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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장애인 엄마, 나를 살린 것은 문화”

수필로 20년만에 세상과 소통한 유영희씨의 고백

“장애인예술에 뒷전인 정부…복지개념 벗어나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7-24 12:47:55
“아들에게 밥 한 끼 먹여주지 못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훈계조차 하지 못한 장애인 엄마, 유영희는 20년간 잉여인간이었습니다. 삶의 끝에 아슬아슬 걸쳐있던 저를 변화시킨 건 바로 작은 글, ‘문화’였습니다. 장애인에게 문화는 삶을 바꿉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24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여성장애인문화예술활동 활성활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 200여명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바로 모두의 심금을 울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영희 공동대표(지체1급, 55세)의 고백 때문이었다.

유 대표는 2004년 문단활동을 시작해 세 권의 수필집을 낸 엄연한 수필작가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의 회원이기도 하며, 수상경력도 다양하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문화권에서 소외당하는 여성장애인으로서, 이 같은 이력들은 큰 부러움을 살 법하다. 유 대표가 수필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유 대표는 ‘수필’을 삶의 의욕을 상실한 끝에서 새 삶의 장을 열어준 호흡이 됐다고 고백했다.

“30년째 전신 류머티즘과 투병하며, 12번의 인공관절대체 시술을 받았어요. 20대 중반 느닷없이 찾아온 질병과 그 후유장애로 인해 삶의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저 혼자만 흐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미로서, 저는 잉여인간에 불과했습니다. 항상 수면제를 지참하며, ‘자는 듯이 가야지’ 란 생각 뿐이었어요.”

숨을 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가슴 가득 고인 한(恨), 그녀는 웹상에서 조심스레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풀이의 도구가 적절했던 걸까. 글쓰기는 그녀에게 ‘자기치료’라는 놀라운 묘약이 됐으며, 훈련을 거듭하며 수필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아무런 역할을 못했던 ‘잉여’ 그녀는 글을 통해 비로소 아이들과 소통하게 됐고, 수필작가가 돼 상도 받고, TV출연을 통해 당당히 여성장애인단체의 대표도 됐다. 한 포털사이트 메인창에 유 대표의 문학방 ‘영희와 철수’이 소개되면서 ‘희망을 받았다“던 독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한 여성장애인이 삶의 끝에서 찾은 문학이 사회에 까지 변화를 끼친 것이다. 여성장애인에게 문화권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었다.

“아이에게 밥 한 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장애인 어미 유영희가 변했어요. 큰 아들이 다행히 바르게 잘 커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는데, 몇 년전 원고 작업을 하는 제방에 찾아와서 무릎을 꿇더라구요. 그동안 장애인 엄마를 부끄러워했다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학교에 왜 올까’ 챙피하다 이런 생각을요. 그러면서 이제는 장애인 엄마 유영희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고백하더라구요. 이처럼 장애인에게 문화는 제 인생, 제 가족까지 바꾸는 겁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 것 같아 보이는 그녀에게 고민은 많다. 정작 이들을 지원해야할 정부는 문화에 앞서 복지 개념의 대상인 ‘장애인’만으로밖에 여기지 않을 만큼 시야가 좁다는 것이다.

“몇년 전 장애인문화예술협회로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저에 관한 이야기를 알았노라며 ‘장애인문화예술상’ 후보로 응모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추천서 서류를 갖춘 후 전주시 문화예술과를 찾았는데, 담당자는 제가 속한 단체가 전라북도 소속이니 도청으로 가라는 겁니다. 그래서 전북도 문화예술과를 찾았는데 장애인이니 장애인복지과로 가라고 합니다. 관의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실무자들 의식 속에 장애인예술가는 그저 복지 개념의 대상 밖에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장애인복지과에서 추천 도장을 받았구요.”

그날 유 대표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 후 부턴 과에 먼저 추천서를 받는 일을 절대 시도하지 않았다. ‘장애인예술가가 탁구공이냐’고 따졌던 기억에 여전히 마음이 아플 뿐. 하지만 유 대표는 장애인문화향유를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관내에서는 장애인 예술은 복지개념밖에 안돼요. 여성장애인 문화권이 보장되려면 우리부터 바뀌어야 해요. 우리가 먼저 작은글, 작은 사진을 먼저 시작해보면 여성장애인 문화예술을 위한 특별한 부서도 생기지 않을까요.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국민들이 촛불을 들게한 것은 우연히 지나가던 시민이 찍은 사진 한 장 이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온 국민을 뭉칠 수 있고, 한 여성장애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음 좋겠어요.”

 24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활성활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회원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4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활성활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회원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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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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