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체로 태어난다. 오체(五體)란 사람의 온몸을 가리키는데 한의학에서는 몸에 있는 힘줄 · 혈맥 · 힘살 · 피부 · 뼈 등 5가지를 통틀어서 일컫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사지(四肢)와 머리를 말하는데 불교에서는 온 몸으로 절하는 것을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한다.

이 같은 오체가 이상이 있어서 불편한 것을 장애라고 하는데 그래서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 '오체불만족'이라고 했다.

오체에 장애가 있으면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15가지 장애유형은 장애상태에 따라서 장애인등록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각 장애별로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보장구를 사용할 수가 있다.

15가지 장애 중에서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보장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20여 가지만 보장구 구입비용을 건강보험에서 80%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의료급여는 100% 무료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사용하는 강세나. ⓒMBC

이 중에서 지체장애인을 위한 보장구로 휠체어와 목발, 지팡이 등이 있다. 휠체어는 걷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보장구다.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의 다리를 위한 보장구가 목발이다. 목발은 다리를 다쳤거나 병이 들어서 잘 걷지 못할 때 잘 걸을 수 있도록 걸음걸이를 보완해 주는 보장구다.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은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빼앗긴 한 여자가 역경을 이겨내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고난 운명 극복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여기서 한 여자는 진송아(윤세아 분)고 친구 진송아를 배신한 여자는 강세나(김민경 분)이다.

이 과정에서 강세나는 시아버지 구회장(이정길 분)이 시위자의 각목을 맞게 되자 그 각목을 대신 맞고 한 동안 휠체어를 사용했다. 물론 그것도 강세나의 가짜연기였지만.

강세나가 이번에는 이층에서 내려오다가 다리를 다쳤다며 목발을 했다. 그것도 오른쪽 무릎에 무릎보조기까지 착용하고서.

진송아와 강세나는 둘 다 구회장의 며느리이자, 구회장의 제이그룹에 근무한다. 강세나는 진송아의 동생 진현아(진서연 분)을 바닷물에 밀어 버렸지만 경찰을 매수하여 무마시켰다. 그런데 진송아가 켈리 한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켈리 한은 제이그룹에 투자한다는 조건으로 홍콩에서 온 첸 컴퍼니의 아시아 총괄 본부장이다. 켈리 한은 어릴 때 양부모에게 입양 된 고아인데 몇 해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목발을 무기로 휘두르는 강세나. ⓒMBC

예전에 구회장의 작은아들 구강민(이동하 분)은 진현아를 좋아했었다. 구강민은 물론이고 진송아나 기억을 잃은 진송아의 엄마 홍정옥(양금석 분)도 켈리 한이 진현아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진송아는 켈리 한의 DNA를 검사했지만 진현아가 아니었다. 물론 강세나가 켈리 한의 DNA를 바꿔치기 한 줄을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강민과 켈리 한이 자꾸 부딪치자 둘 사이를 의심한 강세나가 홍대리에게 미행을 제의 했지만 홍대리는 이를 거절했다. 강세나는 돈을 주겠다는 자신의 미행 제의를 거절하는 홍대리에게 ‘그렇게 경제관념이 없으니 월세를 사는 거다’며 화를 냈다. 이에 홍대리가 ‘당신은 지는 해’라고 대꾸하자 강세나는 화가 나서 홍대리를 때리려 했으나 CCTV가 있다는 말에 강세나는 짚고 있던 목발을 휘두르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켈리 한이 문득 문득 예전의 현아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보고, 강세나는 진송아와 진송아의 엄마 홍정옥과 켈리 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고 켈리 한의 노트북을 망가뜨리기 위해 오렌지 주스를 쏟아 붓는다. 그리고는 진송아 엄마 홍정옥이 노트북을 망가뜨렸다고 둘러댄다.

켈리 한은 진송아가 엄마 홍정옥을 시켜 일부러 자신의 노트북을 망가뜨렸다고 화를 냈다. 진송아는 엄마 홍정옥이 그럴 리 없다며 옥신각신하자 강세나가 무슨 일이냐고 참견을 했다. 진송아가 강세나에게 너는 빠지라고 하자 강세나는 목발을 들고 셧업(Shut-Up)이라고 소리쳤다.

한편 강세나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자 진송아는 사람은 돈이 아니라 정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러나 강세나는 진송아를 비웃으며 홍대리를 불러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홍대리가 기획안을 작성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이자 ‘상사 명령 거부하냐? 인사고과 점수 깎아도 되냐?’며 홍대리를 협박했다.

홍대리가 마지못해 커피를 사러나가자 ‘이런 게 돈의 힘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내 하인처럼 부릴 수 있는 게 돈의 권력이다.’이라며 갑질을 자랑했다.

진송아가 어디서 못 된 것만 배웠다며 강세나의 갑질을 질타하자 강세나는 화가 나서 목발을 휘두르며 고함을 쳤다. 그러나 진송아는 ‘닥쳐’라고 소리치며 강세나의 목발을 뺏어서 던져 버렸다.

목발을 뺏어서 내던지는 진송아. ⓒMBC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어차피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든지 권선징악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드라마의 전개과정에 양념처럼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가능하면 사실에 근거해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MBC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목발을 사용하는 강세나(김민경 분)의 모습은 강세나 자체가 악녀로 나오기도 하지만 걸핏하면 목발을 무기로 휘두르고 심지어는 상대에게 “빵”하며 목발을 총처럼 겨누기도 했다. 그에 맞서는 진송아는 강세나의 목발을 뺏어서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맙소사! 남의 다리를 뺏어서 내동댕이치다니……. 실제로 장애인의 목발을 뺏어서 내동댕이쳤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장애인복지 일을 하면서 누누이 강조 한 것은 ‘장애인의 보장구를 훼손하지 말라’ ‘목발을 절대로 무기로 내세우지 말라’ 등등인데 비록 드라마라 해도 목발을 무기로 사용하고, 목발을 내던지기도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목발이란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의 다리를 보완하는 보장구이다. 보장구인 다리를 무기로 내세워 휘두른다면 보는 사람들도 얼마나 두렵겠는가. 행여나 주변에서 목발 사용 장애인을 만난다면 그 목발이 언제 무기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누가 목발 사용 장애인을 가까이 하겠는가 말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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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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