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임형찬 사무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에이블뉴스

자립생활이 시작된 지 15년.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운동단체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출발해 활동보조서비스, 동료상담 등 복지서비스 전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여전히 과도기를 겪고 있다. 법상 명확한 근거도, 충분한 예산 지원이 없어 지역별로 격차가 천차만별인 상황.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5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 토론회’를 개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역할과 중장기 발전방안을 논했다. 앞으로 자립생활 현장에서 가져가야할 숙제는 3가지로 정리됐다. ‘정부 지원’, ‘차별화’, 운동‘이다.

먼저 ‘정부 지원’과 관련해서는 장애계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법적 지위가 명시되지 않다보니 예산에 대한 지원 근거도 없다.

특히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을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총 4개 정책과제, 19대 중점과제, 71개 세부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탈시설 후 자립생활 지원 강화’ 속 IL센터의 운영지원 확대(60개소)가 유일하다.

이에 올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연구를 통해 중장기로드맵(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적 IL이념 구축, 자립생활서비스 질적 및 양적 확대, 협력체계 구축, 인력강화, 전달체계 효율화 강화, 탈시설지원 사업 등 총 6가지 과제, 19개 추진정책으로 구성됐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은 “자립생활이나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계획 수립 없는 상황에서 성과지표를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며 탈시설지원 사업의 경우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지원이 큰 그림 속에서 세부 정책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 혹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을 수반하지 않은 이상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산, 예산. 자립생활 진영 성토 목소리에서의 핵심이다. 법적 지원이 없다보니 내년도 예산이 1억8300만원이 삭감돼 내년 국비지원센터 3개소의 지원이 어렵게 됐다.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임형찬 사무국장은 “자립생활센터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정착이 되어 있고 좋은 평들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센터 지원 예산에 따라 활동가들이 안정적인 활동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며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근근거가 되는 제도와 법률을 만들고 안정적 예산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관, 거주시설 등 고전적 장애인시설과 대비되는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로서 대비되는 독자적 기능, 즉 ‘차별화’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도 자립생활 현장의 과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5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 토론회’를 개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역할과 중장기 발전방안을 논했다.ⓒ에이블뉴스

동료상담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방식의 자립생활센터는 당사자에 의해, 당사자를 통해, 당사자와의 동료성에 기반해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자립생활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권익옹호, 탈시설지원기관까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데.

노 소장은 “타 서비스제공기관과 구분되는 고유한 기능이자 사업으로 그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 당사자 중심의 자조집단이자, 권익옹호 기관이자, 탈시설 지원으로서의 IL센터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자립생활 진영에 던져진 숙제는 ‘운동’이다. 2001년 인권 투쟁을 계기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은 이름을 얻고 존재를 획득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운동, 그것이 바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이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토론 후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다.

박 대표는 “자립생활센터의 평가는 동료상담의 모델, 권익옹호 활동가의 프로그램,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이 집회 나가는 것이 권익옹호”라며 “집회를 나가는 것, 잘 노는 것, 공부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깐깐한 서류 없이 이야기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80년도부터 한 개당 15억씩 지원받은 213개의 복지관이 세상을 바꿨냐. 몸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이 모인 자립생활센터가 세상을 바꿔놓았냐”며 “서비스 전달과 운동은 악마의 유혹이다. 서비스전달체계로 간다면 센터는 반드시 복지관의 2중대로 전락할 것이다. 센터가 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관료들과 전문가들의 시각을 끌어내려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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