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에서도 문화향기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서너 번씩 나들이를 하고 있다. 나들이의 목적은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하루 자연 속에서 먹고 마시며 웃고 즐기다 돌아오는 무목적이 목적인 나들이다.

순천만 갈대밭. ⓒ석우

하나둘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서 차량 1대에 4~5명이 함께 타고 나들이를 갔다 온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 같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데 간혹 음주를 좋아하는 운전자들이 있어 음주운전을 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의 음주가무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차를 안가지고 가든지 1박을 하는 나들이를 원했다. 다음날 돌아온다면 저녁에는 술을 마셔도 되기에. 그러나 근교에 30~40명이 함께 1박 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1박 하기란 여러 가지로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1박 할 곳은 천천히 찾아보기로 하고 2014년 가을나들이는 관광버스로 갈 수 있는 순천만으로 정했다.

순천만까지는 부산에서 3시간쯤은 소요되므로 차 안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 어떤 분이 ‘아침은 밥하고 시래깃국하고 김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휴게소에서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그 분은 장애인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장애인은 버스를 타고 내리는데도 시간이 걸리므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는다면 보통사람 보다는 배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곤란했다.

그래서 차안에서 먹을 수 있는 김밥과 심심풀이 땅콩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기사 출신 회원이 땅콩은 곤란하단다. 왜? 땅콩껍질이 차 안을 더럽힌다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 갈 관광버스기사에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껍질땅콩은 안하면 안 되겠습니까? 정 땅콩을 하실 거면 껍질 깐 땅콩도 있던데…….”

땅콩껍질은 잘 쓸리지도 않아서 정말 청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 필자도 잘 몰랐던 사실이었다. 땅콩 대신 좀 비싸지만 가문어로 했다.

갈대밭 가는 길과 오는 길. ⓒ석우

관광버스는 10월 25일(토) 아침 7시. 대연동 박물관 주차장에서 1차로 회원들을 태우고 2차는 7시 10분경에 지하철 2호선 지게골역 2번 출구 앞에 정차를 했다. 지게골 2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타고 내리기가 좋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쾌청했다. 그런데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고속도로는 희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해서 걱정을 했더니 버스기사는 흔히 있는 일이라며 안전운전을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버스는 45인승인데 이번 나들이에 참가자는 아이들까지 37명이다.

“지금의 자리는 올 때도 마찬가지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내릴 때도 자기 앞 뒤에 누가 있는 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가 인사를 하고난 뒤 운전기사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봉사자들이 준비 된 물품을 나누었다.

아침에는 생수 1병, 김밥 1줄, 가문어 100g, 사탕 5알, 사과1/4개, 백설기 1개를 작은 그린백에 담아서 비닐봉지와 함께 건네었다. 사과는 크고 잘 익은 홍옥을 준비했는데 혼자서 1개를 다 먹기에는 크기도 하거니와 너무 비쌌다. 사과는 전날 1/4로 쪼개어 가운데 씨를 발라내고 설탕물에 담갔다가 하나씩 랩으로 샀다.

벌교 꼬막정식으로. ⓒ석우

버스에서 나눈 물품을 이렇게 자세히 적는 까닭은……. 이번 나들이를 계획하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제대로 올려놓은 곳이 없어서 여러 사람들의 직접 체험을 참고해서 필자가 준비했기 때문에 혹시나 필요한 사람은 참고하시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나들이에서 술이 취하면 곤란 하므로 술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드리려고 소주 한 박스는 아예 버스 아래 짐칸에서 꺼내지 않았다. 돌아올 때는 밀감 3개, 오렌지주스 1개, 편육 1관, 소주와 김치 그리고 쌈장을 준비했다.

창밖은 온통 안개로 뒤덮였는데 문산휴게소에 정차를 할 무렵에는 안개는 어느 정도 걷힌 것 같았지만. 무슨 관광객이 이리도 많은지. 주차장은 차들로 꽉 들어찼고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패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휴게실이나 화장실을 가득 메웠다.

그래도 우리 회원들은 그 많은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무사히 자기자리로 돌아 왔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순천으로 가는 길은 맑고 쾌청했다.

오늘의 일정은 순천만 갈대밭을 거쳐서 점심을 먹고 순천만정원으로 예정되어 있기에 먼저 순천만갈대밭으로 갔다.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 든 관광객으로 차도 사람들도 넘쳐났는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입구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순천만 정원의 관람차. ⓒ석우

갈대밭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일부분인데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개인은 5천원, 단체는 4천원, 순천시민은 반값인 2천5백 원인데 장애인은 무료이다. 갈대밭은 먼 길을 걸어야 된다기에 입구에서 휠체어 4대를 빌렸다.

갈대밭은 ‘흑두루미소망터널’을 지나면서 갈대밭 사이의 수로를 따라 용산전망대까지 여러 갈래의 나무다리가 놓여 있어 그 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갈대밭 사이로 기다란 줄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갈대밭으로 들어가 보니 얼마 전에 갈대축제를 했다지만 갈대는 아직도 가을이 물들기 전이었고, 누런 물이 나무다리 가까이 까지 찰랑거렸는데 지금은 만조지만 간조 때가 되면 방게가 지천이란다.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 군락지이자 세계적인 희귀조류 서식지인 순천만 갈대밭은 순천시내를 흐르는 동천과 상내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이 만나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약 3㎞에 이르는 물길 양편으로 빽빽한 갈대 군락이 50㏊에 걸쳐 펼쳐진 곳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필자 주)

갈대발 사이로 난 나무다리는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고 구비마다 움직이지 않는 나룻배가 연결되어 있었다. 나무다리는 휠체어가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나룻배는 구조상 휠체어가 들어가지는 못했다.

송수복 해설사와 함께(왼쪽 연두색 잠바). ⓒ석우

순천만을 가을나들이로 계획하면서 순천만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다. 식당을 예약하고 순천만정원에 해설사를 예약했다. 그리고 갈대밭 즉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해설사에 대해서도 문의를 했는데 예약은 안 받고 그냥 오면 해설사도 있고 휠체어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갈대밭에 도착해보니 휠체어는 빌릴 수 있었지만 해설사는 예약을 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필자가 순천만 지리를 잘 모른 채로 식당을 예약했는데 식당에서 시간을 확인하는 전화가 왔기에 갈대밭에 있다고 했더니 원 세상에! 식당이 바로 앞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주차장에 그대로 두고 식당으로 가서 벌교꼬막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관광지라 그런지 식당도 컸지만 손님도 많아서 점심시간에는 예약손님 외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순천만정원으로 향했다. 순천만정원은 작년에 정원박람회를 했던 곳인데 여기도 입장료는 5천원인데 장애인은 무료였다. 휠체어를 빌리고 예약한 해설사에게 전화를 하니 근처에 있으니 관람차를 타고 나서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식물공장. ⓒ석우

동문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거대한 호수 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산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걸어가니 관람차 탑승장이 있었다. 관람차는 2천원인데 관람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몇 사람이 줄을 서고 나머지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예약했던 해설사가 순천만정원은 워낙 넓어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관람차로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근처 몇 군데를 둘러보라고 했었다.

관람차에서는 프랑스 정원과 중국정원 그리고 일지암으로 이어지는 각 정원에 대한 안내멘트가 나왔다. 한방체험관을 지나고 독일정원을 지나니 누구나 알 수 있는 커다란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란드 정원이 나오고 이어서 미국정원 그리고 메타세쿼이어길이 언 듯 지나갔다.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어길은 한 번 걸어보고 싶었는데. 메타세쿼이어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관람차를 안타고 걸어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다. 이어서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세계의 정원을 다 돌아보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20분이라니…….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았다.

순천만정원. ⓒ석우

관람차에서 내리니 송수복 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천만에는 정원해설사, 자연생태해설사, 그리고 선암사나 송광사 등에 있는 문화해설사가 있는데 자신은 정원해설사라고 했다.

송수복 해설사는 관람차가 지나 간 뒤쪽의 몇 군데를 둘러 볼 것이라고 했다. 해설사는 동문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순천호수정원에 대해서 설명했다. 호수정원은 스코틀랜드의 정원디자이너 찰스 쟁스(Charles Jencks)가 설계했는데 순천을 둘러보고 순천시를 본 따서 축소한 것이 호수정원이란다.

‘갯지렁이 다니는 길’은 황지혜 작가가 디자인한 정원이라는데 도서관 카페 개미굴 등이 있었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이 ‘개미굴에 있던 사람은 누구냐’고 큰 소리로 해설사에게 물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개미라고 대답했다. 개미굴에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순천호수정원 앞에서 기념촬영. ⓒ석우

‘흑두루미 미로정원’은 흑두루미의 형상을 미로로 만든 정원이라는데 사람의 키보다 높은 향나무로 구성된 미로는 출구가 찾기가 어려워 앞서가던 해설사를 놓친 사람들은 몇 번이나 막힐 길에서 돌아서야 했다.

‘장이와 야수’는 야수가 만든 장미란다. 실내공원에는 열대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한평공원은 '한평정원 페스티벌'에 출제 된 정원인데 다음 주에는 철거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식물공장으로 들어갔는데 식물공장은 우리나라 세종기지에서도 이용하고 있는 우주 재배법으로 흙과 햇볕이 없는 곳에서 식물을 기르기 위해서 개발되었단다.

오후 3시에는 다시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서 해설사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정원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며칠은 걸려야 할 것 같다. 우리들의 정원관람은 그야말로 주마간산이었지만 하사가의 가을나들이 별 탈 없이 마쳤고 부산까지도 무사히 도착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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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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