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여자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였을 경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언덕을 구르거나, 이상한 민간약으로 낙태를 시도하였다. 그래도 낙태에 실패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출산했지만 그 결과 대부분이 아이를 버리거나 고향을 떠나서 아이의 출생을 숨겨야 했다.

SBS '여자를 몰라' 기획의도. ⓒSBS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는 생기는 대로 낳았으나 1960년대 보릿고개를 넘어오면서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로 목청을 높이다가 80년대에는 둘도 많다하여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변하여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똑똑하게 낳아 자유로운 생활을 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산아제한을 외쳤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입안자들은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동안 낳지 말라던 아이를 이번에는 많이 낳으란다. 제발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고 지자체에서는 격려금도 주고, 어린이집 보육료는 차등화 하여 소득에 따라 영유아 보육료가 면제되기도 한다.

그동안은 산아제한으로 낙태 즉 임신중절이 다반사였는데 이제 어떤 병원에서도 함부로 낙태수술은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형법」제270조(의사동의 낙태, 부동의 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5.12.29>(법률에 오타가 있어 수정하였으며, 나중에 법무부에 건의할 예정임-필자 주)

그러나 낙태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다.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에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자보건법[(타)일부개정 2010.1.18 법률 제9932호]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정 2010.4.15 법률 제10258호]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간음 등)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형)으로 처벌한다.’ 고 되어 있다.

‘범죄 없는 마을’의 집단 성폭행. ⓒ일요신문

발달장애나 지적장애는 장애 자체가 항거불능임에도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는 ‘항거불능’을 잘 이해하지 못해, 지적장애라도 목숨 걸고 항거해야 되고 그렇게 항거하였음을 입증해야 강간을 한 파렴치한 성폭행범을 제대로 처벌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간범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 문제로 피해자가 강간으로 임신을 하였을 경우에는 임신중절수술로 낙태를 시킬 수가 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발달장애나 지적장애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여자들의 경우에도 강간에 의한 임신은 지우고 싶었고, 어쩔 수 없었다면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 강간범을 옹호하여 오히려 미화 시키고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다. 「형법」‘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방송에서 강간범을 미화하여 친아버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 도체에서 ‘항거불능’으로 인한 발달장애나 지적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충북 공주시의 어느 농촌마을은 '범죄 없는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공주 경찰서에서는 마을 주민 9명을 성폭행협의로 구속했다고 한다. 구속 된 가해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심지어는 아버지와 아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범죄 없는 마을’의 주민들이 성폭행한 대상자는 지적장애인 여중생이었고 이 여중생은 임신한 아이를 낙태한 적도 있다고 했다.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에 나오는 논리대로라면 성폭행을 당한 지적장애 여중생은 임신한 아이가 누구의 씨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임신을 하였으니 아이를 낳은 후에, 그래도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서 비록 성폭행을 당했을망정 아이로 하여금 친아버지라고 부르게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SBS '여자를 몰라' 나오는 사람들. ⓒ네이버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는 간호사였던 이민정(김지호 분)이 피부과 의사인 강성찬(임호 분)과 결혼하여 시아버지 강교장(이정길 분)과 시어머니 장금숙(임예진 분)과 한집에 살고 있는데 이민정은 아이가 없다.

강성찬은 오유란(채민서 분)을 만나면서 오유란의 임신으로 이민정을 버리는데 시어머니 장금숙도 한 몫을 한다. 이혼한 이민정은 친정엄마 한평자(이경진 분)에게 차마 이혼 사실을 알리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뒤늦게 임신사실을 알고는 자살을 결심한다. 이민정이 자살을 결심하고 강에 빠졌는데 그 강에 어머니의 뼈를 뿌렸던 박무혁이 이민정을 구해 주게 된다.

6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민정은 사랑(구승현 분)이를 낳아 지난 날 친정엄마가 일하던 이불집 주인이었던 노처녀 고미애(정경순 분)와 같이 살면서 속옷 디자인을 하고 있다. 속옷회사인 폴로라 박사장(기주봉 분)은 박무혁(고세원 분)을 아들이라 말하지 않고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는데 박무혁은 속옷가게에서 만난 이민정을 좋아하게 된다.

강성찬은 오유란과 재혼을 했고 박사장의 폴로라 빌딩에서 피부과를 개업했는데 오유란은 동생 오경란과 같이 살면서 폴로라에 다니는 경란이를 박무혁과 결혼시키려 했으나, 무혁은 민정이만 좋아하고 민정이의 아들 사랑이도 좋아한다.

오유란은 임신으로 강성찬과 결혼을 했으나 번번이 유산되어 아이가 없는데 알고 보니 강성찬을 만나기 전 잘못된 낙태 때문이란다. 그런 차에 강성찬은 이민정이 자신의 아이 사랑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 장금숙도 사랑이의 존재를 알게 되자 아이와 만날 수 있는 면접 교섭권을 주장한다.

박무혁은 박사장이 친아버지가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잘 길러 주셨다며 자신도 사랑이를 잘 기르겠다고 다짐한다. 민정이는 강성찬의 어머니가 사랑이에게 엉뚱한 짓을 한다면서 면접 교섭권도 못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사랑이를 좋아하는 새아버지 박무혁과 결혼을 한다.

한상진이라는 남자가 미국에서 박사장을 만나러 왔는데 박사장은 한상진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안 만난다. 그러면서 박사장은 며느리 이민정에게 의논하기를 한상진이 무혁이 친아버지인데 그는 무혁이의 존재도 모른다고 했다.

예전에 한상진은 박사장과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선배인데, 유부남인 한상진이 무혁이 엄마를 겁탈 즉 강간했다는 것이다. 박사장은 그 사실을 알고도 무혁이 엄마와 결혼을 해서 무혁이를 낳았으며, 무혁이가 고등학생 때 엄마는 죽었다고 했다.

한상진은 죽음을 앞두고 무혁이 엄마에게 용서를 빌려고 왔다는데 무혁이 엄마는 이미 죽었고 아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실의에 빠진 한상진은 입원을 했다. 그런데 그 똑똑한 이민정이 남편 박무혁에게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면서 한상진을 만나라고 종용을 한다. 결국 이민정은 박무혁이 한상진의 강간으로 출생한 아이라도 잘 자랐으니 친아버지를 용서하고 받아 들여야 된다는 것이렷다.

SBS '여자를 몰라' 시청자게시판. ⓒSBS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강간범과 자식이라는 관계가 성립이 가능한가?’ ‘그런 죽일 놈을 아버지로 받아드리는 아들, 자기는 못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용서를 강요하는 며느리.’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처벌받아야할 성범죄자를,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다니…’ ‘강간범과 애끓는 부정을 나누게 하다니…’ ‘상식이하의 발상을 하는 당신들께(작가와 연출자)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성폭행이 얼마나 큰 범죄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인지….’

「강간(强姦)은 성폭행(sexual assault)의 일종이다. 강간은 상대방과의 동의 없이 억지로 성관계를 맺는 일로 피해자에게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져오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전 세계적으로 성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중죄(강간죄)로서 국가 권력에 의한 처벌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위키백과 ‘강간’에 있는 내용.

박무혁이 엄마는 한상진에게 강간을 당해 박무혁이를 낳았다. ①박무혁의 엄마는 법적으로도 지울 수 있는 아이를 왜 지우지 않았는가? ②한상진은 강간범인데 어떻게 해서 형사 처분도 받지 않고 미국으로 달아날 수 있었는가? ③박무혁의 아버지 박사장이나, 아내 이민정은 무슨 연유로 박무혁에게 ‘너는 강간범의 자식이다. 그러나 한상진이 강간범이라도 친아버지가 아니냐!’라고 하면서 무혁이를 한상진과 만나게 하였는가? ④박사장은 원수 같은 강간범 한상진의 장례까지 치르고 그의 유해를 무혁이 엄마를 보낸 강에다가 뿌리게 하였는가?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 작가와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한다. 강간은 우리사회에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파렴치한 성범죄인데 방송 드라마에서 이처럼 강간범을 옹호하고 미화하여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두고 가슴 미어지는 사부곡을 부르게 하다니……. 박무혁이가 한상진에게 강간을 당해서 낳은 아이지만 박사장이 잘 키워서 멋지게 성장했으므로 그를 있게 한 친 아버지 한상진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인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되는 강간 즉 파렴치한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 팀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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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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