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에서 사고가 났다. 북측에서 황강댐의 물을 아무른 예고 없이 임진강으로 방류하는 바람에 여섯 명이 수몰되어 많은 사람들의 수색으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삼가 먼저 가신 여섯 분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먼저 가신 분들에게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30여명이 죽는다. 그럼에도 아무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30여명이 한꺼번에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MBC 아침드라마 ‘멈출 수 없어’ 기획의도 ⓒMBC

현대사회에서 산업경쟁력과 국민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량을 이용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교통사고 또는 교통공해로 귀중한 재산과 생명이 손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27.8명으로 세계 제 1위의 교통사고 후진국이다.

이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 교통(Hit and Run) 사고인데 뺑소니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 일로에 있다. 1994년 1만 건에 1만2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래 1999년에는 21,407건에 약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누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끌어 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망치는 짓이기 때문이다.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 교통사고를 낸 후 달아나는 뺑소니 운전이다.

뺑소니교통사고의 특징 ⓒ한국교통장애인협회

MBC 아침드라마 ‘멈출 수 없어’에서 20여 년 전 구효선(이보희 분)은 남편도 없이 어린 딸

홍연시(김규리 분)를 데리고 구로동 양말 공장에 다니는데 임금을 못 주는 사장은 구효선에게 만구 쓸데없는 황무지의 땅문서를 준다. 사장 마누라 임봉자(정애리 분)는 구효선에게 남편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질투와 불안감으로 어린 홍연시을 데리고 가던 구효선을 차로 들이 받는다.

임봉자는 구효선을 차로 치고 남편이 구효선에게 임금 대신 준 헐값의 땅문서를 뺏어가면서 구효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보느라고 구효선의 어린 딸 홍연시가 보는 앞에서 임봉자는 빨간 구두를 신은 구둣발로 구효선의 툭툭 건드려 보이는 잔인함까지 보이고 있다. 그결과 구효선은 죽었고 홍연시는 정신을 놓아 기억을 잃었었다.

그런데 죽지 않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구효선은 기억이 돌아오면서 쉼터에서 생활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 홍연시는 이모 구효순(선유용녀 분)과 살면서, 쉼터에서 엄마인 줄도 모른 채 구효선의 자원봉사를 한다.

가해자 임봉자와 유자녀 홍연시 ⓒMBC

한편 홍연시는 봉섬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임봉자의 아들 이병주의 눈에 띄어 결혼을 하게 된다. 땅값이 올라 구효선의 땅문서로 부자가 된 임봉자는 처음부터 홍연시가 마땅찮았다. 그런데 홍연시가 구효선의 딸임을 알고는 어떻게든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고 아들과 홍연시를 이혼을 시키려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러자 며느리를 바람난 여편네로 만들려는 임봉자는 홍연시를 좋아했던 노수리(이지훈 분)를 자꾸만 끌어들인다. 맘에 안 드는 며느리 홍연시를 잡으려고 말이다.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드라마가 현실과 동떨어지고, 말이 안 될수록 인기가 있고 시청자가 많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들이 그것을 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앞서도 얘기 했듯이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뺑소니 교통사고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돈 한 푼 없이 내 돈으로 치료하면서 가해자는 잡지도 못했습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곧잘 우리 사무실에서 들을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현재 뺑소니 교통사고는 가해자를 잡을 수 없으면, 피해자는 자신의 부상 정도에 따라 13개 손해보험사에 보상금을 청구할 수가 있다. 혹시라도 가해자를 잡으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손보사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그러나 설사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 받을 수 있다하더라도 뺑소니라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고, 더구나 교통사고유자녀는 어쩌란 말인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것과는 달리 뺑소니 교통사고는 고의에 의해 사고현장을 벗어나 도주한 사고라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회범죄이자 악의적 범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즉시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게을리 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이는 당연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한국교통장애인협회에서 발췌)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자는 분명 살인자다. 그럼에도 MBC 드라마 ‘멈출 수 없어’에서는 살인자를 주제로 해서 아들을 위해서라는 등 임봉자가 왜 뺑소니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미화 시키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구나 교통사고로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채 돌봐줄 후원자 하나 없이 어려운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우리 사회에는 한창 공부해야 할 어린 나이에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보육과 교육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고통을 당하는 교통사고 유자녀가 25만 여명이나 된다. 이 같은 교통사고유자녀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정서불안 등으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10여 년 동안 320만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2만 명의 교통사고 후유장애인이 발생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교통유자녀만도 20만 명에 이르는 실정입니다. 특히 교통유자녀들은 정신적 충격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한국교통장애인협회에서 발췌)

드라마는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뺑소니 교통사고와 더불어 제사상을 뒤엎는 일이다. 그런데 ‘멈출 수 없어’에는 뺑소니 교통사고도 나오고 제사상을 뒤엎는 장면도 나온다.

제사상을 뒤엎는 임봉자 ⓒMBC

지금은 봉섬유 사장이 된 임봉자가 남편의 제사상을 딸 주아와, 며느리 연시와 함께 차려 놓고 아들 병주를 기다린다. 노수리 때문에 속이 상한 병주는 아버지의 제삿날도 잊어버린 채 술을 마시고 들어와 연시와 자신을 그만 흔들라고 임봉자에게 대든다. 봉자는 공연히 구효선과의 관계를 아들에게 들켰을 가 봐 되레 화를 내며 남편의 제사상을 들이 엎는다. 아무리 법이 멀고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해도 그렇지 어떻게 제사상을 뒤엎을 수 있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지내지도 않을 제사상은 왜 차리는가 말이다.

자살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자신의 죽음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자동차 사고에서 자살을 위해 일부러 차도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의 죽음은 자살이라 해도 그를 자살하게 만든 사람은 전혀 뜻한바가 아니었지만은 졸지에 살인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 우리들은 누구를 탓할 것인가.

방송사의 드라마는 아무래도 권선징악의 의미가 있어야 하고 국민계도적 요소도 있어야 하거늘 뺑소니 교통사고 뿐 아니라 제사상을 뒤엎는 것까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의 드라마를 거리낌 없이 방영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런 몰염치한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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