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달팽이의 별’의 한 장면. ⓒ제주장애인연맹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이지만, 예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이 사회 속에서 온전히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아주 지혜롭게 헤쳐 나간다. 물론, 아내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는 올해 제12회를 맞이하는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달팽이의 별’에 관한 짧은 스토리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많은 장면들이 머리 속에 남아 떠나질 않는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장면은 현광등을 갈아 끼우는 장면이다.

키 작은 아내를 대신하여 형광등을 갈아끼우려고 한다. 볼수 없고, 들리지도 않는 데에도 그들은 소통을 한다. 아내의 손을 통해 형광등 갈아끼우는 과정에 대해 세세히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귀로 듣고, 입으로 이야기 하는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부부는 맞다아 있는 손을 통해 감촉으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이 그들의 소통 방법이다.

시각장애인인 내 입장에서 보면 현광 등을 갈아끼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소통방법으로 형광들을 갈아끼운다. 그리고 기뻐한다.

이 장면을 통해 나는 장애에 관계없이 서로가 이해를 하고 차이가 있다면 채워주는 상생관계를 꿈꾼다. 그게 일상적인 삶인데도 불구하고 장애라는 이유로 누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슬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는 똑같은 존재인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듣지도 못하고, 볼수도 없는 데에도 남들과 같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글은 ‘제12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오일순 집행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오 위원은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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