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는 지난 10월 5일부터 아침드라마로 ‘망설이지마’를 내보내고 있다. 이제 30여회를 지났지만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꺼림칙해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장수현(이태임 분)이라는 여자는 호텔 빵집에 다니면서 고시 공부를 하는 최민영(김영재 분)을 8년간이나 사랑해서 뒷바라지 했으나 민영이 고시에 합격하자 민영 엄마는 수현을 자기 아들 최민영과 떼어 놓으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민영은 폭주(暴酒)로 급격히 간이 나빠져 간을 이식해야 했다. 민영엄마 이정수(이혜숙)는 아들이 간 이식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납양특집의 공포영화처럼 수현에게 애원한다. ‘네 간이 필요 해’ 물론 수현엄마는 안된다고 했었다.

장기기증흐름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수현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민영에게 간을 이식해 주지만 그 때부터 의식불명의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민영은 수현의 간을 이식 받아 다시 살아났으나, 그 전에 수현의 친구 오선아(배민희)의 뀜에 빠져 선아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민영엄마는 오선아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자 민영엄마와 딸 그리고 민영과 선아는 의식불명인 수현을 모른 채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동안 수현엄마 차영란(김혜옥)은 시장에서 이불집을 하면서 집도 마련했으나 수현의 병원비로 다 날려버리고, 그 집에서 월세도 못 내면서 살고 있는데 3년 만에 수현의 의식이 돌아오고, 미국으로 떠났던 최민영도 아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간이식 기증자는 사전에 충분한 검사를 하고 이식을 승낙한 이후에 입원하여 다시 정밀 검사를 한 후에 이상이 없으면 이식수술을 하게 된다. 즉 수현이는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증자에게는 후유증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드라마니까, 전신마취를 하고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이니까, 3년간의 의식불명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수혜자가 수술비 등으로 집을 팔았다는 얘기는 들리지만 간을 이식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간을 이식해주는 기증자인 수현이네가 집을 팔고 엄마의 이불집도 팔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편 제빵회사 델리슈가 어려워지자 사장 한진규(박영지)는 아들 한태우(이상우 분)에게 델리슈를 살려 보라고 간청하고 파티셰(patissier)가 된 아들 태우는 개발팀을 맡아 전에 호텔에 근무했던 두 사람을 스카우트하면서 3년 만에 깨어난 수현이를 수습사원으로 채용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최민영은 아버지가 한진규와 함께 만든 회사 델리슈의 감사실장이 되어 수현을 다시 만나지만 수현은 과거의 최민영을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한태우와 최민영은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로 최민영이 형이다.

수현이가 최민영에게 간을 기증할 때 수현이는 호텔 빵집에 근무했는데 그 빵집의 책임자가 한태우였다. 그 때 수현이는 한태우에게 내용을 알리지도 않고 2주간 휴가를 쓰겠다고 하고선 3년 만에 나타나서 교통사고연단다. 그리고 수현은 8년이나 사귄 남자 최민영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며칠 만에 낯선 남자 최민영에 끌리는 설정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럼에도 수현에게 남편을 빼앗길까 봐 노심초사하는 선아가 수현을 닦달하는데 예전에 빵쪼가리나 주무른다며 오선아가 버렸던 남자 한태우가 수현을 위로하려 하자 ‘당신이 뭘 알아?’ ‘예전과 똑 같으시네요’ 하면서 박박 대드는 수현의 태도는 아무래도 불감당이다. 영락없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물 흘리는 꼴이니 말이다.

처음 장수현은 똑똑하고 경우 바르고 착하고 성실한 여자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경우 없는 여자로 전락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망치는 친구 오선아를 몰라보고 그 앞에서는 쩔쩔 매는데 선아는 수현에게 델리슈를 그만 두라고까지 한다. 아무튼 3개월짜리 수습사원 장수현이 철부지 공주로 그려지는 것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망설이지마’기획의도. ⓒSBS

그리고 델리슈에는 복지재단이 있는데 그동안 복지재단에서는 개발팀 사원 등 델리슈 직원들이 보육원을 찾아가서 빵도 직접 만드는 등 하루를 봉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돌아 온 이정수가 복지재단 이사장이 되더니 보육원 지원금을 삭감하여 홍보비로 돌려 버렸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내용은 복지재단은 ‘민법’ 제32조에 의거하여 비영리를 목적으로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된 단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재단에는 나름대로의 재정과 조직기구가 있고 목적사업의 계획과 예산이 있다. 델리슈의 복지재단이 구멍가게가 아닐진대 재단 이름도 없고, 이사장은 델리슈 이사회에서 임명하고, 델리슈 건물의 커다란 방에 달랑 이사장과 비서만 있는데, 이사장은 사업비를 깎아 홍보비로 쓰고, 더구나 이정수는 수현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개발팀 직원 수현을 차출하여 하루에 3시간씩 일하라고 하는데 세상에 정말 이런 복지재단이 있을까봐 무섭다.

그동안 직장을 찾아 전전긍긍하던 수현의 외삼촌 차달수(김형범 분)는 델리슈 사장 부인 엄미순(최란)의 운전기사로 취업하고, 엄미순의 친구인 누나 차영란은 가사 도우미로 일하게 된다. 엄미순은 남편 한진규의 비서출신으로 한태우의 계모인데 남편은 회사 일이 바쁘고 아들은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은 아직 젊고 싱싱하다고 생각하기에 운전기사 차달수에게서나마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데 차달수는 젊음이 예쁜 것이라며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 화가 난 엄미순은 젊은 여자를 차달수에게 소개하고, 젊은 여자가 스물네살 꽃띠라며 좋아하던 차달수가 막상 여자를 보자 도리질을 한다. 차달수가 그렇게도 좋다던 젊은 여자에게 고개를 젓는 이유는 뭘까.

엄미순이 차달수에게 소개한 젊은 여자의 직업은 자기 집 정수기 코디였다. 정수기 코디라면 일단은 직업이 있다는 것인데 그 정수기 회사에서는 능력도 없는 사람을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코디로 채용한 것일까. 얼마 전 모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다’라는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제작팀에는 공식 사과도 했었다. 그래서일까 다음날 차달수는 마음을 바꿔 그래도 젊음이 좋다며 아가씨와 약속을 잡았으나 엄미순이 심통을 부려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그와는 별도로 정수기 코디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차영란이 엄미순 집에 도우미로 처음 오던 날 미순은 영란에게 생수통을 바꾸라고 했고 생수통을 들던 영란은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다치고 말았다. 그런데 정수기 코디가 오는 집이라면 생수통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정수기는 구입이나 렌탈이나 코디가 와서 필터를 갈고 청소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수통이 있다면 정수기가 아니라 냉온수기다. 그리고 냉온수기의 생수통은 여자가 혼자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아닐뿐더러 전문가가 아니면 남자들도 들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생수통의 무게는 도대체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생수통의 무게는 18.9리터이다. 20리터도 아니고 18리터도 아니고 왜 18.9리터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도량형으로 척관법(尺貫法) 사용했었다. 척관법을 버리고 세계적인 미터법(metric system)을 쓰라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계량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2009년 7월 1일부터 강제로 시행하게 되었다. 미터법은 미터(m) 및 킬로그램(kg)을 기본으로 한 십진법의 국제적인 도량형 단위로 모든 측정단위가 10단위를 기본으로 하기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열 번째의 열 번째 날인 10월 10일을 ‘미터법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아직도 미터 대신 피트(pit)와 마일(mile)을 쓰고, 무게는 킬로그램 대신 갤런(gallon)이나 파운드(pound)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수통의 무게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갤런을 쓰는데 1갤런은 3.78541178리터이다. 생수통은 5갤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점 두 자리까지 해서 5갤런 곱하기 3.78리터는 18.9리터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장기이식에서 기증자와 수혜자의 상황, 장수현이라는 직장 여성에 대한 정체성, 복지재단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수기인지 냉온수기인지 등은 구분해 주어야 할 것 같고, 적어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어떤 잣대를 가지고 호불호(好不好)를 가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TV는 사회의 눈이다. 방송에 나오는 내용들은 시청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드라마나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여 제작하기를 바란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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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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