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있는 현주. ⓒ양현주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뉴욕에 와있는 특파원 룸미입니다.’

뉴욕에 도착한지 벌써 4일째가 되는 날이다. 오늘 룸미팀의 일정은 식물원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교수님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난 현주와 나래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하늘이었다. 일기예보에선 오늘까지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현주와 나래의 간절한 기도덕분인지 구름이 점차 걷히기 시작했다. 점차 걷히는 구름을 바라보며 델리에서 공수해온 -기름지고 소금기가 도는- 아침식사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룸미팀의 착각일까? 식물원으로 향하는 발길이 이렇게나 즐겁고 가벼울지 누가 알았을까?

식물원에 도착해 교수님이 계신 실험실로 향했다. 교수님은 우리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셨는지 밖으로 나오셔서 우리를 환영해주셨다. 어서 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정겨움. 교수님과의 수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깐 살짝 목이 따가워진다.

오늘 수업은 맑게 갠 날씨덕분에 야외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야외수업이 이뤄지기 전에 이론수업을 진행하였다. 전날 교수님께 받은 수업자료를 미리 공부해두고 가길 잘한 거 같다. 오늘 이론수업은 나무의 구조 중에서 줄기의 구조에 대한 이론수업이 이루어졌다. 정아(teriminal bud : 눈이 소지의 끝에 있는 것), 측아(lateral bud : 경축의 옆쪽으로 발생하는 눈), 아린(bud scale scars : 절간이 매우 짧은 눈), 아린(bud scales : 엽액에 있는 정아), 엽흔(leaf scar : 잎이 가지에서 떨어진 흔적), 관속흔(bundle scars : 가지에서 잎 안으로 연절되었던 유관속 조직의 잘려진 흔적) 등 자료의 그림과 함께 교수님의 설명, 학생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론수업을 마쳤다.

교수님을 따라 밖으로 이동하였다. 오늘 우리가 그려야할 나무는 침엽수림이었다. 나뭇잎이 얼마나 무성한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줄기가 바닥을 향하여 휘어졌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교수님께서 지명해주신 나무를 바라보았다.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기를 첫째, 그려야할 사물을 보아라. 둘째, 있는 그대로 느껴라. 셋째, 느꼈다면 어떻게 그려야할지 대강의 선을 통해서 그려라. 단, 보이는 그대로 그려야 한다. 넷째,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우리 모두 그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껍질(bark)의 특징을 찾는가 하며, 잎의 형태 및 패턴에 대하여 관찰하기도 한다.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이 되었다. 난 배고픈데, 다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 나머지 밥 먹을 시간도 잊어버린 듯 하다. 교수님께서 어서 가서 밥 먹자고 말씀하시자 그제야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들의 표정이 아쉬워 보인다. 그리고 룸미팀의 표정은 급 밝은 듯 보인다. 식물원내 식당에서 먹는 밥이 제법 맛있다.

자, 이제 배를 채웠으니 그림에 집중할 시간이 돌아왔다.

3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남았다. 현주는 그림자에 따른 명암 넣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주의 그림은 다들 칭찬 일색이다. 현주도 이 수업에 상당히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교수님께서 자주 학생들을 찾으셔서 그림에 대한 충고를 칭찬과 더불어 아낌없이 해주신다. 잎의 환한 초록색, 연두색, 진한 초록색 뿐만 아니라 줄기의 색깔 역시 너무 다양하다. 과연 검은색 볼펜 하나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교수님께서 자신감을 잃지 말고, 잘 그리고 있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는다.

오후 3시. 야외에서의 수업이 끝나고 다들 실험실로 이동했다. 실험실에서 각자 그린 그림을 전시해놓고 교수님의 평가를 받는다. 현주와 나래 역시 교수님의 평가를 받았다. 현주의 그림은 오늘의 베스트 중의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무의 강한 잎을 표현해주는 반듯하면서 강하고 섬세한 선하며, 교수님이 원하신 햇빛에 따른 그림자로 인한 명암등을 너무 생생하게도 잘 표현해주었다. 교수님께서 매우 흡족하신 표정이다.

이렇게 평가를 마지막으로 이틀 동안 이어진 식물원에서의 수업이 끝났다. 이틀 동안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모두 아쉬워한다.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교수님과의 면담 및 선물 증정이 이루어졌다. 교수님께서 선물을 받고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교수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나래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나래는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하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식물과 미술의 조합이 언뜻 보면 의아하고, 우리에게 익숙치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는 이 조합을 막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접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식물 그림 -꽃, 나무- 등이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가 좀 더 식물의 구조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식물과 미술의 조합인, 식물 세밀화는 종보존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식물의 자세한 구조, 예를 들면 잎의 모양, 가지가 뻗어 나온 패턴, 꽃잎의 패턴, 뿌리의 형태 등 사진으로 관찰하기 힘든 것들을 세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식물 종 분류 및 체계를 확립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식물 세밀화가 있다는 것과 그에 관련된 직업이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만 알았던 나래는 식물 세밀화가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가만히 나래의 표정을 보니, 식물 세밀화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친 수업을 통하여 나래가 좀 더 다양한 전공 관련 분야와 그에 관련된 직업에 대하여 환기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 같다. 이를 통하여 나래가 후에 대학원 진학시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제법 다리가 아프지만 왠지 마음속엔 달콤한 과일을 양껏 배부르게 먹은 기분이다. 내일 룸미팀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 설레는 가슴을 안고 잠을 청해본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양현주

*이 글은 2009 장애청년드림팀 뉴욕팀의 팀원 양현주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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