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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앞에 장애가 어딨나…오직 즐겨라!

제12회 제주장애인권영화제 상영작 '문도 알라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8-22 15:54:31
# 현실의 가능성, 다큐멘터리

한 영화평론가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속 모든 장면은 감독의 통제하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다큐멘터리의 시간은 일상시간에서 추출해 다시 구성된 것이다. 시간을 추출하는 주체는 감독이다.

다큐멘터리 속 현실이 감독에 의해 재구성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현실을 만난다. 다큐멘터리는 이미 존재한 시간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현실은 아예 새로운 것이다.

다큐멘터리 속 현실에 감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현실이 숨어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속 현실이 실제 현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래서 종종 다큐멘터리는 영화를 넘어 투쟁이 된다. 주류 미디어가 각종 부조리한 현장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무시할 때, 비로소 다큐멘터리가 나서 투쟁의 전선에 서는 사례를 본다. 그만큼 다큐멘터리는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 새롭게 구성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명성, 그 6일간의 기록>, <식코>, <레드헌트> 등은 지금의 현실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웠다.

# 눈과 귀가 뜨겁게 즐겁다

지금 소개하는 <문도 알라스(Mundo Alas)> 역시 다큐멘터리 장르다.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 이 영화는 레온 히에코가 연출을 맡았다. 그런데 감독이 알고보니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포크락 가수다. 그가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모은다.

또 알고보니 그 예술가들은 모두 장애인들이다. 노래, 연주, 미술, 춤 등에서 출중한 재능을 가진 장애인들이 레온을 중심으로 공연팀을 꾸렸다. 이름은 ‘문도 알라스’.

문도 알라스는 아르헨티나 전역을 돌며 예술가적 역량을 쉼없이 뿜어낸다. 무대에서 아름다운 노래와 춤, 연주 등이 흘러나온다. 공연장 한 켠에서는 한 발달장애인이 계속 공연풍경을 화폭에 옮긴다.

가는 곳마다 관객들의 호응도 엄청나다. 이들의 인기는 아르헨티나 주변을 시작해 점차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미친다. 결국 이들은 꿈으로만 간직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최대 공연장, 루나 파크(Luna Park)에서까지 공연을 하게 되는 위대한 순간을 맞는다.

문도 알라스의 인기는 미국 음반시장에까지 도달하는 데, 메이저 음반회사인 EMI가 이들의 음반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강점은 영화 속을 가득 채운 라틴 특유의 감성이 빛나는 음악이다. 여기에 탱고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신체 움직임과 아르헨티나의 도시풍경도 눈을 즐겁게 한다.

장애인들이 각자 예술적 역량을 공연장에서 토해내는 모습은 비장애인들이 하는 유사한 공연보다 더 큰 감동을 안긴다. 신체적으로만 부자유스러울 뿐이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의 예술영역에 있어서 완벽한 프로정신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다.

이 영화는 문도 알라스에 참가한 장애인 예술가들 각자의 삶을 소소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삶, 고민, 꿈, 사랑 등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비장애인들이 몰랐던 장애인들의 삶 '안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어찌 예술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문도 알라스’의 예술을 향한 집념과 신념은 예술을 한낱 장사치로 알았던 이들에게 고민의 순간을 제공한다.

더불어 한국판 ‘문도 알라스’도 기다려지게 한다. 편견과 오해에 갇힌 장애인들의 예술적 역량을 보기좋게 세상에 알릴 괜찮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판 ‘문도 알라스’가 예술의 전당에 설 날을 기대하게 한다.

# 보다보면 편견 없어질 것

레온 히에코는 예술을 감싸는 ‘장애’라는 편견을 영화를 통해 과감히 걷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사실 편견을 걷어낸 주체는 감독이 아닌, 극중에 출연하는 장애인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다큐멘터리가 감독의 통제하에 만들어지는 장르라고 하지만 결국 극을 만드는 핵심은 시간 속에서 현실을 만드는 주체들이다.

<문도 알라스>에서 극을 만드는 주체들은 장애인들이다. 오직 예술가로서 혼을 싣고, 그 혼을 구현하고자 전념하는 장애인들의 뜨거운 삶에 대한 열정은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장인적 기질을 가진 장애인들이 무대와 거리 위에서 서로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와 재미, 감동을 풍성하게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장애인들을 축으로 세웠지만, 사실상 ‘다르지 않은’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장애인’의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무한대로 뻗어있는 예술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영화를 처음 만나면 보면 당장 장애인과 예술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는다. 이들이 장애인인지, 예술가인지를 선택해야하는 지점에 선다. 편견을 갖고 장애인 예술가들의 성취를 폄하할 것이냐, 편견을 걷어내고 예술의 희열을 누릴 것이냐.

그럼 면에서 ‘문도 알라스’의 미덕은 장애인의 편견을 걷어내라고 강요하지 않는 점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을 잘 봐달라고 구걸하지 않는다.

편하게 영화를 보다보면 그들의 예술을 향한 신념에 자연스레 편견을 걷어내게 된다. 어느새 그들이 풍기는 각종 예술적 향기에 취해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문도 알라스’는 당장 봐야할 영화 중 한편이다.



*이글은 ‘제12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이정원 집행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이 위원은 제주도민일보에 재직 중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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