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지난 2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어떻게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또 그 구체적인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법학자를 비롯해 탈시설 정책 추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성립가능성과 그 실현방안’이라는 주제로 탈시설정책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탈시설정책위원회 위원장 곽노현 방송대 교수는 토론을 진행하며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탈시설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받기 위한 헌법 소원을 제기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시설 권리, 과연 헌법으로 성립 가능한가=이날 토론회 주제 발제를 맡은 김명연 상지대 법학부 교수(탈시설정책연구회 연구위원)는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성립 가능성과 그 실현방안’을 발표하며 먼저 “탈시설 권리는 법학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개념으로 법령에 규정되거나 학문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며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의 탈시설권리에 대해 “장애인이 자기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지역공동체 내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목적으로 국가에 대해 지역공동체 내의 비시설적인 주거 및 필요한 치료·훈련·교육·재활 등의 편의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한 후, 이를 헌법으로 성립시킬 수 있는 가능성 및 근거를 전개해 나갔다.

▲탈시설 권리의 헌법적 근거 및 보장범위=김명연 교수는 “탈시설 권리가 헌법으로 성립되려면 헌법에 포함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자유권과 참여권, 평등권, 사회적 기본권에 근거해 국가가 탈시설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도출해내야 한다”며 각각의 헌법적 권리들에 비춰 탈시설 권리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그 첫 번째로 “시설생활은 장애인을 공동체 및 그 구성원과 분리, 격리함으로써 행동의 자유·개성의 발현·자기결정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시설 정책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장애인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탈시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탈시설 권리가 헌법상의 참여권 및 자유권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평등권과 관련해서는 “시설생활은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사회참여권을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해 제한하는 것으로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에 대해 “사회적 기본권은 공동체에서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자유권적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국가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이에 따라 장애인은 자기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사회공동체에 참여하고 이에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탈시설 권리의 보장범위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김명연 교수는 탈시설권리의 구체적 보장범위 확정과 예산배분에 있어 현실적 한계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탈시설의 헌법적 가치 및 긴급성이 입법자의 입법 형성과 재정정책 결정을 압도할 수 있다”며 “탈시설권리 실현을 위한 주거제공·보장구·사회참여를 위한 재활 및 자립지원서비스·장애인 수등 등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을 위한 기본항목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탈시설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장애인은 탈시설권리의 실현을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안적 거주공간 및 시설문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김명연 교수의 발표내용에 대해 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시설 권리’ 보다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탈시설 권리’를 제안하며 “공동생활가정·연립주택 등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적 거주공간에 대한 여지도 논의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입소계약제도 등 시설에서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시설장이 아닌 입소자에 둘 것인지, 시설의 비인권적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의 요구권도 법적 보장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성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연구실장도 “시설에서의 권리침해에 대한 개선방안도 법적 요구에 포함해야 한다”며 “사회복지학의 관점에서 본 시설과 탈시설권리보장은 별개이다. 시설도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이 긍정적인 선택을 하려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탈시설권리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날 토론에는 김동호 보건복지가족부 재활지원과장도 참여해 “정부도 탈시설에 대한 기본원칙에 동의하며 정책 수정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정부도 탈시설 정책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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