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교통사고, 산업재해, 각종사고와 질병 등으로 장애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척수손상으로 인한 척수장애인도 후천적 원인에 의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브의 사랑. ⓒMBC

현재 척수장애인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는 “척수장애인의 수는 WHO의 장애출현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14만 명, 등록장애인 기준으로는 약 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약 2천 명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척수에 손상이 오면 신체와 두뇌 사이의 주요 신경 전달 통로가 끊어져 손상 부위 아래의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에 장애가 발생하여 사지마비 또는 하지마비를 초래하는 1급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척수손상으로 사지마비가 된다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겠지만 하지마비 장애인은 휠체어 등을 이용해서 생활하게 된다.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모든 장애인이 척수장애인은 아니다. 척수손상이 아니라 해도 두 다리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니까.

MBC 아침 드라마 ‘이브의 사랑’은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빼앗긴 한 여자가 역경을 이겨내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고난 운명 극복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한다. 예전에 친구였던 진송아(윤세아 분)와 강세나(김민경 분)가 서로 적이 되어 강세나는 진송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진송아는 강세나에게 복수를 꿈꾸고 있다.

강세나가 각목을 맞고 쓰러졌으나 휠체어를 타고 등장. ⓒMBC

진송아와 강세나는 둘 다 구인수(이정길 분)의 며느리이자. 구인수가 회장인 제이그룹에 근무한다. 강세나는 진송아의 동생을 죽이고서도 경찰을 매수하여 무마시키고 - 강세나가 진송아의 동생 현아를 바다에 빠뜨리는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를 빼돌려서 – 구강민(이동하 분)과의 결혼 뿐 아니라 삶 자체가 거짓과 위선이다.

진송아가 USB 하나를 얻었는데 강세나가 동생 현아를 바다에 빠뜨리는 블랙박스였다. 그 일로 진송아가 강세나를 추궁하자 강세나는 사람을 시켜 진송아를 납치하여 가둔다. 진송아의 남편 구강모(이재황 분)와 동생 구강민은 진송아를 찾아 헤매고, 진송아는 우여곡절 끝에 탈출했지만 유산이 되고 만다.

강세나의 남편 구강민은 강세나에게 조카를 죽인 살인자라며 집에서 쫓아낸다. 그러자 강세나는 시댁에 다시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마침 제이그룹 앞에는 하청업체에서 제외 된 사람들이 데모를 하고 있다.

다음 날 구인수 회장이 출근하는데 데모하는 사람들이 구회장의 앞을 막아서지만 구회장이 하청업체의 요구를 거절하자 뒤에서 어떤 사람이 각목을 들고 구회장에게 달려든다. 이 때 강세나가 나타나 구회장을 막으며 대신 각목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다.

강세나가 식구들에게 말을 못 한다며 글로 써 보이다. ⓒMBC

그날 저녁 강세나는 이모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그리고 강세나가 구인수 회장 대신 각목을 맞고 휠체어 신세가 되자 구회장은 강세나를 다시 집으로 불러들인다.

강세나는 각목으로 허리를 맞고 쓰러졌는데 그날 저녁에 휠체어를 타고 돌아 왔다. 거기다가 실어증까지.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지마비나 척수손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면 보통은 목발을 사용한다.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강세나가 각목에 허리를 맞고 쓰려졌는데 그날 저녁에 실어증으로 말도 못하고 휠체어로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설마 ‘이브의 사랑’ 시청자들도 각목으로 허리를 맞았는데 실어증은 물론이고 그날 오후에 휠체어로 퇴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사고로 척수를 다친 경우 수술과 재활로 그래도 2~3년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되고, 설사 하지마비라 해도 최소한 5~6개월은 입원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니 황당해하기는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실어증의 강세나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만화도 이런 만화는 없다며 드라마가 너무 치졸한 막장이라며 당장 종영하라고 아우성이다.

시청자 게시판. ⓒMBC

[bl****] 시청자는 강세나가 각목으로 허리를 맞았는데 그 충격으로 인하여 휠체어를 타고 거기에 말을 못한다는 것은 순수하고 선량한 우리 장애인들을 기만하고 멸시하는 태도이니 작가는 즉시 사죄하고 대본을 수정하거나 종영하기 바란다고 했다.

[a4****] 시청자는 각목 한대 맞았다고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면 두 대 맞았다간 사망하겠다고 비꼬았다.

물론 강세나가 실어증에다 휠체어를 타고 다시 시댁에 들어오는 것이 모두가 강세나의 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시부모 등 가족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엉터리고 그야말로 황당한 설정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청자는 실어증을 싫어증이라고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서 이런 황당한 설정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까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강세나의 휠체어 사용이 아무리 쇼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은 그에 상응하는 의학지식은 있어야지 어떻게 아침에 다친 사람이 저녁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날 수가 있는가. 장애를 드라마의 극적인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라지만 최소한도 상식을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중도장애인인데 어느 날 갑자기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1급 장애인이 되어 얼마만한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는지 그 상실감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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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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