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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無의 트라우마’, 자립생활 위기

환경변화 따른 ‘심리적 거부’, ‘신체적 퇴행’ 경향

공공·민간 협업 적극지원 조직체 구성, 조력자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20 19:42:30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이정하 연구자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이정하 연구자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자립생활 과정에서 겪는 트라우마로 인해 위기에 노출돼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업, 발달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체를 구성하고 조력자를 만들어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5개 장애인권단체는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의 이정하서경주 연구자가 ‘혼자가 된 발달장애인자립생활 생존과정-근거이론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동발제에 나섰다.

먼저 이정하 연구자는 “발달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자립정책은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탈시설 정책은 서구에 비해 50년 정도 뒤쳐진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다가 보호자의 노화나 질병, 사망 등의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며 “이 때 발달장애인은 기본적인 돌봄, 일상생활의 공백을 마주하고 거주지의 변화를 겪으며 ‘무(無)의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고, 미흡한 사회보장의 위기를 맞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들 연구자가 발달장애인 당사자 3명과 활동지원사, 장애활동가, 후견인(목사) 등 5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발달장애인자립생활에서 겪는 위기에 대해 파악한 결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부재와 시설 입소와 같은 거주지의 변화 등 하루아침에 삶이 뒤바뀌게 되는 다양한 인과적 요인을 통해 ‘무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무의 트라우마’를 가진 당사자들이 자립을 통해 지원기관에서 벗어나 새롭게 연계된 안정적 주거공간과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경우,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심리적 거부’와 식사나 약물복용을 거부하는 ‘신체적 퇴행’의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것이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었다.

특히 이들 당사자는 더 이상 지원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자립생활의 환경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오롯이 감내하며 지역사회 생존에서 갈수록 불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시설이나 병원 입소를 강요하는 태도,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예산과 형평을 이유로 위기상황을 등진 공공지원서비스 등 발달장애인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자립생활과 모순되는 반인권적 복지제도가 발달장애인들의 위기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서경주 연구자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0일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대강의실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시설화 위기 방지와 지역사회에서의 삶 만들기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서경주 연구자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경주 연구자는 “당사자 인터뷰 과정에서 위기를 맞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긴급돌봄기관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도전적 행동을 보이자 항정신성 약물을 투여해서 재웠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기관의 공무원들에게 중증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지식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서 활발하게 지역에서 권익옹호활동을 지속해야 하며, 이를 통해 위기에 처한 발달장애인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 연구자는 또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발달장애인자립생활 및 의사소통 조력자, 즉 ‘권익옹호 지원자가 필요하며, 트라우마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이 보이는 신체적‧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위기상황에 따라 주치의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홀로 남겨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지원사들의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 모니터링이 강화되어야 하며, 긴급지원체계 등 유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체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연구자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당사자의 생애와 정보를 평소 잘 기록해서 가지고 있다가, 혹시라도 부모 사망 혹은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담당 기관에 넘겨줄 수 있도록 명시해 둔다면 갑작스러운 ‘무의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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