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설 연휴는 유난히 짧아 나들이 가기도, 여행을 가기에도 버겁다. 이에 설날 연휴기간 동안 잠깐의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지적장애인 아빠의 찐한 감동을 주고 있는 ‘7번방의 선물’이 흥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장애를 다룬 작품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주목을 많이 받았던 영화부터, 관심이 필요한 영화까지, 몇 개의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단, 소개하는 영화는 포털사이트 영화 유료보기를 이용하거나, 도서관 DVD 대여 등을 이용해 관람할 수 있다.

영화 '말아톤' 포스터.ⓒ네이버영화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2005년 최고의 유행어를 낳은 영화 ‘말아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초원. 어느 날 초원이는 자폐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고, 엄마 경숙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경숙은 초원이가 달리기에만큼은 비장애인보다도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희망을 갖고 꾸준히 훈련시킨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살 청년이 된 초원. 그러나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숙은 자신의 목표를 ‘초원의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으로 정하고 아들의 훈련에만 매달린다. 어느 날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이 음주운전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초원의 학교로 오게 된다.

경숙은 애원하다시피 해서 정욱에게 초원의 코치 역할을 떠맡긴다. 초원을 성가시게만 여겼던 정욱은 점차 초원에게 마음을 열고 지도하기 시작한다. 초원은 매번 속도조절에 실패해 지쳐 쓰러지기는 한다.

이 영화에 깊은 영감을 준 배형진 군은 2001년, 19세로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 42.195km를 2시간 57분 7초에 완주하며 서브쓰리(sub3)를 달성했다. 2002년에는 철인 3종경기에 출전하여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5시간 06분에 완주했다. 이 기록은 장애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국내 최연소 철인 3종 완주 기록이다.

<감독 정윤철, 주연 조승우 김미숙, 전체관람가, 115분>

영화 '아이엠샘' 포스터.ⓒ네이버영화

■세계가 울어버린 ‘아이엠샘’의 감동=지적 장애로 7살의 지능밖에 갖지 못한 샘은 버스정류장 옆 커피 전문점에서 일한다. 황망하게 가게를 나온 샘은 병원으로 향하고, 레베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수요일에는 레스토랑에, 목요일에는 비디오 나이트에, 금요일에는 노래방에 함께 다니는 것이 이들 부녀의 작은 행복. 남들이 보기에는 정상적이지 못하지만 그들은 가장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그런데 루시가 7살이 되면서 아빠의 지능을 추월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수업을 일부러 게을리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복지기관에서 샘의 가정을 방문한다. 그리고 샘은 아빠로서 양육 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받게 된다. 결국 루시는 시설로 옮겨지고, 샘은 주 2회의 면회만을 허락받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행복한 날들을 빼앗기고 실의에 빠진 샘. 그는 법정에서 싸워 루시를 되찾을 결심을 굳히고,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변호사 리타 해리슨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샘에게는 불리한 재판으로 그가 양육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낮았다. 샘이 훌륭한 아빠라는 것을 인정해줄 친구들은 재판에서는 증언조차 불가능하다. 과연 샘은 루시의 훌륭한 아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감독 제시 넬슨, 주연 숀 펜 미쉘 파이퍼 다코다 패닝, 12세 관람가, 131분>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한 장면.ⓒ네이버영화

■팔순 노모를 향한 ‘맨발의 기봉이’=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시골 다랭이 마을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머문 때 묻지 않은 노총각 기봉이가 산다. 기봉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엄마,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팔순의 노모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인 기봉이는 ‘맨발의 기봉이’로 소문이 자자하다. 기봉이의 아침은 엄마를 위해 매일 아침 따뜻한 세숫물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를 위해 군불을 뗄 나무도 해오고, 빨래도 도맡아 한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귀가 어두운 엄마 옆에는 항상 기봉이가 따라다닌다.

엄마를 위해 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기봉은 우연히 그 지역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엉겁결에 참여하게 되고 당당히 입상까지 한다. 그로 인해 평생 고생만 해온 엄마에게 뜻하지 않은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기봉은 그 후로 달리기를 통해 엄마에게 즐거움을 주기로 결심을 한다.

기봉이의 재능을 기특하게 여긴 다랭이 마을 백 이장은 기봉이를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로 하고, 기봉이의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기봉이는 일등을 하면 이가 없어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엄마에게 틀니를 해드리라 결심하며 매일 동네를 달리며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

"엄마 없이는 죽고 못 사는... 엄마만 있으면 힘이 솟는, 엄마 나 1등 했어요~ 이젠 틀니 살 수 잇써요! 엄마... 기봉이랑 오래오래 살아요"

<감독 권수경, 주연 신현준 김수미, 전체관람가, 100분>

영화 '천국의 속삭임' 속 한 장면.ⓒ네이버영화

■소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속삭임= 자상한 부모, 뛰어난 외모와 총명한 두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소년 마르코.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집을 떠난 마르코는 모든 희망을 잃고 스스로 어둠 속에 갇힌다. 그러나 천사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위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에 도전한다.

여타의 영화들이 주인공이 가진 장애의 고통을 부각시키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반면, 영화 '천국의 속삭임' 은 시각을 잃은 미르코가 소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결코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과 어울려 싸우기도 하고 선생님 몰래 학교를 빠져 나와 영화를 보러 가는 등 평범한 아이들처럼 행동하며, 장애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동심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담고 있다.

실화이기에 더욱 울림이 큰 이 작품은 전세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과 특별상을 석권, 감동과 재미를 인정받았다. 미르코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은 놀랍게도 그 어떤 영화적인 장치들이 주는 효과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울림을 준다.

또한 미르코의 재능을 발견한 후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장애에 대한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아이들의 꿈을 지지했던 돈 줄리오 신부처럼,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참된 교육이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감독 크리스티아노 보르토네, 주연 루카 카프리오티 프란체스코 캄포바소, 전체관람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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