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최근 ‘2015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 문화제 시상식’을 개최했다.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 문화제는 장애인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는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동영상, 광고 등 5개 부문에 총 424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작품 1,017점을 응모했고, 1·2차 심사를 통해 총 65점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운문, 산문 부문 입상작 26점을 소개한다. 운문 부문 입선 수상작 5편이다.

외팔이의 힘

박성진(남⋅시각)

외팔이들에게는

외팔이들만의 힘이 있다.

한 쪽 팔만으로

탱크가 세계 제일의 투포환 선수를 자처하는 동안

포크레인은 작은 산 하나쯤 순식간에 무너뜨리기도 하고,

굴삭기는 지옥 밑바닥까지 뚫을 기세로 터널을 뚫곤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낚시대는 가느다란 몸뚱이로도

호수를 가장자리부터 힘껏 끌어당기고,

타워크레인은 수 백 킬로그램이 넘는 물건들을

하늘 높은 꼭대기에 매달기도 한다.

그리고 이 밤을 지키고 있는 나는

펜 하나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뒤집어 보기도 하고,

빨래처럼 비틀어 짜기도 한다.

오직 한 쪽 팔만으로

무시무종

끝을 알 수 없는 기적같은 힘!

외팔이들에게는

외팔이들만의 그런 힘이 있다.

별나라 여행

안영자(여⋅지체)

삑삑삑!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탁탁 털다가

툭!

기타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통증으로 날밤을 새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건초염이라는 진단과 함께

엄지손가락 끝 한마디 남기고

팔꿈치까지 깁스를 했다

40년전 홀연히

하늘나라로 가버린

나의 왼팔 찾아 떠난

이틀간의 별나라 여행

오른손 손가락 꼼지락 꼼지락

다시 내 손으로 밥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감나무

김경식(남⋅지체)

마당 넓은 시골집에 이삿짐을 옮기다

나보다 먼저 이사 와서 살고 있는

감나무 한그루 서있다

꽃피고 무성한 잎을 보니

감이 주렁주렁 열리겠거니 했는데

웬걸, 해 넘고 달 가도 기별이 없다

식구처럼 지내던 집주인 말없이 떠나서

심통이 난 걸까 서운하고 섭섭한 걸까

상처받은 마음 달래주려고

거름 두 배 정성 듬뿍 주어도

안하무인 속썩이던 감나무,

다른 나무 사다가 그 자리에 심으려고

가지를 도끼로 찍으려는데

가지 끝에 맺힌 붉은 눈물 자국을 보았다

주인 대신 감나무가 울어준 것을

그제야 나는 보았다

신성철(남⋅시각)

진작 알아채야 했는데

홀몸이 아니라는 걸

어쩐지 몸짓이 굼뜨더라니.

깊지도 않은 입춘을 건너지도 못하고

눈밭에 주저앉아 머뭇거릴 때

괜한 조바심에 속만 끓였지.

시치미 뚝 떼고

꽁꽁 동여맨 차림에

설마 설마 했지만

만삭일 줄이야!

그루터기 붙잡고 뒹굴다

바짓가랑이 당기며 몸부림하다

양지쪽이 벌어지며

툭!

이런 이런

날더러 어쩌라고.

오준엽(남⋅시각)

그렇게 높다는 취업 문 턱

그 앞에

내가 하는 고민은

조금 다르다.

여기 휠체어는

지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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