤늦게 장애를 가졌다. 피규어를 만들던 그는 장애가 다가오자 그만 두고 2년 전 자신만의 우주를 펼쳤다. 7기 입주작가로 선정된 홍 작가는 좁은 작업실에서 외로움을 즐기기도,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누구나 다 힘들죠, 근데 작품을 하면서 위로받아요.” 작업실 안에는 홍 작가의 우주세계가 가득하다. ‘유니버스’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의 일러스트부터 아트토이까지, 동화책에 놀러온 것과 같은 기분이다. “이름요? 유니버스예요. 꽃순이죠, 꽃순이”.

홍 작가는 지난 10월 첫 개인전을 통해서 자신의 애작품들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괜찮아 일본쪽의 전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애니메이션에 제 캐릭터를 출연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한편, 잠실창작스튜디오는 국내 최초 장애예술가 전용 창작레지던시로, 서울문화재단에서 2011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현재 7기 입주작가까지 총 53명의 장애예술가를 발굴, 지원해오고 있다.

매년 입주공모를 통해 시각예술분야의 장애예술가 12명을 선발해 입주공간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굿모닝스튜디오’, ‘프로젝트A’, ‘쁘띠 풀놀이야’ 등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7기 입주작가인 자폐성장애인 조민서 작가가 작품 세계에 빠졌다. 작품은 “에이블아트에 불이 났어요”.ⓒ에이블뉴스

8일 잠실창작스튜디오 열린 오픈스튜디오 개막식 풍경.ⓒ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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