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남이섬에 도착했을 때 선착장과 배 사이에 턱이 있다. ⓒ박종태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소재 ‘남이섬’이 지난달 16일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관광지, ‘이지 플레이스(Easy Place)’로 선정됐다.

‘이지 플레이스’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모두 함께 즐기는 관광문화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관광지를 돌며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관광정보를 전달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관광지에 인증마크를 수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이섬의 ‘이지 플레이스’ 선정에 관심이 갔다. 지난 4월 장애인 편의시설 점검결과 장애인화장실, 점자유도블록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 ‘개선됐겠지’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주)남이섬이 운영하는 남이섬을 다시 찾아가 문제점들이 해결돼 있는지 점검해 봤다. 이번 점검은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가평지회의 협조를 얻어,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동행해 진행했다.

점검결과 변한 건 없었다. 배를 타고 남이섬에 도착했을 때 선착장과 배 사이에 턱이 있어 전동스쿠터 장애인은 내리다가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었다.

가평나루 출입국관리소 매표소에는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성별이 다른 보호자 및 도우미는 들어갈 수 없었고, 입구 경사로는 전동스쿠터가 힘겹게 올라갈 정도로 수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은 불가능해 보였다.

출입문도 여닫이문으로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사용이 불편했고, 문고리 잠금장치도 사용할 수 없었다. 내부 공간은 좁아 전동스쿠터 및 전동휠체어의 출입이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용변기 손잡이는 T자와 L자 사이가 넓었고, 비상호출버튼이 없었다. 휴지걸이도 약간 떨어져 있어 사용하기 불편했고, 센서 및 ‘손이 불편하면 발로 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는’ 세정장치가 없었다.

비장애인 남자화장실의 경우 소변기 양 옆에 손잡이가 없어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 등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남이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남이나루, 관광청 옆 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남녀장애인화장실은 터치식자동문이었다. 하지만 내부 용변기 손잡이가 T자만 설치돼 있었고, 비상호출버튼 및 ‘손이 불편하면 발로 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는’ 세정장치가 없었다. 세면대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전 세계 민족 악기 전시관, 라이브카페, 노래박물관이 들어선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건물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 위에 칸막이 또는 유리벽이 설치돼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존재했다.

1층에 있는 남녀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잘못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출입을 방해했다. 내부는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출입할 수 없었고, 용변기 손잡이는 T자와 L자 사이가 넓었다. 센서 및 손이 불편하면 발로 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는 세정장치가 없었으며 비상호출버튼과 세면대 손잡이도 없었다. 비장애인 남자화장실의 경우 소변기 양 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지난 4월 지어진 중식집 ‘화쟈이왠’ 건물에는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 장애인화장실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었다.

또한 남녀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공간이 충분한 반면 센서가 변기뚜껑에 가려 작동이 안됐고, 비상호출버튼 및 세면대 양 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특히 남이섬의 모든 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있다. 이는 잘 못 설치된 것으로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 밑으로 옮겨 설치해야 하고, 벽면에는 성별 구분을 위한 ‘점자촉지도’를 설치해야 한다.

반면 남이섬의 식당들은 턱이 없어 휠체어장애인 등이 출입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이와 관련 가평지회 관계자는 “남이섬의 장애인화장실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지체장애인협회 춘천지회 부설 편의시설촉진단도 지난 3월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장애인화장실, 점자유도블록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조사결과를 춘천시청에 보내 개선을 요구했고, 시청은 (주)남이섬에 오는 12월 31일까지 개선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담당자는 남이섬을 ‘이지 플레이스’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답변할 이유가 없다”면서 “7월 중 조사한 영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나루 출입국관리소 매표소에는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성별이 다른 보호자 및 도우미는 들어갈 수 없다. ⓒ박종태

가평나루 출입국관리소 매표소의 화장실 입구 경사로는 전동스쿠터가 힘겹게 올라갈 정도로 수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은 불가능해 보였다. ⓒ박종태

남자화장실 소변기 손잡이가 없다. ⓒ박종태

남이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남이나루, 관광청 옆 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내부 용변기 손잡이가 T자만 설치돼 있었고, 비상호출버튼 및‘손이 불편하면 발로 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는’ 세정장치가 없었다. ⓒ박종태

전세계 민족 악기 전시관 건물 남녀장애인화장실은 내부가 좁고, 용변기 손잡이 T자와 L자 사이가 넓다. ⓒ박종태

전 세계 민족 악기 전시관, 라이브카페, 노래박물관이 들어선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건물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 위에 칸막이 또는 유리벽이 설치돼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존재했다. ⓒ박종태

지난 4월 지어진 중식집 ‘화쟈이왠’ 건물에는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센서가 변기뚜껑에 가려 작동이 안됐고, 비상호출버튼 및 세면대 양 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